[뉴스팜리포트] 모습 드러내는 농산물 온라인도매시장② 윤곽 잡힌 농산물 온라인도매시장, '기대 반 우려 반'
[뉴스팜리포트] 모습 드러내는 농산물 온라인도매시장② 윤곽 잡힌 농산물 온라인도매시장, '기대 반 우려 반'
  • 김흥중 기자 funkim92@newsfarm.co.kr
  • 승인 2023.06.02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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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자·구매자만 존재…거래규제 완화
기존 도매시장 기능 퇴색 우려 제기
온라인 물량 시장반입 금지 주장도

(한국농업신문=김흥중 기자) 농림축산식품부는 농산물 거래의 디지털 전환을 통한 도매유통 혁신을 위해 전국단위 농산물 온라인도매시장 출범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에 오른 만큼 온라인도매거래 활성화를 위한 관련 법 제정에도 나서면서 본격적인 농산물 유통의 디지털 전환을 꾀하고 있다. 

이에 농식품부와 온라인도매시장 운영자인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다양한 유통 주체의 이해를 돕기 위해 지난달 9일부터 26일까지 권역별로 농산물 온라인도매시장 설명회를 열었다. 현장에서는 온라인도매시장에 거는 큰 기대와 함께 새로운 개념의 도매시장 등장에 대한 우려를 내비쳤다.

기존 도매시장과 혼선 우려

농산물 온라인도매시장은 새로운 개념의 도매시장이다. 도매시장법인, 시장도매인, 중도매인, 산지유통조직, 대형유통업체 등 기존 도매시장 안에 존재하는 다양한 유통 주체는 ‘판매자’와 ‘구매자’ 두 부류로만 불리게 된다. 

판매자는 산지로부터 위탁 또는 매수하거나 직접 판매 방식으로 구매자에게 농산물을 판매하고, 구매자는 이와 같은 방식으로 상품을 구매한 후 소매업체 등 소비시장으로 분산한다. 

농산물 온라인도매시장 활성화를 위해 최근 발의된 ‘농산물 온라인 도매거래 촉진에 관한 법률안’에서도 온라인도매시장 내 유통 주체는 ‘온라인도매판매자’와 ‘온라인도매구매자’ 둘로 정의돼 있다.

유통 주체가 기존 도매시장과 다른 방식으로 정해지다 보니 새로운 유통 방식과 경로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진단이다. 예컨대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농안법)’에 따라 중도매인은 도매시장법인이 상장한 농수산물 외에는 거래할 수 없다는 규제는 온라인도매시장에서 적용되지 않는다. 또한, 도매시장법인이 도매시장 외의 장소에서 농수산물의 판매업무를 하지 못하는 영업제한 역시 온라인도매시장에서는 자유롭게 가능하다. 

그러나 온라인상의 새로운 유통 방식은 ‘기준가격 제시’, ‘가격형성’ 등 오프라인 도매시장의 대표 기능을 퇴색시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익명의 도매시장법인 관계자는 “온라인도매시장의 자유로운 거래방식과 다양한 유통경로는 분명 장점일 수 있으나, 기존 오프라인 도매시장이 지키고 있던 보호장치들을 깰 우려가 있다”며 “상품 시세를 주도하며 거래 규모가 큰 중도매인들이 법인을 거치지 않고 온라인을 통해 직거래를 하게 된다면, 경매를 통한 기준가격 제시가 불가능해질 수 있다. 이는 곧 출하자의 수취가격이 내려가는 결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중도매인 간 양극화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선 도매시장법인 관계자는 “온라인도매시장에서는 중도매인이 도매시장법인을 거치지 않고 상장예외 거래나 시장도매인 형태와 같이 직거래가 가능해진다”며 “이는 규모와 자금력 등이 큰 시장 내 상위 중도매인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으나, 그렇지 못한 중도매인에게는 오히려 상품을 살 기회가 줄어드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온라인서 산 물건이 오프라인 시장으로?

온라인도매시장에서 거래된 상품이 기존 오프라인 시장으로 반입되는 상황을 우려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거래된 상품이 각각 확실하게 구분되는 장소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농산물 온라인도매시장은 기본적인 물류는 출하자가 구매자에게 직배송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가장 기본적인 유통경로가 바로 산지유통이다. 이에 산지의 APC(농산물산지유통센터), 농업법인 등 대량도매 역량을 갖춘 산지 주체는 실구매자에게 물건을 직접 판매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정부에서 상품이 가락시장으로 올라와 경매를 거치고 다시 지방으로 분산되는 비효율적인 유통경로가 온라인도매시장에서는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에 표면적으로 온라인도매시장에서 거래된 상품이 오프라인 시장으로 들어올 이유는 없어 보인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구매자가 상품을 구입한 후 포장, 선별 등 과정을 거쳐 소비지로 유통해야 하므로 온라인도매시장에서 거래한 물건일지라도 잠시 경유하는 공간이 필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불가피하게 온라인에서 거래가 끝난 상품들이 오프라인 도매시장으로 반입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온라인도매시장을 거친 상품이 오프라인 시장으로 반입되면 오프라인 도매시장에 혼란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시장반입은 원칙적으로 금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도매시장법인 관계자는 “도매시장법인에서는 온라인 거래 물량의 기존 시장반입을 가장 크게 우려하고 있다”며 “온라인에서 거래된 물건이 오프라인 시장에 들어와 섞인다면, 예상치 못한 물량의 증가로 기준가격 및 출하자 수취가격 하락 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또한, “온라인상에서 거래가 끝난 상품이 오프라인 도매시장으로 들어온다는 것은 상물(商物)분리로 물류 효율을 높인다는 온라인도매시장의 설립 취지와도 맞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에 확실한 안전장치가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앞선 도매시장법인 관계자는 “정부가 공동 배송장이나 공동 물류장 등 일정한 공간을 마련해 온라인 도매거래 상품과 오프라인 도매거래 상품이 혼입되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며 “시장 개설자에게 신고하고 승인받은 물건만 일시적으로 공동 배송하는 식의 방식도 고려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온라인도매시장에서 구매 주체인 중도매인 사이에서는 구매한 상품의 소분, 포장 등을 위해 시장반입이 필요하다는 분위기다. 이에 정부에서도 원칙적으로는 시장반입이 불가능하지만, 일부 허용하는 대신 대처 방안을 마련한다는 입장이다.

남현중 농식품부 유통정책과 사무관은 “농산물 온라인도매시장이 출범하는 11월까지 지방자치단체로 하여금 도매시장 발전 계획을 수립하도록 했다”며 “여기에 온라인 거래 물량과 기존 오프라인 경매 물량을 어떻게 구분·관리할 것인지, 온라인 물량을 별도로 보관할 장소를 확보하는 방안 등을 마련토록 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온라인도매시장 운영자인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서는 충분히 구분·관리할 수 있도록 도매시장으로 들어가는 차량 정보 등 온라인도매거래플랫폼에서 생성되는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온라인 거래 분쟁 조정 방안 '주목'

농산물 온라인도매시장의 구매자가 되는 매매참가인, 중도매인, 대형유통업체, 식품·가공·외식·식자재업체, 중대형마트 등에서는 온라인 거래 간 분쟁 발생 시 처리 방법에 대해서 관심을 보였다. 온라인상에서 본 것과 달리 상품에 하자가 있는 등 물건을 직접 확인할 수 없는 온라인 거래의 특성을 우려한 것이다.

농식품부에서는 분쟁 발생 시 당사자 간 자율적인 합의가 우선이라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판매자나 구매자 간 물량이나 단가를 조정할 수 있는 기능을 온라인도매거래플랫폼을 통해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이후에도 분쟁이 해결되지 않으면 온라인도매시장 내 거래중재관이 중재안을 제시하거나 분쟁조정위원회를 열어 최종 중재에 나선다. 

남현중 사무관은 “구매자가 상품 인수를 거부할 수 있는 사유를 관련 법에 명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온라인도매시장 내 등록된 상품에 대한 정보가 실제 상품과 품위 등에서 현저하게 차이 나거나, 등록된 상품과 전혀 다른 상품이 배송되는 등 문제는 판매자의 귀책 사유로 보고, 구매자를 구제하는 식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판매자·구매자 대상 평가시스템 도입도 신중하게 고려하고 있다. 악의적으로 구매 취소를 빈번하게 하는 경우 등을 평가해 판매자들이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다”라고 덧붙였다. 

온라인상 거래방식에도 관심 쏠려

지난달 26일 열린 농산물 온라인도매시장 권역별 설명회에서는 온라인도매시장의 거래방식에 대한 유통 주체들의 질의가 이어졌다. 출범 초기 온라인도매시장의 주된 거래방식은 입찰과 정가 거래로, 이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관심을 모았다.

남 사무관은 “기본적인 입찰 방식과 동일하다고 이해하면 된다. 판매자는 특정 가격 이하로는 판매할 수 없는 하한선을 설정할 수 있고, 입찰이 종료된 다음에는 최고가로 투찰한 구매자에게 상품이 판매된다”고 설명했다. 

품목별 입찰 시간에 관한 질문도 나왔다. 이에 남 사무관은 “온라인도매거래플랫폼은 24시간 운영되나, 입찰 시간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되지 않았다”며 “품목별로 입찰 시간을 정해야 한다는 현장의 의견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앞으로 유통 주체분들과 협의해 최적의 입찰 시간을 검토해 나갈 계획이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