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PC 6월 융자 상환…‘쌀값 폭락’ 예견
RPC 6월 융자 상환…‘쌀값 폭락’ 예견
  • 유은영 기자 you@newsfarm.co.kr
  • 승인 2019.02.19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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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자금 마련 쉽지 않아 민간에선 ‘부도 속출’ 우려
“홍수출하 피할 수 없다”…농협RPC도 자금난 골머리
'건전경영 유도' 취지 좋지만 유통시장 건전 못해 혼란 가중
시장 시스템 고려 안 한 '위험한' 제도...고착화 하면 '리스크'
충남 서산의 한 민간 RPC에서 근로자가 작업하고 있다.
충남 서산의 한 민간 RPC에서 근로자가 작업하고 있다.

(한국농업신문=유은영 기자) RPC(미곡종합처리장)에 지원하는 산지 벼 매입자금 상환 기간을 두 달 앞당김에 따라 올해 벼값이 폭락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선 3월 동시조합장 선거가 끝나면 전국 RPC들이 빚을 갚기 위해 일제히 ‘물량 밀어내기’에 나설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런 상황은 상대적으로 유동성이 좋은 농협RPC도 다르지 않다.

농협 관계자는 지난 18일 “단독RPC들은 큰 문제가 없지만 통합RPC들은 자금수요가 워낙 커 민간RPC와 같은 상황이다”며 “지원받은 자금 규모가 큰 만큼 부담도 크다”고 말했다.

전체 농협RPC는 작년 1개가 줄어 현재 150개다. 그 가운데 통합RPC가 49개, 일반 단독RPC가 101개다.

정부는 수확기에 RPC들이 산지 벼를 수월하게 사들이도록 경영평가 결과와 벼 매입실적 등을 고려해 0~2.0%의 금리로 개소당 11억원에서 46억원을 차등 지원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자금지원을 받는 8월 대환대출로 기존 빚을 갚아 왔지만 올해부터 자금 상환 시기를 6월로 두 달 앞당겨 기존 방식을 더 이상 사용하지 못한다. 이에 따라 RPC들이 융자를 갚기 위해 저가경쟁, 출혈경쟁에 나서면서 전체적인 벼값 폭락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는 것이다.

민간 쪽에서는 ‘부도’ 얘기까지 심심찮게 거론되고 있다.

한정호 천수만RPC 대표는 “대부분 민간RPC들이 상환여력이 없다. 농가로부터 사 놓은 벼를 팔아 현금화시키는 방법밖에 없다”며 “이전부터 자금난을 겪고 있던 RPC들은 갑자기 큰 자금을 만들어야 해 벼를 매입가보다 싼값에라도 팔아야 한다. 그마저도 팔리지 않으면 부도를 피할 수 없게 된다”고 전했다. 결국 ‘홍수출하’를 피할 수 없게 된다는 얘기다.

이런 관측은 농협이 작년 수확기에 예년보다 많은 물량을 시중가보다 높은 가격을 주고 샀다는 것과 RPC에 벼를 파는 벼 건조저장센터(DSC)들의 매입물량이 많다는 사실을 토대로 더욱 굳혀지는 모습이다.

올해 벼값을 가르는 고비는 동시조합장선거가 끝난 직후인 3~4월이다. 새 조합장이 들어온 이후 가격이 오르지 않으면 저가에라도 팔아 재고부담을 줄이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때 시장 물량이 많아지면 가격이 올라야 하는 단경기(7~9월)에 가격이 떨어지는 역계절진폭이 발생하게 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정부의 갑작스런 제도변경에 대해 시장의 시스템을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는 지적이 나온다.

농림축산식품부는 RPC의 건전경영을 유도한다는 취지로 자금상환시기를 앞당겼다. 하지만 민원이 빗발치자 일시 상환 유예, 분할 상환 등 대안을 놓고 검토 중이다.

한 민간RPC 관계자는 “건전경영을 유도한다는 취지는 좋지만 현실과는 괴리가 있다”며 “유통업계 수준이 건전경영 정책을 수용할만큼 건전하지가 않다. 정부가 검토 중인 대책도 시장 혼란을 막기엔 역부족일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벼 매입자금 조기상환 방침은 RPC들 지원을 끊거나 줄이겠다는 데서 출발했다. 앞으로도 계속 6월에 상환해야 하므로 리스크가 있는 제도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