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 타작물재배 목표달성 어찌해야 하나
논 타작물재배 목표달성 어찌해야 하나
  • 연승우 기자 dust8863@newsfarm.co.kr
  • 승인 2019.03.20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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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값 유지 위해서는 필요 … 농가 신뢰 확보 우선

(한국농업신문= 연승우 기자) 논 타작물재배 사업이 난항을 겪고 있다. 지난해보다 재배면적 목표를 10% 늘린 5만5000ha로 잡았으나 현재 10%에 해당하는 5000ha 정도가 신청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직 사업 초기이고 지난해보다 신청 기간을 늘렸다 하지만 예년보다 저조한 수준이다. 지난해에도 논 타작물재배사업은 2만6550ha를 달성했다. 목표 5만ha의 53.1%에 해당하는 수준이었다. 올해에는 지난해와는 다르게 휴경도 타작물재배 사업에 포함돼 참여가 늘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아직은 미지수다.

올해 7월부터 10월까지 논에 아무런 작물도 심지 않으면 휴경으로 인정이 된다. 따라서 겨울철 보리나 밀을 재배한 다음 7월부터 10월까지 논을 놀려도 ha당 280만원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휴경에 따른 지원금 280만원은 논 임대료 수준밖에 되지 않아 남는 것이 없다는 반응이다.

경북에서 쌀전업으로 하고 있는 한 농가는 “휴경 시 280만원 지원은 지주에게 주는 돈밖에 안된다”며 “농민들이 농사를 지어서 얻을 수 있는 돈이 지주에게 간다며 주는 맞지 않는 정책”이라고 말했다. 또한, 휴경으로 인해 자경을 인정받지 못하면 양도소득세 등의 혜택을 받지 못한다는 우려도 있다.

농식품부 식량산업과 관계자는 “휴경이 1년 내내 농사를 짓지 않는 것이 아니라 7~10월만 농사를 짓지 않으면 되기 때문에 그 외의 기간 동안 다른 작물을 심어도 되므로 소득도 발생하고 휴경으로 인해 자경이 중단되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농가들이 타작물재배를 하고 싶어도 농기계가 마땅치 않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충북의 한농가는 “사료용 작물 수확기는 축산농가들이 가지고 있어 우리는 이런 기계를 빌리거나 부탁해 일정 금액을 주고 수확을 한다. 인건비도 인건비이지만 수확기가 겹치면 수확할 사람과 기계를 구하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경남의 농가도 “콩이나 옥수수는 파종기 같은 기계도 없어 일단 농가가 벼말고 다른 작물을 심게 되면 손해”라며. “정부에서 타작물 재배 시행을 원하면 기계, 종자 등 적극적인 지원이 있어야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에는 쌀값을 올려야 한다는 일념으로 쌀전업농들이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50%를 넘겼지만 올해 쌀전업농의 반응은 심상치 않다. 지난해에 콩 등 타작물을 재배했지만 소득이 쌀보다 못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쌀전업농 임원을 맡고 있는 경기도의 쌀농가는 “지난해 쌀값이 올라가서 올해 하려는 농가들이 더욱 적다. 지난해에는 임원이기에 타작물 재배를 책임감을 하고 있지만, 손실이 크다”고 말했다.

또 다른 농가는 “타작물 재배가 기존 벼농사보다 소득이 되지 않으니까 하지 않으려 한다는 게 핵심이다. 작년에 콩을 심었지만, 수확이 3분의 1밖에 되지 않았다”며 “논에서 타작물 재배가 가능하다고들 말하고 있으나 실제 할 수 있는 게 없다. 특히 간척지 등 염해가 발생하는 지역서는 더욱 할 게 없다”고 지적했다.

농식품부, 공공비축미 인센티브와 농기계 지원 등 추진

여기에 지난해 농식품부가 주기로 한 인센티브를 받지 못하면서 정부에 대한 불신도 높아졌다. 지난해 타작물재배에 적극 참여한 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 회원들에게 공공비축미 매입을 늘려주기로 했지만 다른 농민단체의 반대로 인센티브가 취소됐기 때문이다.

경남의 한 농가는 “경남에서 타작물 재배 목표 달성 시 공공비축미 10%를 먼저 수매하도록 인센티브를 약속했는데 타단체의 반대로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다”며 “전업농이 타작물 재배로 많은 손해를 봤고 더는 타작물 재배 사업에 대해 정부를 신뢰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올해는 공공비축미의 일정 물량을 아예 인센티브용으로 차등배정할 계획이고 농협 농기계은행과 지자체 농기계 임대사업소 등에 타작물 전용 농기계를 임대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해 쌀값이 좋았기 때문에 올해 타작물재배사업이 목표달성에 어려울 수 있지만 쌀값을 안정화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생산량을 줄여야 하기 때문에 쌀전업농이 적극적으로 타작물재배에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