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단추 끼워진 ‘공익형직불제’ 
첫 단추 끼워진 ‘공익형직불제’ 
  • 이도현 기자 dhlee@newsfarm.co.kr
  • 승인 2019.09.18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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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형직불제 국회토론회’ 개최

(한국농업신문=이도현 기자)공익형직불제 도입을 둘러싸고 쌀 소득안전장치 마련, 직불금 부정수령, 예산 확보, 국민의 공감대와 성과 확산, 관리 감독 등을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농민들은 쌀 소득안전장치로 쌀 자동시장격리제 도입과 공익형직불제에 물가인상률이 포함되길 간절히 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박완주 의원은 지난 16일 국회 도서관 소회의실에서 ‘농가 소득안정과 농업 공익증진을 위한 공익형직불제 도입 토론회’를 개최했다.

토론회에 앞서 박완주 의원은 지난 9일 공익형직불제 시행을 위한 ‘농업소득의 보전에 관한 법률 전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으며 국회 여야 논의가 길어질 것을 우려해 예산부수법안으로 지정할 것도 명시했다. 농림축산식품부도 공익형직불제 시행을 위한 내년도 예산으로 2조2000억원을 편성한 상황이다. 지난 1월 국회 농해수위 여야 간사는 공익형직불제 예산으로 2조4000억원에서 3조원 수준 사이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에 농민들은 당초 합의한 수준의 예산이 확보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박완주 의원은 개회사를 통해 “국회 농해수위 여야 의원들은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7월까지 약 5차례의 법안 심사와 여야 간사회의 등을 통해 쌀 목표가격 재설정과 공익형직불제의 개편방향, 재정규모, 일정 등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직불제가 바뀌면 농업, 농촌 농민의 삶이 나아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우리가 지금 농촌의 현실을 직시하지 않으면 대한민국 농정은 미래를 내다볼 수 없다. 재정당국의 협력, 농식품부의 고뇌뿐만 아니라 국민의 따듯한 관심도 절실한 때”라고 덧붙였다.

김현수 농식품부 장관도 축사를 통해 “공익혁직불제 개편을 통해 우리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고 쌀 중심의 농업 생산 구조를 근본적으로 개편하는 한편 중·소규모 농가에 대한 소득안정 기능을 강화하겠다”며 “농업·농촌의 공익적 기능을 더욱 확대하겠다. 2020년 새로운 공익형직불제가 시행될 수 있게 관련 법령 개정과 내년도 예산확보, 제도 정착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김홍상 한국농촌경제연구원장도 축사로 “공익 증진을 위한 직불제로의 개편은 농업의 역할이 식량생산에서 환경·자원 관리로 전환되는 것”이라며 “이러한 농정 패러다임의 성공적인 전환을 위해 관련 제도 및 정책 프로그램의 개선과 더불어 재원 확보가 선결돼야 한다. 이를 위해 농업계가 함께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영호 한국농수축산연합회장도 “농업계는 한결같이 주장한다. 도입을 주저할 이유가 없다. 남은 것은 오롯이 법률을 만드는 국회의 몫”이라며 “내년 공익형직불제 도입을 위한 마지막 시점은 이번 정기 국회 뿐. 여야의 적극적인 논의와 예상에 대한 합의가 있어야 한다”고 전했다. 

이날 토론에 앞서 ▲박준기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공익형 직불제 개편을 위한 농업소득보전법 개정 필요성’ ▲이영근 법률사무소 온마음 대표변호사가 ‘농업소득보전법 전부개정안 내용 및 구조 개략 분석’을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이어 이태호 서울대 농생명과학대학 교수가 좌장을 맡고 패널로 ▲임병희 (사)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 사무총장 ▲마두환 (사)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사무총장 ▲임정빈 서울대 농생명과학대학 교수 ▲김인중 농림축산식품부 식량정책국장이 참석한 가운데 토론이 실시됐다. 이날의 발언을 정리해본다.

 

◆임병희 사무총장

안전장치 ‘쌀 자동시장격리제’ 필요
물가상승률 적용 방식 포함해야

농업의 공익적 기능에 대한 이야기가 확대되고 있다. 다만 식량의 중요성이 희석되거나 감소되지 않길 바란다. 공익형직불제 논의 초기 단순면적 기준에 따른 ‘하후상박’으로 표현되던 개편에는 부정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후 적정 예산 마련을 통한 ‘하후상유지’로 기조변화에 따라 공익형직불제 도입 촉구 행동에 동참하게 됐다. 

다만 몇 가지 조건을 제시한다. 소농의 소득안정을 강화하고 밭 조건불리농지의 공익적 가치에 대한 올바른 비용 지급, 또 쌀 생산 농업인데 대한 혜택이 감소되지 않도록 예산을 대폭 상향해야 한다. 당정협의로 발표된 2조2000억원은 충분치 않다. 이전 논의되던 2조4000~3조원 수준의 예산이 확보될 때 ‘하우상유지’가 될 것이라는 판단이다.

공익형직불제 개편은 쌀 생산농업인 95%가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던 목표가격제도에 따른 변동직불제 중지를 뜻한다. 이에 현장 농업인들은 시장가격 하락을 우려할 수밖에 없어 ‘양곡관리법’ 개정을 통한 쌀 자동시장격리제 도입을 촉구한다. 그동안 정부의 시장 격리는 불필요한 논의와 시기를 놓치면서 실질적인 효과를 얻는 것은  2017년 한 번에 불과했다.

시장 가격안정에 효과적인 시그널을 주는 자동시장격리제는 공익형직불제 도입유무에 없이 도입돼야 한다. 또 농업인 기준과 재정립, 직불금 부당수령 근절 대책, 그리고 농업인 소득에 대한 실태조사가 필요하다. 외형적 실태조사가 아닌 부채금액 등 실질소득 조사가 필요할 것이다. 이를 통해 단지 영농규모가 크다는 이유로 소득이 높을 것이라는 오해를 불식시켜야 한다. 

더불어 기존 직불제는 물가인상 기준이 제외돼 불합리하다는 것을 대통령도 이야기했다. 공익형직불제는 5년 주기로 물가인상률을 적용하는 방식을 포함해야 할 것이다. 공익형직불제에 농업인의 의무와 책임이 강조된다. 하지만 무리한 수준의 의무는 오히려 독소조항이 될 수 있기에 농업인의 단순한 영농활동 속에 포함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법률안의 세부적 내용이 논쟁거리가 되는 것은 피해야 하지만 공익형직불제는 우리 농업의 미래를 좌우할 수 있는 큰 변화라 할 수 있기에 모든 부분 수혜자인 농업현장과 협의가 반드시 필요하다. 

 

◆마두환 사무총장

“농지 취득 조건·농업인 자격 강화를”
비농업인 소유 농지가 전체 43.8%

공익형직불제로 부당 수령문제가 심화될 수 있다. 안정적으로 정착되기 위해 올바른 관리 감독이 이뤄져야 한다. 지난해 기준 임차농가는 50.2%, 경지가 없는 농가도 0.8%에 달했다. 또 직불금 부정수급 적발건수는 낮은 것으로 나타났지만 구두 계약을 통해 이뤄지는 임차 등 실제 임차 농가 비율과 부정수급 적발건수는 더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비농업인 소유 농지는 2015년 기준 전체 농지의 43.8%, 73만5000ha다. 국내 벼농사 재배 면적과 유사할 만큼 크다. 비농업인은 주로 매입한 농지의 비과세 혜택 등 투자 목적으로 농지를 소유한다. 이런 원인을 파악하고 막기 위한 근본적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비농업인은 손쉽게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발급받아 농지를 등기하고 이를 통해 농업경영체등록 요건 중 하나인 농지를 소유할 수 있게 된다. 이후 몇 가지 조건을 추가로 충족하면 농업인으로 인정받아 직불금을 신청할 수 있다. 
부정수급 문제를 원천적으로 예방하기 위해 우선 농지 취득 조건과 농업인 자격을 강화해야 한다. 여기에 양도소득세 감면 시 필요한 재촌자경 기간 및 농지 전용 시 전용부담금 감면에 필요한 자경 기간 등을 연장해 투자를 목적으로 한 농지 매입 수요를 줄여야 한다. 

이러한 이유로 직불제 개편에 앞서 대대적인 전수 조사를 시행해 비농업인의 농지 소유 실태를 점검하고 위반 시 강제 처분 하도록 해야 한다. 단 농지법 시행 이전 취득한 농지에 대해 임대가 가능한 만큼 임대여부를 명확히 해야 할 것이다. 비농업인 소유 농지 매입은 농어촌공사 농지은행 제도 등을 활용해 정부 차원에서 이뤄져야 하며 매입한 농지를 농업인에게 임대토록 해야 한다. 

더불어 민관이 함께 관리 감독할 수 있도록 농업회의소 등을 통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이를 통해 직불금 수혜 대상인 현장 농업인에게 공익적 직불제의 취지와 상호준수 의무 등을 교육 홍보하는 역할을 함께 병행하도록 해야 한다. 여기에 부당수령 또는 관련의무 불이행 시 기존 지급된 직불금 반환 또는 향후 지급을 제한하는 내용을 법률로 명문화 해 제도의 투명성을 높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공익형직불’ 새 이름 필요해

임정빈 서울대 교수는 직불제에 대한 이미지가 다른 부처와 국민에게 좋지 않아 새롭게 이름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정빈 교수는 “직불제에 대한 다른 부처의 이미지가 좋지 않다. 공익형직불제를 공익형프로그램 등으로 네이밍을 순화시킬 필요가 있다”며 “예산을 집행하는 부처가 좋지 않는 네이밍을 사용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임정빈 교수

공익형직불 성과 국민 공감 얻어야
농가소득·공익형 분리해 접근 필요

공익형직불제에는 기대와 우려가 공존한다. 농업의 지속가능성과 국민과 함께 하는 농업이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농정전환이 필요하다. 이에 공익형직불제에 대한 기대가 크다. 몇 가지 우려사항을 말해본다. 우선 공익형직불제는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쌀 등 주요자원에 소득안정장치가 미흡하다는 단점이 존재한다. 공익형직불제만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진 못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또 공익형직불제가 시행되고 국민 삶의 질과 관계된 토양, 물, 공기, 생태환경 등과 관계된 성과를 가져오지 못할 경우 농업계에 부메랑이 돼 돌아올 것이다.

결국 농업 지원에 대한 안 좋은 이미지만 늘어날 것이다. 아직 제도의 완성도가 낮아 아쉽다. 지급단가, 농업인 정의, 모니터링, 성과관리, 주최 등 이런 것들이 법에 구체화되지 못했다. 선진국에서는 이런 것들이 법제화가 됐다. 모든 것을 담을 순 없지만 공청회와 이해관계자, 관계기관들이 공감하고 이해를 높여야 한다.

가격변동직불제 쌀 변동직불을 폐지하는 것이다. 농가소득안정과 공익 증진이 결합해 공익형이 된다고 말하지만 농가소득과 공익형을 분리해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고 본다. 일본은 쌀직불제를 폐지하면서 쌀을 포함한 대두, 맥류, 감자 등과 같은 식량 작물에 대해 수입감소영양완화직불을 시행하고 있다. 미국도 가족농의 경우 수입이 일정 수준이하로 떨어지면 지급하는 ARC를 채택하고 있다. 

수입을 기준으로 하면 단수의 영향과 시장 영향을 동시에 고려할 수 있다. 공익형직불제가 농가를 지원하는 핑계라는 국민들의 시각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런 부분을 불식시키기 위해 단계적으로 완성도를 높이고 분리해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 더불어 주요 선진국의 사례분석을 많이 해야 한다. 지역과 도, 시·군에서 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의무 부담이 무엇인지, 지역에 맞는 특성과 프로그램이 뭔지 등을 달아야 한다. 

법안에서 5년마다 검증할 것이라고 하지만 성과 관리체계, 국민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성과지표가 만들어지지 못할 경우 문제가 될 수 있다. 실제 지역 농민들의 역량 강화 교육도 이뤄져야 한다. 모니터링과 성과 관리 체계도 필요하다.
 

◆김인중 식량정책국장

형식적 토론회 아니라 신중하게 결정
‘공익형직불제’ 본 궤도 올라 기대

이번 발의 법률안은 현재 운영 중인 9개 직불의 새로운 구도를 전반적인 그림으로 보여줬다는 점. 직불제 개편의 기본방향을 구체화 했다는 점. 올해 안에 공익형직불제를 처리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는 점. 3가지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현재 공익형직불제 개편과 관련해 많은 논란이 있는 상황이다. 공익형직불제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본 궤도에 올랐다고 생각한다. 올해 기본방향이 세워지고 내년 시행한다는 목표다. 제기됐던 문제를 실무적으로 고민하고 9월말부터 구체적인 논의를 시작할 계획이다. 정부에서 형식적으로 토론회를 하고 휙 지나간다는 우려가 절대로 실현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다. 많은 쟁점들을 농업인, 전문가와 상의해 신중하게 결론을 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