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소비 급감…한국인의 변심, HMR 쌀 소비 구원투수 될까
쌀 소비 급감…한국인의 변심, HMR 쌀 소비 구원투수 될까
  • 최정민 기자 cjm@newsfarm.co.kr
  • 승인 2019.10.03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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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혼밥도 맛있게…‘가정간편식’이 대세

(한국농업신문-농림축산식품부 공동기획)밥심이 변했다. 갓 지은 쌀밥 대신 간편식과 대용식을 선호하는 이들이 늘면서 ‘한국인은 밥심’이라는 말도 옛말이 됐다. 바쁜 현대인이 쌀밥으로 삼시 세끼를 차려 먹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쌀 소비량은 매년 최저치를 갱신하고 있지만, 가공용 쌀 소비는 오히려 늘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양곡소비량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가공용 쌀 소비량은 56만8000톤에 달한다. 쌀 소비를 촉진할 유일한 방안으로 쌀 가공식품이 주목받는 이유다. 본지는 쌀 소비를 견인하고 있는 쌀가공식품의 트렌드를 소개하며 쌀 산업의 현재와 미래를 진단한다. 

글 싣는 순서
① 혼밥도 맛있게…대세는 ‘가정간편식’
② 차세대 먹거리 ‘실버‧케어푸드’ 뜬다
③ 다양화‧차별화로 엄마들 지갑 연다
④ ‘옛것의 재해석‘ 뉴트로 입은 쌀 가공식품
⑤ 쌀국수, 쌀과자…유럽 소비자 사로잡은 비결은?
⑥ 쌀 가공식품, 쌀의 미래를 엿보다

간편가정식 급성장…2022년 5조 규모 될 듯
서울 영등포구에 사는 직장인 천현미(26)씨는 집에 쌀통이 없다. 바쁜 아침은 컵밥이나 시리얼로 간단히 끼니를 해결한다. 집밥을 차려먹는 건 일주일에 손에 꼽힐 정도. 김이 모락모락 나는 쌀밥이 그리울 땐 도시락이나 컵반으로 밥심을 챙긴다.

간편식 시장이 식품업계의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가정간편식(HRM, Home Made Replacement)은 한 때 맛없는 인스턴트 식품으로 여겨졌지만, 식생활 습관 변화 등으로 우리 식탁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제품이 됐다. 1인 가구와 맞벌이 가구가 증가하면서 집에서 밥을 해 먹는 일 자체가 줄어드는 것도 간편식 시장의 성장에 한 몫을 하고 있다.

CJ제일제당에 따르면 우리나라 소비자는 평균 10끼 가운데 3.9끼를 혼자 먹는 것으로 나타났다. 혼자 식사할 때 식단을 마련하는 방법은 가정간편식이 41%로 많았고, 직접 조리(40%), 외식(12%), 배달‧테이크아웃(7%)이 뒤를 이었다. 혼밥족의 간편식 섭취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8년 국내 가정간편식 출하액은 2017년보다 17.3% 많은 3조2164억 원 규모일 것으로 예상된다. 오는 2022년에는 5조 원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즉석 조리 식품의 소매점 매출액 정보(POS DATA) 분석 결과, 시장 규모는 2018년 기준 9026억 원으로 2017년 대비 21.8% 늘었다. 특히 주목할 점은 가공밥, 국·탕·찌개류 등 한식 품목이 시장 성장을 주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식 품목은 기존 흰밥에서 잡곡밥과 컵밥으로, 기존 국·탕·찌개류가 보양식으로 제품이 다양화되어 소비자 니즈를 충족하고 있다는 것도 눈여겨 볼만하다.

간편함에 더해 소확행까지, 진화하는 HMR
간편식의 장점은 역시 ‘간편함’이다. 긴 요리 시간도, 설거지도 필요 없다. 즉석밥, 즉석국 등 단순한 조리 과정만 거치면 한 끼니를 뚝딱 해결할 수 있다.

이제는 시간과 정성이 필요한 탕류나 찜류, 재료 손질이 복잡한 대용식(CMR)으로까지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국내 간편식 시장은 크게 4세대로 나뉜다. 1세대가 즉석밥과 3분 요리 등 편의성을 강조한 제품이 중심이었다면, 2세대는 냉장식품, 냉동만두 등 편의성에 맛을 더한 제품이 인기를 끌었다. 3세대 제품은 컵밥, 국물요리, 한식반찬 등 맛과 영양을 동시에 고려했다. 최근 4세대에 진입하면서 가정간편식의 프리미엄화가 눈에 띈다. 

CU는 지난 8월 고급형 도시락인 ‘신동진 쌀밥 한정식’을 출시했다. 일반 쌀보다 알이 굵고 최적의 수분량을 지녀 밥맛이 좋은 국내산 신동진미로 지은 흰 쌀밥부터 바싹 불고기 등 12가지 반찬, 찹쌀떡 디저트까지 한정식 집의 한 상 차림을 한 판에 담았다. 지난 한 해 동안 CU에 도시락을 납품하는 공장에서 쌀 1만5000톤을 매입하는 등 국내산 쌀의 소비 진작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

집밥 레시피를 넘어 손님 초대용 요리나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라는 뜻의 신조어)을 만끽할 수 있는 밀키트 제품의 성장세도 두드러진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4월 백화점 최초로 밀키트 브랜드 ‘셰프박스’를 선보였다. 유명 레스토랑 셰프의 레시피로 차별화된 메뉴를 선보이며 인기를 끌고 있다. 워커힐호텔과 조선호텔 특급 호텔들도 ‘명월관 갈비탕’과 ‘호경전 볶음밥’ 등 프리미엄 간편식을 온라인몰과 테이크아웃 서비스로 판매하고 있다.

간편식 트렌드 발맞춘 아침간편식 지원 사업
그야말로 간편식 전성시대. 농림축산식품부도 이처럼 변화된 소비 트렌드에 발맞춰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아침간편식 지원 사업을 시작했다.

농식품부는 어린이·청소년의 아침밥 먹기 식습관 형성과 학업 집중도 향상 등을 위해 오는 11월 15일까지 전국 8개 초등학교 총 2230명 학생에게 아침 식사를 지원한다.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HACCP) 인증을 받고, 최근 3년간 위생관련 제재처분을 받지 않은 기업에서 국산쌀로 제조한 제품을 제공하며, 주먹밥류, 씨리얼류, 떡류 등의 간편식(1인당 120g내외)이 음료와 함께 주 2∼3회 제공된다.

농식품부는 가정간편식 등 최근 식품 소비 트렌드를 반영한 쌀가공식품 개발 지원 등을 통해 쌀 소비 확대를 추진하는 한편, 어린이 등을 대상으로 한 쌀 중심의 건강한 식습관 형성을 지원하고, 쌀에 대한 긍정적 인식 확산 등 교육‧홍보를 지속해 간편하고 건강한 쌀 섭취 여건 마련에 주력할 계획이다.

건강함과 간편함을 갖춰 바쁜 현대인의 라이프 스타일에 적합하고 재료와 제형에 따라 변신이 가능한 간편식 시장의 성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서구화된 식습관과 혼밥족의 증가 등으로 쌀 소비가 줄어들고 있지만, 역으로 변화하는 소비트렌드에 맞게 가정간편식을 다양하게 개발한다면 오히려 쌀 소비를 촉진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