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한우 300만두 시대 수급조절 대책① 한우 ‘최대 암흑기’ 2013년 불황 재현되나]
[기획-한우 300만두 시대 수급조절 대책① 한우 ‘최대 암흑기’ 2013년 불황 재현되나]
  • 이은혜 기자 grace-227@newsfarm.co.kr
  • 승인 2020.08.19 17: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구제역·사육마릿수 증가·수입산 소고기 늘어 가격 폭락
“불황기 교훈 삼아 대책 마련 서두르자”

(한국농업신문= 이은혜 기자)지난 6월 9일, aT센터에서 한국농촌경제연구원(원장 김홍상)·한우수급조절협의회 주관으로 ‘한우, 안정적 수급관리를 위한 전문가 토론회’가 열렸다. 그리고 이 자리에서는 한우 농가의 ‘최대 암흑기’로 꼽혔던 2011~2013년 한우 불황기의 재현이 예고됐다.

이형우 농경연 축산관측팀장은 올해 한우 사육 마릿수는 318만7000두로 전년보다 3.5%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증가세가 지속되며 2022년에는 334만7000두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고, 도축 마릿수도 올해 78~79만두에서 2022년에는 91~92만두 까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과거 한우 불황기(2011년~2013년) 당시 도축 두수 증가로 도매가격이 하락해 1만3000원대 가격 형성했던 것을 언급하며 점점 그 시기가 다가오고 있음을 알렸다.

2011년, 한우농가는 구제역과 그에 따른 한우값 폭락으로 이중고를 겪었다. 당시 한우사육량 증가로 늦어도 2년 이내에 한우값이 대폭락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면서 한우농가의 줄도산마저 우려되고 있던 상황이었다.

2011년 6월 말 기준 한우 사육마릿수는 305만3000마리로 전년 동기 대비(275만3000마리) 10.9%(30만마리) 이상 늘어나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고, 한우 가격은 급락세를 이어갔다. 

당시 축산물품질평가원의 한우 일일 산지가격 동향에 따르면 2011년 6월 말 한우(600㎏ 암컷 기준)는 377만4000원에 거래됐다. 이는 2010년의 같은 기간 532만6000원과 비교해 21.6%(115만2000원) 하락한 수치였다. 한우 수컷(600㎏ 기준)의 경우 하락폭은 더욱 커 6월 말 기준 320만3000원에 거래돼 2010년 같은 기간(508만1000원)보다 37%(187만8000원) 급락한 결과를 가져왔다.

여기에 수입산 쇠고기 수입규모가 크게 증가하면서 한우값 폭락세는 그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그해 상반기 쇠고기 수입 규모가 총 18만787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14만5597톤) 29%(4만2277톤) 증가하는 등 한우값 하락세를 가속화시킨 원인이 됐다. 

전북의 축산농민은 “그 때 한 마리 길러서 팔면 100만원 이상 손해 보는 상황이었다. 자식처럼 키운 소가 애물단지로 전락하던 때였다”고 과거를 회상했다. 이어 “주위 농가의 상황도 다 마찬가지였다. ‘울며 겨자 먹기’로 정부 정책에 동참했다”고 덧붙였다.

한우업계 관계자는 불황기를 떠올리며 정부의 암소 감축 정책을 언급했다. 이 관계자는 “10만두 감축 정책으로 그때는 암소를 잡으면 보조금을 줬다. 그렇지만 브레이크를 밟아야되는데 엑셀을 밟았었다는 생각이 든다”며 “한번 암소 기반이 줄어들어 다시 원상회복하려면 2~3년 은 지나야 한우의 능력이 회복된다. 암소 공급은 거의 안 이뤄지고 수소 공급은 딸리고 값은 올라가는 현상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당시 암소의 도축 행위가 한우 시장의 불안을 증폭시키켰다는 것이다.

전상곤 경상대학교 교수는 당시 불황을 타개할 대책으로 정부가 폐업지원, 암소감축안정제 두 가지 카드를 꺼내들었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이 대책으로 소규모 영세 농가들이 빠져나감에 따라 공급과 수요가 회복됐고, 가격 또한 정상 범위로 차차 돌아왔다”면서 “그러나 이 파도에 쉽게 움직이지 않았던 농가들이 많아 큰 도움이 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농경연의 전망을 비롯해 많은 전문가들은 선제적이고 자율적인 수급조절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국내 사육 증가로 향후 도매가격 조정국면이 예상되는 것은 자명한 일이고, 그러므로 수급 조절 또한 지금이 적기라고 생각해 미리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우협회는 지금 같은 정부의 무대책과 방관 정책으로는 농가가 살아남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협회 관계자는 “정부가 무조건적으로 생산자의 활동을 막을 것이 아니라 그에 상응하는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면서 “협회가 주장하는 미경산우 비육지원사업이 미흡한 부분이 있더라도 무대책보다는 생산농가에는 훨씬 더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충남의 한 농민은 “한우 불황기 시기에도 감축해야 한다, 조정해야 한다 이런 얘기들은 계속 있어왔다. 그러나 10년 가까이 되는 시간 동안 달라진 건 별로 없다”며 “공급과잉을 해소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지, 수박 겉핥기식 판단과 한시적인 대책은 농가에 하나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이어 “생산자단체와 정부는 신경전만 하지 말고, 협력해서 현실적인 방안을 함께 강구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