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한우 300만두 시대 수급조절 대책① 사육두수 이대로 늘어나다간 ‘제로섬 게임’]
[기획-한우 300만두 시대 수급조절 대책① 사육두수 이대로 늘어나다간 ‘제로섬 게임’]
  • 이은혜 기자 grace-227@newsfarm.co.kr
  • 승인 2020.08.19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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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상곤 경상대학교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
한우 사육두수 사이클 주기 길어지고 차이 좁아져
생산안정제 현실화 암소 감축 카드 필요

(한국농업신문= 이은혜 기자)

전상곤 경상대학교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
전상곤 경상대학교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

-한우 불황기, 당시 상황이 어땠나.
말 그대로 소비 면에서 최악이었다. 구제역이나 광우병, ASF, AI 등의 상황이 매스컴에 반영이 되면 폐사와 같은 장면은 소비자들에게 불쾌감을 주고 이는 소비 감축으로 이어지게 된다. 원래대로라면 완만하게 떨어져야 하는데 과거 사례는 반값으로 뚝 떨어졌다. 대응이 어려울 정도였다. 농가의 타격은 말할 것도 없었고. 사육두수가 늘어나던 시기에 하필 구제역이 발병했다. 사건 이후로 사육두수는 줄어들었지만, 소규모 영세 농가들은 자연스럽게 시장에서 뒤쳐졌고 결국 규모화, 일괄사육, 전업화된 농가들이 남게 됐다.

-앞으로의 불황을 예측하는 가장 큰 이유가 무엇인지.
현재 사이클의 형태를 보면 거의 정점을 찍었다. 농촌경제연구원에서 전망했듯이 330~340만두 사이로 보고 있다. 그럼 점점 가격이 떨어져야 하는데 추석을 앞둬서 그런지 아직 떨어지지 않고 있다. 그 떨어지는 경사가 급하게, 폭락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것이다. 물량이 늘었는데 값이 상당히 지지가 되는 것에 의아했다. 코로나19 사태와 재난지원금 효과가 상당히 컸던 것으로 생각한다. 그렇지만 곧 그동안 가격을 지탱해왔던 버팀목은 사라질 것이다. 추석 이후에 수요가 줄어들어 값이 하락할 요인은 분명히 있다. 

-농가들이 자율적으로 수급 조절할 수 있을까.
글쎄. 상대적으로 영세 농가는 가격 변수가 불안하니까 이래저래 도축할 가능성이 크지만, 이미 전업화된 농가들은 설령 값이 떨어진다고 해도 송아지를 더 뺄 가능성이 크다. 나중에 값이 회복되면 최종적으로 웃는 사람은 사육두수 많은 사람이 아니겠는가. 그래서 규모화가 되어 있는 농가들은 이런 상황을 감안하고, 쉽사리 줄이지 않을 것이다.

-한우 사육두수 사이클의 변화에 대해 설명해달라.
과거 한우 사육두수는 10~12년 주기로 증·감을 반복하는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이러한 한우 사이클은 일정한 패턴을 보이면서도 시간이 지날수록 파장은 길어지고 진폭은 감소하고 있다. 
이는 증가와 감소를 반복하는 주기는 길어지고 증·감의 차이는 좁아지는 것을 의미한다. 한우 사이클의 변화에는 ▲학습효과 ▲규모화 ▲사육구조 변화 등이 작용했다. 과거 소규모 번식농가에서 현재는 번식과 비육을 같이 하는 일괄사육 농가 비율이 증가했고, 전처럼 산지가격 변화에 급격하게 반응하지 않으면서 사육두수가 계속해서 과잉된다면 한우 사육 농가의 경영 불안정성도 지속될 수 밖에 없다. 결국 자본을 가진 규모화 된 농가만 살아남는 제로섬 게임이다.

-일괄사육의 부작용이 있다면.
일괄사육은 번식도 하고 비육도 해야 되는데, 굉장히 많은 임신한 소를 농가가 다 관리하는 건 한계가 있다. 암소를 관리하는 그런 쪽에 어려움이 많다. 송아지 출산율이 떨어지고 있는 것도 암소 케어를 완벽히 할 수 없는 구조라는 거다.

-송아지생산안정제에 대한 생각은.
당시 제도를 수립한 목적은 송아지 값이 떨어지면 보전하고, 번식 기반 확보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사육두수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가 이미 숫자가 차고 넘친 때 발동돼버렸다. 제도가 유명무실해져 가입률은 갈수록 떨어지고, 제도의 신뢰성 또한 담보할 수 없게 됐다. 정책의 신뢰성 면에서도 만들었으면 작동하게 해 주는 게 맞다. 사육두수가 너무 많으면 보조금을 탄력적으로 운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일단은 더 이상 두수가 늘어나는 것을 방지하는, 브레이크 밟을 수 있는 카드라고 생각한다.

-우선적인 대책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협회 쪽은 미경산우, 농협은 경산우 다양한 의견들이 있지만 어쨌든 그것들이 암소 감축 카드가 되는 데는 이견이 없다. 생산안정제를 현실화 할 수 있는 최선의 카드들이다. 농가는 시장 가격에 따라 반응한다. 값이 떨어지면 소규모 영세 농가들, 생산 효율성이 떨어지는 농가들부터 줄여나가기 시작할거다. 미미하겠지만 효과는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폭락을 방지하고 사육두수가 적절하게 유지되게끔 속도를 조절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