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떡볶이 시장 진출, 소상공인 생계 위협
대기업 떡볶이 시장 진출, 소상공인 생계 위협
  • 김흥중 기자 funkim92@newsfarm.co.kr
  • 승인 2021.05.04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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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대기업 OEM 방식도 수출 확대 가능
업계 대부분 HACCP 적용…안정성·위생 문제없어
한국쌀가공식품협회와 소상공인연합회가 지난달 27일 서울 aT센터에서 개최한 떡볶이 소상공인 보호·육성 방안 마련을 위한 긴급 좌담회에서, 참석자들이 '대기업 떡볶이 시장진출 NO!'라고 쓰인 피켓을 들고 있다.(사진=한국쌀가공식품협회 제공)

(한국농업신문=김흥중 기자) 국내 대기업이 최근 사업 다각화를 이유로 떡볶이 시장에 진출하려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에 떡볶이 시장의 주를 이루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은 대기업 진출은 생계위협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그동안 떡볶이 등 떡류 시장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위주로 시장이 형성돼 왔으며, 2013년 기준 568억원에 불과했던 시장규모는 지난해 1274억원으로 124% 성장했다. 수출 규모도 2013년 1190만 달러에서 350% 급성장해 2020년 기준 5376만 달러를 기록하는 등 매년 30% 이상의 성장세를 이어왔다. 이러한 성장에는 떡볶이 산업이 2014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된 것이 한몫했다. 

그러나 지난해 8월 떡볶이의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 기간이 만료되자 국내 굴지의 식품 대기업들은 떡볶이떡을 직접 제조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간 OEM(주문자위탁생산) 방식으로 생산했던 제품을 직접 생산해 판매하겠다는 것이다. 이미 국내 한 식품 대기업은 올해 4월 매달 300톤 규모의 생산능력을 갖춘 직접 생산시설을 구축했다.

이에 한국쌀가공식품협회와 소상공인연합회는 지난달 27일 서울 aT센터에서 떡볶이 소상공인 보호·육성 방안 마련을 위한 긴급 좌담회를 열고 대기업의 떡볶이 시장 진출을 반대하는 의사를 강하게 피력했다.

조상현 쌀가공식품협회 부장은 “대기업의 떡볶이 시장진출은 취약한 재무구조, 불안정한 유통망 등 한계를 지닌 영세기업에게 생존을 장담할 수 없는 위협요소가 된다”면서 “마치 종합격투기에서 헤비급(대기업)과 플라이급(영세기업)이 맞붙는 것과 같으며, 결과는 불 보듯 뻔하다. 체급을 나눠서 경쟁할 수 있도록 기존 업체를 보호하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쌀가공식품협회에 따르면, 대기업들은 떡볶이 제품의 수출을 확대하기 위해 직접 제품을 제조·판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외시장에서 경쟁우위를 선점하기 위해 국내시장에서 제품에 대한 검증을 거쳐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좌담회에 참석한 김명진 아셀떡 대표이사는 “현재 떡국·떡볶이 수출은 대기업이 직접 생산하지 않아도 매년 증가하고 있고, 지금처럼 OEM 방식으로도 얼마든지 수출 증대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대기업들이 더 나은 위생과 품질 관리를 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 좌담회에 참석한 모든 관계자는 반대의견을 내비쳤다. 이상효 국제농산업개발원 식품전문위원은 “이미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들도 지난 30년간 상호 경쟁하면서 단계적으로 생산설비개선, 공정관리 혁신 등을 이뤄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떡볶이는 제조 공정의 위해요소를 중점관리하는 기준인 HACCP 의무 품목이며, 지난해 기준 소상공인 업체의 90% 이상은 HACCP 인증을 완료했다.

좌담회에서는 대기업이 떡볶이 시장에 진출할 경우 소비자 선택권에 제약이 따를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황선옥 소비자시민모임 상임고문은 “영세업체를 중심으로 같은 떡볶이더라도 다양한 제품이 개발된 현재 시장에 대기업이 진출하면 시장 독점으로 인해 기존 업체에서 출시하는 제품들이 줄게 되고, 오히려 소비자는 몇 군데 대기업에서만 생산하는 제품을 먹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떡볶이를 문화적 상품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대기업 진출을 반드시 막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최정권 숭실대학교 교수는 “떡볶이는 궁중에서 시작해 지역별, 계절별로 소비자의 다양한 요구에 따라 다품종 소량생산의 형태로 발전하면서 국민 간식으로 자리잡았다”면서 “대기업 진출을 통한 천편일률적인 상품은 문화적인 상품으로 성장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쌀가공식품협회와 소상공인연합회는 떡볶이를 생산하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떡볶이가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될 수 있도록 중소벤처기업부와 동반성장위원회에 신청서를 제출한 상태다.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은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이 만료된 업종·품목에 대기업과 중견기업이 진출하는 것을 제한하는 제도로, 지정된 업종에 대해서는 3년 동안 인수·개시·확장 등 영업 범위가 제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