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팜리포트] 코로나19 농촌 일손구하기 비상② 현실 반영 못하는 근로자 숙소 문제…“배려 아닌 규제”
[뉴스팜리포트] 코로나19 농촌 일손구하기 비상② 현실 반영 못하는 근로자 숙소 문제…“배려 아닌 규제”
  • 이은혜 기자 grace-227@newsfarm.co.kr
  • 승인 2021.05.07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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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 주거시설 기준 강화·개정안 행정예고
“농장주·근로자도 원치 않는데 누굴 위한 제도인가”

(한국농업신문= 이은혜 기자)코로나19로 인해 농촌 인력 수급에도 어려움이 많지만, 현재 축산 농가에서는 외국인근로자 숙소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지난 1월 고용노동부는 농·어업 분야 고용허가 주거시설 기준을 대폭 강화했다. 외국인 근로자의 고용허가 신청 시 비닐하우스 내 컨테이너·조립식 패널 등 가설 건축물을 숙소로 제공할 경우 고용허가를 내주지 않기로 한 것으로, 올해 1월 1일부터 적용됐다.

또한, 지난 3월 31일 고용노동부는 ‘외국인근로자의 기숙사 정보 제공에 관한 규정’ 일부 개정안을 행정예고했다. 일부 개정안에 따르면, 사업주(농축산어업인)는 외국인근로자와 근로계약을 체결할 때, 개정된 ‘외국인 기숙사 시설표’와 ‘기숙사 시각 자료(사진, 영상 등)’를 함께 제공해야 한다.
특히 외국인 기숙사 시설표에는 가설 건축물(컨테이너, 조립식 패널 등), 사업장 건물, 기타 주거시설의 경우 ‘가설 건축물 축조 신고필증’ 및 ‘건축물 대장상 주거시설’임을 증명하는 서류를 제출토록 명시하고 있다.

농업계는 농업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이 같은 규제는 현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축산 농가의 경우 상시로 많은 근로자가 필요하지만, 내국인 근로자의 공급이 어렵다보니 농장 경영주를 빼놓고는 대부분이 외국인근로자인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농촌 현실을 외면한 채 정부가 정부가 외국인근로자의 주거시설 기준을 강화하면서 오히려 외국인근로자를 고용하기 더 어려워졌다고 주장했다.

한국농축산연합회 등 농업인단체들은 농민공동행동을 구성해 지난달 23일 고용노동부 앞에서 ‘외국인근로자 농촌 주거 환경 강화 규탄’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에 한국농축산연합회·농민의길·한국농업인단체연합·축산관련단체협의회 4개 단체는 농민공동행동을 구성해 고용노동부 앞에서 지난달 23일 ‘외국인근로자 농촌 주거환경 강화 규탄’ 기자회견을 개최하며 정부 방안은 농축산 현장과 협의를 통해 원점 재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농민공동행동은 “실제 신고필증 발급은 농지가 아닌 대지를 전제로 하며, 건축물 축조 전 사전 신고를 해야 하므로 기존 미허가 가설 건축물은 활용이 불가능하다”면서 “신고필증을 받지 못한 농가는 대체 부지(대지)를 마련해 숙소를 신축해야 하므로 행정적 절차의 불편함은 물론 재정적 부담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또한, “개정안이 당초 중점 개선 방향인 주거를 위한 필수시설 설치와 개선보다는 숙소(가설 건축물, 관리사)의 인허가 여부에만 중점을 두고 있어 농촌의 현실과 동떨어진 과잉규제·부작용으로 이어질 우려가 매우 크다”고 주장했다.

한편, 농민공동행동은 기자회견에서 ▲‘사업장 건물, 기타 주거시설은 건축물 대장상 용도가 주거시설로 인정받은 경우’의 강화된 규정 삭제 ▲필수시설 구비한 미허가 가설 건축물의 유예기간 1년 이상 적용 ▲외국인근로자 주거시설 개선을 위한 예산편성 등 정부의 실질적 대책 수립 ▲농촌 외국인근로자 거주시설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민·관협의체 구성해 현장 의견 반영 등을 촉구했다.

축산 농장을 운영하는 한 농장주는 “상시로 농장을 돌봐야하기 때문에 나같은 농장주도 관리사에서 지낸다. 심지어 근로자 숙소는 에어컨·난방·소방 시설 등 필요한 것들을 다 갖춰놓았다”면서 “기존 숙소에서도 문제 없이 잘 살고 있는데 무조건 새로 지으라고 하면 어떡하나. 정확한 현장조사를 통해 개선점을 파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한 업계 관계자는 “외국인근로자들은 농장과 숙소가 멀어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 지금 숙소(가설건축물)도 사는 데 지장이 없기 때문이고, 숙소를 농장과 떨어진 곳으로 잡으면 오히려 출퇴근도 힘들고 교통비가 더 든다”면서 “돈을 벌기 위해 온 일부러 한국으로 온 사람들인만큼 상황이 어려워지는 것을 원치 않더라”고 말했다.

축산 생산자단체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축산과 시설재배, 노지작물 농업도 작물의 특성에 따라 현실이 다 다르다. 각 농업의 특수성을 배제하고 일률적으로 제도를 만들었기 때문에 현장에서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 “국내 인력 수급도 어려운 상황에서 외국인근로자 문제 마저 규제로 간다면 앞으로의 농업은 더욱 더 절망적이다. 현장의 의견을 바탕으로 한 정책 방안을 다시 세워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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