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은 벼값에 고심하는데 무대책 일관하는 농식품부
농민은 벼값에 고심하는데 무대책 일관하는 농식품부
  • 연승우 기자 dust8863@newsfarm.co.kr
  • 승인 2021.10.08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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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지 쌀값 상승하자, 초과 생산량 시장격리 미뤄
양곡법 무시하고, 수급안정위원회 무용지물

(한국농업신문= 연승우 기자) 최근 벼값은 전년보다 하락했지만, 쌀값은 오히려 올라 농가들의 근심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농림축산식품부는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특히, 올해 쌀생산량이 수요량을 크게 초과할 것이라는 통계청 예측도 있어 농가들은 벼값 하락을 우려하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농식품부는 양곡관리법에 따라 수급안정대책을 발표해야 하지만, 11월 15일 통계청의 쌀 생산량 통계 발표 후에 대책을 내놓겠다는 입장이다.

▶쌀 소비량 얼마나 초과하나= 올해 쌀생산량은 예측불가이다. 당초 소폭이나마 벼 재배면적이 증가했고, 8월말까지 기상여건이 좋아 생산량이 지난해보다는 크게 늘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8월말부터 잦은 비로 인해 도열병 등 병충해가 남부지역에서 창궐하면서 생산량이 예측보다 줄어들 수도 있다는 예측도 있다.

일단 통계청이 지난 8일 발표한 예상 생산량은 9월 15일 기준 383만톤으로 전년보다 32만톤 증가했다.

농식품부는 지난 8일 열린 양곡수급안정위원회에서 신곡 수요량을 357~361만톤으로 전망하고 있어 현재로서는 22~26만톤 공급 과잉이 예상된다. 이는 생산량이 수요량의 6.1%~7.2%가 초과되는 양이다.

▶양곡법 절차 따르지 않는 농식품부= 양곡관리법에는 매년 10월 15일까지 생산량과 수요량에 따른 수급안정대책을 수립, 공표해야 한다. 하지만 농식품부는 지난 8일 발표한 수급안정대책에는 아무런 내용이 없다.

수급 대책은 쌀값이 급등락하지 않도록 2021년산 수급관리에 만전을 기할 계획이라며 ▲공공비축미(35만톤), 산지유통업체 벼 매입자금 지원(3.3조원) 등으로 수확기 농가 출하 물량 안정적 매입 ▲쌀 최종 생산량(11월 15일 통계청 발표)에 따라 초과 생산량이 ‘수급안정제도’에 따라 시장격리 요건에 해당하면 쌀값 등 수급 상황을 감안해 시장격리 등 수급안정대책을 보완하겠다는 내용이다.

11월 15일까지 아무런 대책 없이 통계청 발표만을 기다리겠다는 것이 농식품부의 입장이다. 공공비축미 매입과 벼 매입자금 지원은 매년 진행되는 것으로 대책이라 할 수 없다. 

▶초과분 시장격리 미루는 농식품부=양곡관리법 시행령에는 생산량이 수요량의 3%가 초과하면 시장격리를 하게 돼 있지만, 농식품부는 이를 지키지 않고 있어 초법적 행정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 관계자는 “올해 쌀 예측생산량과 내년 수요량이 예측돼 있는 상황에서 시행령에 따라 시장격리를 발표해야 하지만 농식품부가 쌀값이 비싸다며 11월 15일까지 발표를 미루고 있는 셈”이라며 “농가들은 벼값이 하락할까 전전긍긍하는데 농식품부는 소비자 물가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농식품부가 대책발표를 미루는 이유는 산지쌀값이 상승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통계청이 10월 5일 발표한 신곡 쌀값이 5만6803원으로 지난해 같은 시기보다 3.6% 상승했다. 하지만 현장에서 벼 매입가격은 지난해보다 낮게 형성되고 있다.

임병희 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 사무총장은 “신곡 쌀값은 남부지역에서는 조생종이 거의 없기 때문에 경기도와 강원도 조생종 쌀값으로 봐야 한다”며 “단지 쌀값만을 보고 벼값 하락에 대한 대책을 세우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8일 여린 수급안정위원회에서도 생산자 대표들은 일단 수요량보다 생산량이 3% 초과했기 때문에 시장격리를 시그널을 시장에 보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농식품부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아 수급안정위가 농식품부의 요식행위로 전락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농식품부가 쌀값이 높다는 이유로 대책을 미루면서 벼값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을 면치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