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값하락 무대책 농식품부…들끓는 농심
쌀값하락 무대책 농식품부…들끓는 농심
  • 김흥중 기자 funkim92@newsfarm.co.kr
  • 승인 2021.11.17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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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쌀 생산량 388만2000톤, 예상보다 5만5000톤 늘어
농식품부, 쌀값 지난해보다 높다며 시장격리 신중 입장

(한국농업신문= 김흥중 기자) 통계청이 지난 10월 8일 발표한 예상 쌀생산량보다 쌀생산량이 더 늘어났지만, 농식품부는 이렇다할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농식품부가 무대책으로 일관하자 농민들은 성명을 발표하고 집회를 열며 성난 농심을 토해 내고 있다.

통계청은 지난 15일 올해 최종 쌀 생산량을 전년보다 37만5000톤(10.7%) 증가한 388만2000톤으로 발표했다. 앞서 내놓은 예상 생산량보다 5만5000톤 많은 양이다. 정부가 예상한 2021년 신곡 예상 수요량보다도 20~30만톤 많다. 쌀값 하락은 불 보듯 뻔한 상황으로 양곡관리법의 시장격리 요건을 충족하는 수준이다.

예상 생산량보다도 수확량이 늘어나면서 수확기 쌀값 하락을 막기 위해 시장격리 요구가 빗발치고 있지만, 정부는 여전히 시장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쌀 수급안정대책 발표 이후 또다시 미온적인 태도를 고수했다. 시장 상황을 살피다 격리가 필요하면 그제야 나선다는 것이다.

정부의 이 같은 입장에는 현재 쌀 가격이 한몫했다. 시장격리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쌀 가격은 전년보다 높거나 비슷해 당장은 격리 조치가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14일 세종정부청사 앞에서 열린 집회에서 농민들이 쌀값대책을 촉구하면서 트랙터로 벼포대를 짓밟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지난 15일 정부세종청사 앞에서 열린 집회에서 농민들이 쌀값대책을 촉구하면서 트랙터로 벼포대를 짓밟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올해 쌀 생산량을 수급 상황상 과잉 상태이기에 격리가 필요하다는 데에는 정부 역시 공감하고 있다”면서 “다만, 현재 쌀값은 흉년으로 가격이 크게 올랐던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다. 물가당국 입장에서는 쌀값이 조금 더 안정화될 필요가 있어 시장격리에 난색을 보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부가 가격을 이유로 수급 대책을 내놓지 않는 사이 산지 쌀값은 계속해서 내려가고 있다. 또 가격하락 폭마저 커지고 있어 이대로라면 쌀값이 끊임없이 내려갈 수 있다는 우려도 속속 나오고 있다.

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는 지난 15일 성명에서 “현장에서 거래되는 벼 수매가는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으며, 통계청이 조사한 산지 쌀값 역시 지난 10월 5일부터 크게 떨어져 그 하락률이 쌀값 최대 혼란 시기인 2015~2016년 수준에 달하고 있다”면서 이후 쌀값은 더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산지 쌀값은 정곡 20㎏ 기준 지난 10월 5일 5만6803원에서 꾸준히 내려가 11월 5일 기준 5만3643원을 기록했다.

GS&J 인스티튜트에서 내놓은 10월 쌀 가격 동향에서도 10월 신곡 산지 쌀값은 전년 동월보다 2.6% 높기는 하지만 하락세가 빨라지고 있다며 쌀값 하락은 지속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김명환 GS&J 농정전략연구원장은 “쌀 생산량이 전년보다 10% 정도 과잉되면, 쌀 가격은 15~20% 정도 떨어질 수 있다”면서 “이미 최종 생산량이 발표된 시점에서 산지 쌀값은 더 내려갈 것이다. 가격이 더 하락하고 나서야 시장격리 등 대책을 내놓으면 시기상 너무 늦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농업계는 계속되는 쌀값 하락에 다시 한번 시장격리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쌀전업농중앙연합회는 “11월 15일 통계청에서 지난달보다 더 많은 생산량을 발표했는데도 농식품부는 시장격리를 발동하지 않고 있다”면서 “시장가격하락을 방지하기 위해 도입한 ‘자동시장격리제’가 오히려 시장가격하락을 방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서 “벼 매입자금 지원 확대, 피해벼 매입 등을 쌀 생산량 증가에 대한 대책으로 내놓고 있지만, 이는 결정적인 방안이 될 수 없다. 이달 중 쌀 시장격리 발표와 시행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전국농민회총연맹,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또한 지난 15일 기획재정부와 농식품부 앞에서 긴급 집회를 열고 정부가 물가안정을 핑계로 산지 쌀값 하락을 방치하고 있다며, 쌀값 안정을 위해 수확기 초과 물량을 신속히 격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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