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10주년-쌀 어디서 어떻게 사먹고 있나②] 방앗간도 온라인 경쟁
[창간10주년-쌀 어디서 어떻게 사먹고 있나②] 방앗간도 온라인 경쟁
  • 유은영 기자 you@newsfarm.co.kr
  • 승인 2022.09.19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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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유통판도 바꿔...RPC도 온라인으로 돌파구
본격 진입 1년…포장, 송장분류 등 일거리 분담 숙제

소비자, 연산혼합 등 품질에 대한 막연한 의구심

도정부터 배송까지 전과정 투명공개로 신뢰 확보 노력해야

(한국농업신문=유은영 기자) 쌀도 요새는 경쟁력을 갖춰야 하는 시대다. 예전에는 국민 주식이라는 명분으로 밥이 잘 지어지기만 하면 그만이었지만, 최근에는 다이어트, 건강 등 기능성과 씻어나온 쌀 등 편리성을 강조하며 소비자 눈길을 유도하고 있다.

포장용량의 다양화도 쌀 판매 시대상의 변화를 보여준다. 불과 3년 전까지만 해도 가족 수나 사용패턴에 관계없이 무조건 10kg, 20kg의 대용량 일색이었다. 물론 그 이전에는 80kg 한 가마로 시작하지만, 10~20kg에서 1kg, 3kg, 5kg으로 가는 시간은 꽤나 오래 걸렸다. 쌀이 워낙 전통 식품으로 분류되다 보니 유통환경 변화의 흐름을 다른 농산물보다 조금 늦게 따라가는 경향이 있다는 분석이다.

바쁜 현대인 생활 맞춰 쌀 판매방식 진화

씻어나온쌀, 다이어트쌀, 혼합곡 등 쌀의 다양한 변화는 현대인의 바쁜 생활상을 반영한 것이자 건강과 웰빙을 원하는 요구에 부응한 것이다. 씻어나온쌀은 익산농협 옥야수미, 홍국현미 담은 혼합곡 여주쌀, 대왕님표 하나로라이스 등 이미 흔하게 볼 수 있다. 거기서 한 단계 더 발전한 것이 기능성을 담은 쌀을 씻어 낸 것이다. 바쁜 직장인을 위한 '한끼톡톡 고시히카리'와 '다이어트 씻어나온 곤약미'는 시간을 가장 적게 쓰면서 효율적으로 미용과 건강을 챙길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 반영된 제품이다.

포장용량의 다양화는 이런 현대인의 요구에 맞춰 변화한 쌀의 다양한 모습을 담아냈다. 1인가구, 맞벌이 부부의 이같은 마음을 읽은 농민들의 염원도 이뤄진 셈이다. 다만 시간이 오래 걸렸다. 쌀 소비패턴은 집에서 밥을 자주, 그리고 많이 먹지 않게 변한지 오래지만, 소포장 용량이 일반화된 것은 불과 3년 전이다. 요즘엔 포장도 일보 진전해 공기를 확 뺀 진공포장으로 쌀의 저장기간을 획기적으로 늘린 상품들이 소비자의 구미를 당기고 있는 모습이다.

신속, 편리성...온라인이 압도적

쌀 소비패턴 변화에 따라 거래방식에도 변화가 생겼다. 쌀도 드디어 온라인 거래시장에 합류한 것. 그간 온라인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동안에도 쌀은 산지도매유통업체에서 소비지유통업체로 납품하는 고전적인 유통방식을 고수하고 있었다. 온라인 거래의 장점은 단연 편리성이지만 쌀은 편리성을 추구하는 소비자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온라인 시장에 진입한 여타 다른 상품들과는 결이 좀 다르다. 쌀의 유통방식에 변화가 생긴 계기는 비대면 거래가 주를 이뤘던 코로나19 확산시기와 맞물린다.

충남 보령시는 지난해 코로나19 장기화로 택배 판매량이 급증한 '삼광미 골드'의 안정적 유통을 위해 만세보령통합RPC에 택배자동포장라인을 구축하고 지난해 6월 10일 시연회를 개최했다.
충남 보령시는 지난해 6월 10일 코로나19 장기화로 택배 판매량이 급증한 '삼광미 골드'의 안정적 유통을 위해 만세보령통합RPC에 택배자동포장라인을 구축하고 시연회를 개최했다.

전통적 거래방식 고수 RPC들 시대흐름 합류

지난 2020~2021년 산지 쌀 유통의 구심체인 미곡종합처리장(RPC)들도 드디어 온라인 유통에 합류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낳은 변화 사례다. 한창 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릴 때 웬만하면 밖에 나가지 않고 집에서 삼시세끼를 해결하던 코로나19 시대의 생활상이 가장 전통적인 방식을 고수하던 RPC의 거래방식을 바꿔놓은 것이다.

충청 중부권에서 RPC를 운영하는 A씨는 “거의 모든 대면거래가 없다시피한 상황에서 온라인 덕분에 선방했다”며 “돌이켜보니 온라인 거래를 본격적으로 시작한지 이제 1년 됐다”고 말했다. 한창 코로나19가 확산하던 지난해 RPC들이 온라인 유통으로 눈을 돌린 것으로 보인다.

전북지역 RPC 업주 B씨는 “오프라인에선 거의 안 나가. 코스트코, 홈플러스, 이마트가 됐든 롯데마트도 마찬가지야. 판매 비중이 20%도 안된다”며 “유통판도가 완전히 바뀌었다”고 새삼 놀라워했다.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다양한 브랜드의 ‘씻어나온쌀’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다양한 브랜드의 ‘씻어나온쌀’

신선도 오프라인보다 강점

소비자 입장에서 온라인 거래의 장점은 빨리, 문 앞에서, 가장 저렴한 가격으로 받아볼 수 있다는 것이다. 신속성과 편리함, 경제성으로 요약된다. 쌀 역시 인터넷 가격비교 검색을 통해 같은 제품을 가장 싼 가격에 파는 곳에서 사게 마련이다. 더 나아가 신선도에서도 오프라인 매장을 확연히 추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남의 RPC 업주 C씨는 “온라인으로 쌀을 구매하면 도정일자가 오래돼 봐야 이틀 전이다. 사실 마트 매장에는 10일, 20일, 심지어 한달 된 것도 있다”며 “오프라인보다 온라인이 더 신선하고, 시간활용도 효율적이고, 가격도 싸다. 이러니 유통구조가 안 바뀔래야 안 바뀔 수가 없다”고 말했다.

소비자 냉정한 평가 대응해야

온라인 거래가 장점만 있는 건 아니다. 소비자의 냉정한 평가에 대응해야 하기 때문이다. 바로 사용후기(리뷰)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대응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것. 업계에 따르면 온라인 거래시 소비자 관심이 가장 높은 부분이 밥맛으로 리뷰 1순위를 차지한다. 우리나라 RPC는 정부의 시설현대화 지원정책과 발전된 도정기술 습득으로 품종과 상관없이 균일한 최상의 밥맛을 제공한다. 두 번째가 배송이다. 보통 주문 후 3일 안에 배송되면 별 불만이 없다고 본다. 그러나 장마철이나 겨울철엔 박스파손 등을 이유로 낮은 점수를 주는 경우가 종종 있다. 세 번째 순위를 올린 것이 품질이다. 싸래기가 많이 섞여들어갔거나 깨진 쌀이 많이 보였다거나 하면 불량품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다.

강원도의 RPC 업주 D씨는 “소비자들은 너무 정확하다. 내가 판매한 쌀에 대한 평가가 리뷰로, 평점으로 다 나온다. 좋으면 좋다, 안 좋으면 안 좋다고 사진까지 찍어올려준다”며 “그걸 다 공부해야 온라인 유통시대에 발 맞춰 갈 수 있다”고 귀띔했다.

대형마트 매장의 즉석도정 코너.
대형마트 매장의 즉석도정 코너.

‘당일도정’이 ‘즉석도정’ 눌러

온라인 시장은 신속성을 강점으로 오프라인을 계속 따돌리고 있다. 이마트, 홈플러스 등 오프라인 마트에 있던 ‘즉석도정 매장’이 온라인에 밀려 점차 사라지고 있는 게 그 반증이다. 소비자가 보는 앞에서 즉석으로 방아를 찧어 현미나 쌀로 주는 즉석도정이 한때 인기를 타는 듯했지만 어제 도정한 걸 오늘 새벽 6시까지 갖다주는 ‘새벽배송’ ‘신속배송’을 무기로 한 온라인의 경쟁력에 밀려 차츰차츰 매장에서 철수했다. 이런 추세에 따라 오프라인 매장도 즉석도정 쌀 판매처를 온라인으로 점차 옮겼다.

D씨는 “즉석도정 매장이 없어질 수밖에 없다”며 “당일 도정한 쌀을 매장에 갈 필요 없이 집에서 받을 수 있는데 굳이 도정하러 가겠나? 소비자들이 얼마나 스마트한데, 안 보는 것 같아도 신선도 등등 다 본다. 결국 온라인을 따라갈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온라인의 ‘당일도정’이 즉석도정을 앞지른 이유다.

온라인, 또 다른 영역에 서툴지만 적응해야

마트와 외식업소 등 전통적인 납품방식 외에 다른 유통방법은 생각지도 못한 RPC들이 시대 흐름에 밀려 온라인 시장의 ‘초보’가 됐다. 기존 거래처 관리 외에 온라인이라는 일거리 하나가 더 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런 만큼 일일이 박스 포장이며 택배 송장 분류 등 여간 번거로운 게 아니라는 반응이다. 주문이 들어오는 즉시 도정하고 배송하는 데 주어진 시간은 단 3시간. 주문량이 2~3000포일 때는 전문인력이 상주하지 않고는 수용할 수 없는 물량이다.

업계 관계자는 “RPC 운영자들이 대부분 고연령층이라 온라인 거래에 서툴다”며 “하지만 온라인을 통하지 않고는 쌀이 안 팔리는 시대가 왔다. 외주를 주든 상시인원을 고용하든 변화한 흐름에 부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쌀을 온라인 구매하는 소비자 입장에선 쌀 품질에 대한 우려를 가장 많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소비자연맹 강정화 회장은 “우리나라 쌀은 미질과 형태 등 일정한 수준까지 올라와 있다”면서도 “농수산물은 공산품만큼 균일한 품질을 갖기 어렵다. 그런 점에서 연산혼합이 의심되거나 완전미 비율 등 쌀의 모양을 가지고 불만을 제기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온라인을 통해 쌀 판매시 소비자의 쌀 품질에 대한 의구심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 강구 등 노력이 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강 회장은 “배송과정에서 변질을 고려해 포장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내가 판매하는 쌀의 경쟁력이 뭔가를 고민하며 마케팅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은영 기자 you@newsfar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