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10주년-쌀 어디서 어떻게 사먹고 있나①] 쌀도 이제는 '구독'해서 먹는다…맛·편리함 둘 다 잡아
[창간10주년-쌀 어디서 어떻게 사먹고 있나①] 쌀도 이제는 '구독'해서 먹는다…맛·편리함 둘 다 잡아
  • 김흥중 기자 funkim92@newsfarm.co.kr
  • 승인 2022.09.20 03: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소비자들 쌀 구매 시 '가격' 우선 확인
대세가 된 구독경제, 쌀도 '정기배송'
코로나 시대 온라인 거래 비중 '껑충'

(한국농업신문=김흥중 기자) 울산에 사는 30대 주부 김아무개씨는 최근 새로운 방식으로 쌀을 구매했다. 늘 대형 마트에서 10㎏짜리 쌀 한 포대씩 사서 먹었던 그는 인터넷에서 접한 ‘쌀 정기배송 서비스’를 이용해 백미와 현미 총 5㎏을 주문했다. 이 업체는 주문 즉시 도정한 쌀을 소비자가 원하는 날마다 배송해준다고 했다. 김씨는 “마트에서 산 쌀은 쌀자루 채로 발코니에 던져두고 오래 둬서 묵은쌀이 되기 일쑤였다”며 “먹을 만큼만 매번 주문해서 받아먹으니 구입하기도 편리하고, 신선한 쌀을 늘 먹을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최근 신선 농산물의 온라인 거래가 활발해지고 있다. 이 같은 경향은 비대면과 거리두기를 강제했던 코로나19 여파로 더욱 확산됐다. 더불어 우유나 신문을 정기적으로 배송해서 받아보는 서비스가 신선 농산물로도 퍼졌다. 대형 유통업체에서는 앞다투어 전날 밤에 주문하면 다음 날 새벽에 배송해주는 ‘새벽배송’ 서비스를 시작하기도 했다. 

새로운 유통 방식의 바람은 야채나 과일뿐 아니라 국민 주식인 쌀에도 불어왔다. 온라인으로 쌀을 주문하는 방식에 이어 쌀을 정기 배송해주는 구독 서비스도 생겼다. 가구 특성에 맞춰 포장 단위를 낮춘 제품들도 속속 출시됐다. 쌀 역시도 새로운 방식으로 소비되고 있는 것이다.

쌀 구매 시 '가격요인' 중요

국내 소비자들은 우리나라 주식인 쌀을 구매할 때 보통 ‘가격’을 먼저 확인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다음으로는 원산지와 생산 지역을 따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쌀은 2~3개월마다 구입하는 가구가 많았다.

소비자들은 쌀을 어떻게 소비하고 있을까.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서 지난해 3875가구를 대상으로 진행한 식품소비행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62.7%는 2~3개월마다 쌀을 구매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쌀을 구입할 때 먼저 확인하는 정보로는 ‘가격’이 21.9%를 차지하면서 가장 우선순위로 나타났다. 20㎏ 기준 쌀 구입 가격에 대해서는 6만원 이상의 쌀을 구입하는 가구 비중이 36.6%로 가장 높았다. 가격 다음으로는 원산지(19.4%), 생산지역(19.2%), 쌀 품종(12.3%), 브랜드 (10.1%) 순의 비중으로 정보를 확인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농경연의 ‘쌀 시장 유통 구조 분석 및 소비 실태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한 가구에서는 매달 6㎏의 쌀을 소비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중 품목별 비중은 백미가 전체 쌀 조달량의 88%로 대부분을 차지했고, 찹쌀이 6.6%, 흑미 등 유색미가 4.5%, 현미 1.3% 순으로 나타났다. 

정해진 날마다 집 앞으로 쌀이 온다

소비자가 정기적으로 일정 비용을 지급해 원하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소비하는 방식인 ‘구독경제’가 최근 신선 농산물에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쌀도 마찬가지다. 주식인 쌀을 먹을 만큼만 주문해서 일정한 날짜에 정기적으로 배송받는 소비자가 늘고 있는 것이다.

박지윤 곡식창고 미미 대표는 경기도 이천 쌀을 소포장해 구독 서비스로 판매하고 있다. 매월 둘째 주와 넷째 주 화요일마다 갓 도정한 쌀을 배송하는 방식이다. 

맞벌이하며 아이를 키우는 부부들이나 30대 주부들이 주로 이 서비스를 많이 이용하고 있다는 게 박 대표의 설명이다. 박 대표는 “쌀은 도정한 후 20일 이내에 먹는 게 맛과 영양면에서 가장 우수하다고 한다”며 “이 점을 생각해보니 갓 도정한 쌀을 2주 간격으로 정기배송하는 상품을 만들면 어떨까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곡식창고 미미에서는 1인 가구용 450g 쌀 2개, 2~3인 가구용 3㎏ 쌀 2개씩을 배송하고 있다. 가구 특성에 맞게 먹을 만큼만 쌀을 주문할 수 있어 구매자들 사이에서 호평이 자자하다. 

박 대표는 “집에서 밥을 먹긴 하지만 자주 드시지 않는 분들이 구독 서비스를 좋아하신다”며 “고객들은 쌀을 직접 사러 가지 않아도 되고, 품을 들이지 않고도 품질 좋은 쌀을 3~6개월간 편하게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구독서비스의 장점으로 꼽았다”고 말했다.

구독 서비스를 몸소 실천하고 있는 농업인도 있다. 김주형 매일의아침 대표는 경북 경주에서 직접 농사지어 수확한 쌀을 2년 전부터 소비자들에게 정기배송하고 있다.

김주형 대표는 쌀을 2.5㎏, 5㎏ 단위로 포장해, 고객이 선택한 제품을 1회 주문 시 5번 배송하고 있다. 주로 아이가 있는 30~40대 가구에서 주문량이 많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특히 김 대표는 특정 날짜마다 고정적으로 배송되는 일반적인 구독 서비스와 달리 고객이 요청하는 날짜에 맞춰 정기배송한다. 쌀의 신선도를 최대한 높이기 위해서다. 

김 대표는 “어떨 때는 쌀이 금방 떨어지는가 하면, 좀 더 오랜 기간 먹을 때도 있다. 날짜를 정해놓고 배송하게 되면 고객 입장에서는 쌀이 모자라거나 남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며 “고객 사정에 맞춰 쌀을 전해드리기 위해 따로 요청하신 날짜마다 배송하고 있다. 조금 수고스럽지만, 이렇게 하면 조금이라도 더 신선한 쌀을 드릴 수 있다”고 말했다.

가전제품 렌탈(임대) 서비스에서 착안해 쌀 정기배송 상품을 만들게 됐다는 김 대표는 정기배송의 장점이 상당히 많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원하는 가격에 쌀을 팔 수 있으니 수매하는 방식보다 수익 면에서 낫다. 특히 정기배송은 고정적인 거래가 되는 셈이니 판로확보 측면에서도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서 1374명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식품구독경제 이용실태에 대해 설문한 결과 응답자의 57.2%는 이미 식품 구독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가운데에는 30~40대 소비자가 가장 많았다. 

식품 구독서비스를 이용하는 가장 큰 이유로는 ‘편리함’을 손꼽았다. 매번 사는 식품을 저렴한 가격에 편리하게 배송받기 위해서 구독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쌀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에게서도 나타난 반응이다. 곡식창고 미미에서 쌀을 구매한 한 소비자는 “1인 가구라 소포장 형태로 정기배송 받는 게 좋은 것 같다. 앞으로 계속 정기배송을 이용할 듯하다”고 전했다. 

김 대표는 “구독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들은 밥맛이 보장되다 보니 매번 배송 기간이 끝나면 서비스를 연장하신다. 단골 손님이 생기는 셈”이라고 말했다.

매일의아침에서 구독서비스로 판매하고 있는 쌀 정기배송 상품. 매일의아침 제공

온라인 거래도 '쑥쑥'

코로나 시대를 거치면서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자 신선 식품의 소비가 늘었다. 방식 또한 마트나 전통시장이 아닌 온라인으로 많이 옮겨갔다. 쌀 역시도 마찬가지다.

농촌진흥청에서 지난 2일 개최한 ‘농식품 소비트렌드 발표대회’에 따르면, 코로나19가 한창이었던 2020년부터 2년 동안 신선식품과 가공식품 모두 온라인 구매 비중이 2배 이상 늘었다. 신선식품의 경우 2010년 0.9%에 불과했던 온라인 구매 비중은 2020~2021년 5.1%까지 확대된 것이다. 

쌀 온라인 구매 비중은 점차 확대될 전망이다. 농촌경제연구원에서 지난 1월 내놓은 ‘쌀 시장 유통 구조 분석 및 소비 실태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소비자들의 쌀 조달량 비중은 온라인채널이 35.2%, 오프라인매장이 36.2%로 비슷하게 조사됐다. 이 가운데 온라인채널은 오픈마켓 12.1%, 온라인대형마트 9.8%, 소셜커머스 7.1% 순이었으며, 오프라인매장의 경우는 대형마트 13.8%, 동네슈퍼마켓 11.3%, 조합마트 4.1% 순으로 조사됐다.

보고서에서는 “온·오프라인 소매유통 채널의 유통량이 비슷한 것으로 추정돼 소매유통이 온라인을 중심으로 급속히 재편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온라인 거래는 ‘라이브커머스’라는 새로운 유통 방식이 인기를 끌면서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라이브커머스는 실시간 인터넷 방송에 쇼핑을 접목한 형태로, 소비자가 인터넷 방송을 시청하며 상품을 구매하는 방식이다. 

여러 지자체와 지역농협에서는 쌀 판매를 촉진하기 위해 라이브커머스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충북 진천에서는 관내 대표 농산물인 ‘생거진천쌀’을 추석을 앞둔 지난 8월 라이브커머스를 통해 판매했다. 앞서 군은 지난 6월 네이버 쇼핑 채널에서 라이브커머스를 통해 판매한 쌀이 약 1억6000만원 상당의 매출을 올리고, 재구매 요청이 쇄도하자 추석을 맞아 2차 판매에 나선 것이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