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 개도국 포기에 이어 RCEP까지 타결
WTO 개도국 포기에 이어 RCEP까지 타결
  • 연승우 기자 dust8863@newsfarm.co.kr
  • 승인 2019.11.05 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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엎친 데 덮친 격으로 연속된 농산물 개방
중국 포함 아시아 국가들과 세계 최대규모 무역협정

(한국농업신문= 연승우 기자) 지난달 25일 WTO 개도국 지위를 포기한 데 이어 세계 최대 규모의 무역협정인 CEPA가 타결돼 국내 농업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농민단체들은 오는 13일 서울에서 대규모 집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지난 4일 태국 방콩에서 개최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Regional Comprehensive Economic Partnership) 정상회의에서 공동성명을 통해 인도를 제외한 15개국이 20개 챕터의 모든 협정문을 타결하였음을 선언하였으며, 2020년 최종 서명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은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 인도네시아, 필리핀, 태국, 싱가폴, 브루나이,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 ASEN 10개국과 한국, 중국, 일본이 참여했고, 여기에 호주, 뉴질랜드가 동참하면서 15개국이 협정에 참여했다. 아시아에서 경제규모가 큰 국가 중의 하나인 인도는 참여하지 않고 있다. 인도까지 참여하게 되면 아시아의 동북과 동남지역이 경제적으로 하나로 묶이게 된다.

2012년 11월 20일 동아시아 정상회의를 계기로 RCEP 협상이 개시돼 2019년 11월까지 28차례 공식협상 및 16차례 장관회의, 3차례 정상회의가 열렸고 2019년 11월 4일 제3차 정상회의에서 15개국 협정문 타결 및 대부분 시장개방을 마무리했음을 공식 선언했다.

RECP 개방 수준에 따라 과일, 과채류 피해 커져

RCEP가 체결되면서 우리나라 농업의 피해는 아직 추산하기는 어렵다. 이와 관련된 연구도 RCEP 협상 시작이 선언된 2013년을 전후해 발표된 자료 밖에 없다. 또한 이번에 협상체결은 향후 RCEP가 어떤 방식으로 진행될 것인지에 대한 포괄적 타결이어서 구체적으로 피해를 산출하기는 어렵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이번에 타결된 협정문은 지재권, 전자상거래 등 최신 무역규범 확보 등의 내용을 담은 것으로 관세에 관한 양허안 협정은 아직 시작하지 않아서 어떤 피해가 발생할 수 있을지는 예측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번에 타결된 협정문에서는 전자상거래, 지식재산권 등 최신 무역규범 확립,원산지 기준 등의 무역원활 기반 마련, 서비스 투자 및 규범 개선 등을 적극 추진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관세 감축 등의 농산물 양허안에 대한 논의는 내년에 본격적으로 시작될 전망이다. 우리나라는 CEPA 협상에서 기존의 FTA 양허 수준으로 방어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CEPA 회원국가 모두와 개별적, 다자간 FTA가 체결돼 있어 기존의 FTA 양허안 수준에서 농산물 협정이 진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허안 협상 전망에 대해서는 “CEPA 가입국 중에 개발도상국가가 많으므로 높은 수준에서 개방될 가능성이 크지 않고 체결과정도 길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4일 태국 방콕에서 아세안 10개국과 한국, 중국, 일본, 인도, 호주, 뉴질랜드 등 16개국이 참여하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정상회의가 열렸다.(사진= 청와대 홈페이지)
지난 4일 태국 방콕에서 아세안 10개국과 한국, 중국, 일본, 인도, 호주, 뉴질랜드 등 16개국이 참여하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정상회의가 열렸다.(사진= 청와대 홈페이지)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발간한 세계농업 193호에 게재된 RECP 협상 동향과 시사점에 따르면 쌀은 양허안에서 제외될 수 있을 전망이다. 우리나라 전체 수입쌀 중 2013~2015년 평균 RECP 가입 국가의 수입쌀이 차지하는 비중은 72.9%를 차지하고 있다, 태국, 베트남, 중국산 쌀이 의무수입물량으로 들어오고 있다. 현재 RECP에서 쌀이 개방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 RECP 회원국가와 기존에 체결한 FTA에서 쌀과 쌀 관련 세 번은 모두 양허에서 제외했기 때문에 RECP 양허 협정에서도 제외될 것으로 보고 있다.

CEPA에서 관세 양허안이 합의되면 가입 국가는 기존에 체결한 FTA의 양허안과 CEPA 양허안 중의 하나를 선택해 농산물을 수출할 수 있어 일부 품목에서는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다.

ASEN 및 중국과는 비교적 낮은 수준으로 FTA를 체결한 상태에서 RECP 협상에서 개방 수준이 높아지면 문제가 커질 가능성이 높다. 중국과 베트남 등이 개방 수준이 높은 RECP의 관세로 우리나라에 농산물을 수출할 수 있어 농업에 미치는 영향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질 수 있다.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는 지난 5일 성명에서 “율무, 감자, 고구마, 대두, 녹두, 팥과 같은 곡물류와 배추, 당근, 수박, 양파, 마늘, 고추, 생각 등과 같은 과채류의 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한다. 또한, 위생 및 식물위생조치(SPS) 완화 수준에 따라 현재 검역으로 수입이 제한되고 있는 사과, 배, 복숭아, 감귤과 같은 과일류도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한농연은 “250만 농민은 더 이상 정부의 농정 방향을 신뢰할 수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 이에 오는 11월 13일 여의도 인근에서 ‘전국 농민 총궐기 대회’를 통해 성난 농심을 제대로 보여줄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