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팜리포트] 구멍 뚫린 수입쌀, 해외직구로 산다① 밀려드는 수입쌀, 막을 방도 있나
[뉴스팜리포트] 구멍 뚫린 수입쌀, 해외직구로 산다① 밀려드는 수입쌀, 막을 방도 있나
  • 이은혜 기자 grace-227@newsfarm.co.kr
  • 승인 2021.02.24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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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쌀 특송·우편 물량 지속 증가 추세
5kg 이하 무관세…소비·유통 경로 오리무중

(한국농업신문= 이은혜기자) 지난해 우리나라의 1인당 쌀 소비량은 57.7kg이었다. 1970년 136.4kg로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1980년대부터 지속적으로 감소해 절반이 넘는 감소 폭을 보여 지금에 이르고 있다. 급속한 경제 발전으로 소득이 증가하고, 먹거리는 다양해졌으며, 사회인구 구조 변화로 쌀은 다양한 먹거리로 대체되고 있다. 매끼 쌀밥을 챙겨 먹던 시대에서 빵, 면, 육류, 과일류 등으로 식사 패턴이 변화하며 쌀 소비는 급격한 감소추세가 지속되고 있다. 쌀 생산량도 감소하고는 있지만 소비량 감소에 비해 더딘 모습을 보이면서 과잉생산 기조를 보이고 있고, 이는 쌀값 하락이나 재고 누적 같은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쌀 소비 패턴 점차 변화…품질·밥맛 선호

한국농촌경제연구원(원장 김홍상)이 2018년 시행한 소비자 설문조사에 따르면, 식사의 탈가정화, 서구화된 식생활 및 간편식에 대한 선호 증가로 쌀 소비 감소세는 향후에도 지속될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5년 후 소비자의 쌀 소비 의향을 조사한 결과, 현재보다 늘리겠다는 응답보다는 줄이겠다는 응답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현재보다 10% 이상 쌀 소비를 줄이겠다는 응답이 22.8%로 조사돼 쌀 소비감소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중에서도 5년 후, 쌀 소비량을 줄이겠다는 이유 중 대체식품 섭취량 변화라고 응답한 비중이 24.1%로 가장 많았으며, 간편식 선호(23.8%), 건강관심(20.9%), 외식 및 결식 증가(17.1%) 등도 존재했다. 쌀 가격은 쌀 구매에 여전히 중요한 요인으로 조사됐다. 다만, 시간이 지날수록 가격 중심의 구매 선호에서 품질이나 밥맛을 선호하는 패턴으로 트렌드가 변동될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5년 전만 하더라도 가격이 쌀 구매 결정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5.8%였으나 현재는 31.0%, 5년 후는 29.2%로 감소하고, 품질이나 밥맛이 쌀 구매 결정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년 후는 각각 29.6%, 18.8%로 5년 전보다 5%p, 4.4%p 증가할 것으로 조사됐다. 현재보다 고품질 쌀이 시판될 경우,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하더라도 구매하겠다는 응답 비중이 78.6%로 나타나 품질이나 밥맛에 대한 선호증가가 고품질 쌀 구매에 대한 국내 소비자의 지불의향을 제고시킬 것으로 보인다.

해외 직구로 쌀 구매하는 소비자 늘어

이처럼 다양한 이유와 대체식품으로 인해 쌀 소비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수입 쌀마저 밥상을 뒤흔들고 있어 현장에도 혼선을 주는 등 농업계 일각에서는 우려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로 들어오는 모든 쌀은 식물류로 분류돼 검역을 진행한 뒤 유통 또는 전달된다. 시중에 유통되는 형태든,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형태든 그 목적에 상관없이 검역 절차를 거쳐야한다. 검역 절차는 식물류의 정해진 절차에 따라 진행된다. 특송업체나 수입자가 검역을 신청하면 내역을 접수해 물건(쌀)이 있는 곳으로 가서 물건 상태, 병해충 여부 등을 확인하고 이상이 없으면 다시 동봉해 합격처리 후 배송되는 시스템이다. 백미는 화물로 들어오면 식물검역증명서 원본이 필요하지만 특송이나 우편은 따로 지참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 특징이다. 화물로 들어오는 백미는 ‘양곡관리법’에 따라 수입업체를 통해 유통된다.

수입쌀 검역절차

수입 쌀은 크게 화물과 특송, 우편으로 나뉘어 운송돼 들어온다. 농림축산검역본부(본부장 박봉균)의 수입 쌀 관련 통계자료에 따르면, 화물로 들어온 수입 쌀은 주로 미국과 베트남, 중국에서 수입된 쌀로 지난 2018년 4만2046톤(89건), 2019년 4만829톤(91톤), 2020년 4만1534톤(65톤), 지난 1월 기준 1064톤(5건)이었다. 특송으로는 미국과 중국뿐만 아니라 태국 쌀도 포함해 들어왔는데 지난 2018년 7.4톤(4007건), 2019년 13.3톤 (6342톤), 2020년 15.8톤 (8627톤), 지난 1월 기준 3.3톤(1859톤)이 들어왔다. 우편으로는 일본과 중국에서 주로 들어왔는데, 지난 2018년 기준 2건, 2019년 0.1톤(16건), 2020년 0.4톤(39건), 지난 1월 기준 3건 정도 수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검역본부 관계자에 따르면, 백미의 경우는 수입이 크게 늘어나는 등 변동성이 심한 품목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관계자는 “검역 쪽에서 수시로 동향을 체크하는데, 2~3년 정도 분석한 결과를 보면 백미나 곡류 등은 크게 늘거나 줄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의 영향으로 특작류(건강기능식품)의 수입이 증가하는 등의 변동은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5kg 이하 관세청의 무관세 제한을 제외하고는 검역과 관련해 중량 제한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화물은 변동성이 크지 않지만, 특송과 우편 물량은 지난 2018년과 비교해 지난해까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운송 형태의 특성상 소포장으로 들어오는 수입 쌀, 해외 직구를 통해 개인적으로 구매하는 물량이 늘었음을 추측할 수 있다.

밀려드는 수입쌀 마주하는 농민 마음 ‘착잡’

‘관세법’에 따르면 농산물은 1인당 5kg까지 통관이 가능하고 하루 최대 5kg의 농산물을 구입할 수 있다. 5kg을 초과할 경우에는 국내 검역 단계에서 폐기할 수 있다.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동안 관세청 전자통관시스템인 ‘유니패스’를 통해 우리나라에 들어온 5kg 이하 쌀은 약 3만6184kg, 약 36톤 정도다. 전체 수입 쌀의 0.04% 정도로 미미한 양이지만, 국내에 들어온 후 소비·유통 경로가 어떻게 되는 지를 알 수 없기 때문에 부정적인 용도로 쓰일 여지가 얼마든지 있다. 직구로 들어오는 소량의 수입쌀에 대해서도 실태조사나 유통관리가 행해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바늘구멍이 거대한 방죽을 무너뜨리듯 양이 얼마 되지 않는다고 그냥 넘길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며 “재판매나 부정 유통에 관해서는 철저한 관리 방안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검역 절차가 복잡하지 않고 5kg 이하는 자가사용목적이라면 무관세로 들여올 수 있다보니 수입 쌀 시장 또한 커지고 있고, 소비자의 수요 또한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요즘은 클릭 한번이면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미국, 베트남, 태국, 중국 등 여러 나라의 쌀을 구입해 먹을 수 있다. 리조또용 쌀, 볶음밥용 쌀 등 다양한 조리법에 따라 해외 쌀이 주목을 받으면서 손쉽게 구매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커뮤니티와 카페 등을 중심으로 구매 링크를 공유하거나 후기를 나누며 소비자 간 정보 공유를 하는 곳이 많아 이 같은 추세는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충남의 한 쌀전업농은 “마트에 가면 미국 쌀이 싼값으로 강세를 보이며 매대에 높이 쌓여져 있고, 집에서도 인터넷으로 외국 쌀을 시켜먹는 사람들이 많다”며 격앙된 목소리를 나타냈다. 그는 “가뜩이나 소비가 점점 줄어 쌀이 과잉생산 기조를 보이고 있는데 수입 쌀이 여기저기서 불티나게 팔리고 있으니 농민으로서 자괴감이 느껴진다”며 “식량안보와 우리 쌀의 자부심으로 한평생을 살았는데 수입 쌀이 밀려드는 것을 지켜만 봐야하니 과연 우리나라에 농민이 필요한가 싶다”고 말했다.

덧붙여 그는 “소비 행태를 바꾸거나 무조건적으로 수입 쌀을 막을 수는 없지만, 반대로 국산쌀 소비 촉진 정책이 제대로 가고 있나에 대해서도 짚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부정 유통 우려…건전한 쌀 시장 확립해야

한편, 수입쌀과 국산쌀을 혼합해 유통하거나 판매하다 적발된 건수가 최근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나 이에 대한 우려 또한 커지고 있다. 특히 수입쌀 원산지 표시가 제대로 돼 있지 않아 건전한 쌀 유통시장이 제대로 확립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박주현 의원이 지난해 농림축산식품부로 받은 ‘수입쌀 부정유통 적발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최근 4년 사이에 수입쌀 부정유통 적발 건수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 69건에서 2017년 23건으로 감소하는 추세였지만, 2018년 58건으로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했다. 2019년 상반기만 해도 총 64건이 적발된 것으로 집계됐다. 또한, 국내산 쌀과 수입쌀을 혼합해 적발돼 형사 입건된 건수도 2016년 1건, 2017년 4건, 2018년 1건으로 꾸준히 발생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양곡 원산지 미표시로 인한 과태료도 2017년 1708만원에서 2018년 2151만원으로 증가했고 2019년 상반기에는 1432만원이 부과됐다.

현행 양곡관리법 제20조4항 양곡의 혼합 금지에 따르면 국산 미곡 등과 같은 종류의 수입 미곡 등을 혼합해 유통하거나 판매하는 행위, 생산연도가 다른 미곡 등을 혼합해 유통하거나 판매하는 행위 등을 금지하고 있다. 이러한 행위를 했을 경우 6개월 이내 영업정지 또는 폐쇄, 정부 관리양곡 매입자격 제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사용·처분한 양곡을 시가로 환산한 가액의 5배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이렇게 법적으로 처벌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서로 다른 원산지 쌀을 섞어서 재판매하는 사례, 혼합비율을 거짓으로 표시하는 사례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2015년엔 햅쌀을 판매하면서 같은 기간 중 5회에 걸쳐 2014년산 쌀을 반품받아 햅쌀과 섞어 불특정 다수의 소비자에게 햅쌀로 판매한 영농조합법인이 적발된 바 있으며, 지난해 3월엔 중국산 쌀을 원료로 만든 막걸리를 국내산 쌀로 만든 것처럼 속여 10억원이 넘는 막걸리를 전국에 판매한 양조장 대표가 구속된 바 있다. 또한, 지난해 2월부터 미국산 칼로스 쌀을 약 9.2톤 구입 후 밥으로 조리해 판매하면서 국산으로 거짓 표시한 충남 소재의 뷔페식당이 적발되기도 했다.

박주현 의원은 “처벌이 이뤄지고 있음에도 수입쌀 원산지 표시위반을 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부정유통으로 인한 이득이 더 크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며 “건전한 쌀 유통시장 질서를 확립하기 위해 제도를 개선해 그 어느 때 보다 우리 농민의 시름을 헤아려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