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밥상을 위한 볍씨의 변신 : 토종볍씨, 5천년 한민족의 밥맛①] 이주희 농촌진흥청 농업유전자원센터장 인터뷰
[건강밥상을 위한 볍씨의 변신 : 토종볍씨, 5천년 한민족의 밥맛①] 이주희 농촌진흥청 농업유전자원센터장 인터뷰
  • 김흥중 기자 funkim92@newsfarm.co.kr
  • 승인 2021.08.11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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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자전쟁 시대 자원주권 확보, ‘토종’에 답 있다                       
국내 벼 토종자원 7000여점…육종 소재 활용
식량안보 지키고 생명산업 기반인 ‘농업유전자원’
토종 심포지엄 개최 등 센터 질적 성장 추진
이주희 농촌진흥청 농업유전자원센터장

(한국농업신문=김흥중 기자) 올해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농업유전자원센터로 부임한 이주희 센터장은 이곳에 오자마자 ‘토종’이라는 단어를 떠올렸다고 한다. 주변에서 흔히 토종이라는 말을 자주 쓰지만, 도대체 어디까지가 토종이고, 토종은 어떤 가치를 지니고 있는지 연구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올해를 토종 연구의 원년으로 삼고 토종과 관련된 각종 심포지엄 개최부터 토종을 집중적으로 연구하는 과제 수행까지 토종에 대한 열정을 드러낸 이주희 센터장을 만나 토종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농업유전자원센터는 어떤 곳인지.

농업유전자원은 농업과 생명산업의 핵심 소재로서 국가의 중요한 자산이다. 한 나라가 보유하고 있는 유전자원은 그 나라의 국력과 비례할 정도이며, 유전자원을 안전하게 보존해 후손에게 전달하는 일은 국가의 책무다.

농업유전자원센터는 이 같은 가치를 지닌 농업생명자원의 국가관리를 총괄하는 기관이다. 특히 식물유전자원을 확보하고 보존하면서 자원이 가지는 특성을 평가해 가치를 부여하고 수요자들에게 정보를 제공한다. 또 품종육종이나 의약품 개발 등에 필요한 소재로써 수요가 있는 곳에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현재까지 수집해 보존하고 있는 식물유전자원수는 종자 24만, 영양체가 2만6000, 총 26만6000 자원으로, 세계 5위 자원보유국이다. 지난해에는 신규로 2657 자원을 새롭게 확보했다.

매년 자원이 가지는 특성을 평가하는 가운데 지난해에는 4만1064 자원을 대상으로 표현형, 기능성, 내병성 등을 평가했다. 지난해 한 해에만 1만9051자원을 수요자들에게 분양해 육종 소재나 연구 소재로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우리 센터의 저장고 시설은 국제규격에 맞게 설비돼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서 인정한 세계 안전중복 보존기관으로서, 우리 자원뿐만 아니라 세계채소센터나 동남아 10개 국가의 중요자원을 안전하게 보존해 주는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현대에서 토종은 어떤 의미를 갖는가.

토종의 사전적 의미는 ‘본디부터 그곳에서 나는 종자’를 뜻한다. (사)한국토종연구회에서는 한반도의 자연생태계에서 대대로 살아왔거나 농업생태계에서 농민에 의해 대대로 사육, 재배 또는 이용되고 선발돼 내려와 한국 기후·풍토에 잘 적응된 동물, 식물 그리고 미생물을 말한다. 토종은 자생종과 재래종을 합쳐서 정의하고 있다. 농업유전자원센터에서 토종은 야생종, 재래종, 잡초형을 포함해 토종으로 보고 있다. 

다만, 어디까지 토종으로 해야 할지에 대한 논의는 현재까지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토종과 재배종의 차이는 무엇인지.

일반적으로 재배되는 품종은 편이성, 수량성, 식미 등 목적에 따라 육종돼 상품성이 높은 방향으로 개발된 자원이다. 반면, 토종자원은 재배종보다 수량은 적으나, 환경에 잘 적응해 생존해왔기 때문에, 환경저항성이 우수하다고 볼 수 있다.

-센터에서 보유한 벼 유전자원은.

농업유전자원센터는 세계 110여 개국으로부터 수집·도입한 총 4만2000여 벼 자원을 보존하고 있다. 이 중에는 우리나라 자원주권을 주장할 수 있는 재래종, 잡초형 벼인 앵미 등과 통일벼 등 국내육성 품종이 있고 외국으로부터 도입한 벼의 선조종인 벼야생근연종 등이 있다. 북한이 원산인 벼도 1200여 자원이 있다. 

최근의 벼 유전자원 연구로는 흰잎마름병과 도열병 저항성 유전자원 발굴과 쌀의 미질과 관련된 아밀로스와 조단백 함량을 자원별로 분석했고, 육종소재로 활용될 수 있도록 씨앗은행 홈페이지를 통해 연구결과를 공개했다.

-이중 ‘토종 벼’ 유전자원의 보유 현황은.

토종자원이라고 할 수 있는 벼 자원은 7483자원(전체 보유 토종자원의 13.6%)으로 잡초형 6034자원, 재래종 1449자원이다. 

농업유전자원센터에서는 농가방문을 통해 지역별 풍토에 적응된 자원을 수집하거나, 연구자들이 보유하고 있던 자원의 기탁을 받고, 과거에 국외유출된 자원을 일본·미국에서 반환받기도 했다. 

벼의 경우 일제 강점기에 조사한 ‘조선도품종일람’에 의하면 1451종에 달했으나 현재는 거의 남아 있지 않고, 현재까지 남아 있는 대표적인 벼로는 이천의 ‘자채도’와 김포의 ‘자광도’ 정도가 있다.

-벼 유전자원의 가치를 평가하자면.

벼는 전 세계 인구의 반 이상이 주식으로 삼고 있는 중요한 곡물로 인류의 안정적인 식량 공급에 아주 중요한 작물이다. 

특히 벼는 우리나라의 식생활의 주식일 뿐 아니라 의식주 전반에 이용할 수 있도록 지역별로 다양하게 선발돼 온 귀중한 자원으로 종자 전쟁 시대에 자원주권을 주장할 수 있는 자산이다.

-센터에서 분양한 벼 유전자원은 어떻게 활용되나.

유전자원의 분양은 주로 신품종 육성을 위한 육종 소재로 분양되고 있으며, 그 외에도 신의약품, 신소재 개발, 교육 등 목적에도 분양이 이뤄지고 있다. 

한국 토종벼를 육종 소재로 활용한 사례는 대표적으로 2000년 개발된 적진주, 고아미, 2006년 홍진주, 2010년 적진주찰, 2011년 새고아미, 2013년 도담쌀, 2015년 흑진미, 2017년 적진주 2호 등 품종의 개발에서 찾아볼 수 있다. 

토종은 특히 재배종과 달리 환경 저항성과 병충해 저항성 등을 지니고 있다. 재배종에 없는 부분을 토종에서 끌어와 재배종에 접목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종자산업을 발전시키는 토대가 될 수 있다.

-농업 유전자원을 연구하는 목적이 있다면.

농업유전자원을 연구하는 궁극적인 목적은 이 자원들이 우리나라 생명 산업의 기반이 되며 안전하게 보존해 후대에 물려줘야 할 소중한 유산이라는 점에 있다.

코로나19나 기후변화 등으로 인해 식량안보에 대한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인데, 식량안보를 책임지는 산업이 농업이라면, 농업의 핵심은 종자다. 우리 센터는 종자산업의 원천이 되는 자원을 공급하는 막중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며, 종자는 우수한 품종을 만드는데 사용될 뿐만 아니라, 기능성식품, 화장품, 의약품 등 생명 산업의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센터에서 토종 볍씨와 관련해 계획 중인 사업이 있다면.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토종자원을 수집하고 평가해 토종의 가치를 증대하는 업무를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수행할 예정이다. 더불어 양평군에서 추진하고 있는 토종벼 관련 사업 등 지자체나 민간의 토종 관련 사업을 적극 지원할 방침이다.

-끝으로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지.

센터가 보유하고 있는 자원은 세계 5위에 해당하는 자원으로, 지금까지 센터는 자원의 양적인 부분에 집중했는데 앞으로는 질적인 면에 집중하려 한다. 

즉, 자원이 가지는 가치를 증대하기 위해 표현형, 기능성물질, 내병성, 내충성, 내재해성 등 다각적인 특성평가를 추진하고, 평가한 특성을 빅데이터화하며, AI 등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수요자가 원하는 최적의 자원을 적시에 제공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자 한다. 이로써 세계 최고의 종자은행을 구축하는 게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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