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밥상을 위한 볍씨의 변신 : 토종볍씨, 5천년 한민족의 밥맛⑤] 다양한 토종으로 만들어내는 음식들의 향연
[건강밥상을 위한 볍씨의 변신 : 토종볍씨, 5천년 한민족의 밥맛⑤] 다양한 토종으로 만들어내는 음식들의 향연
  • 김흥중 기자 funkim92@newsfarm.co.kr
  • 승인 2021.09.10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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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농산물로 이뤄진 한식당 ‘가배울’
토종 보전하기 위해 토종한식당 열어
벼, 콩, 참깨, 들깨 등 토종농산물 한가득

(한국농업신문=김흥중 기자) 전남 강진 월출산의 수려하고 장엄한 모습을 따라가다 강진군 성전면에 있는 신풍마을 입구에 다다르면, 조금은 특이한 기와집 한 채가 눈에 띈다. 안이 훤히 보이는 큰 창문과 진한 고동색의 대문이 있고, 널찍한 마당이 시원하게 펼쳐져 있는 곳이다.

전남 강진군 성전면 두원길에 있는 이 집의 정체는 여러 종류의 토종농산물로 음식을 만들어 손님을 대접하는 ‘가배울 토종한식당’이다. 이곳에서 쓰이는 토종농산물은 벼부터 콩, 오이, 들깨, 강낭콩, 참깨, 팥 등 수십 가지에 이른다. 가배울 토종한식당에서 추구하는 핵심 원칙은 가능하면 토종농산물을 사용해 음식을 만드는 것이다. 식당에 들어서면 여러 가지 토종농산물이 가득한 주방에서 다양한 음식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전남 강진군 성전면 신풍마을에 있는 '가배울 토종한식당' 전경.

토종 살리는 토종식당 ‘가배울

가배울 토종한식당은 지역 문화 답사 단체인 (사)가배울에서 지난해 10월 30일 처음 개장한 토종농산물 한식당이다. ‘가배울’은 에코페미니즘을 표방하는 ‘살림여성주의’ 단체로서 2010년 창립돼 여성 토종 농사 문화를 살리는 일에 집중하고 있는 단체다. 가배울의 ‘가배’는 추석의 옛말이다. 

전국 최초 토종식당인 가배울 식당은 토종 씨앗, 토종 음식, 토종 농사를 기반으로 형성된 지역 문화를 온전히 살려가며, 토종을 심고 먹음으로써 토종을 보전하는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서 운영되는 식당이다. 

“토종이 왜 보전돼야 하고, 어떻게 보전되는 게 바람직한가를 이해하기 위한 물음에서 식당을 시작하게 됐어요. 토종을 보전하기 위해서는 토종을 꾸준히 심고 먹는 일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해요. 이를 위해 식당을 열게 됐죠.”

토종 씨앗, 토종 농사, 토종농산물에 푹 빠져 있는 김정희 가배울 상임이사는 가배울 식당을 열게 된 계기를 이같이 설명했다. 

현재 가배울 식당은 식당에 식자재를 조달하고, 가배울 상임이사 직을 맡고 있는 김정희 이사를 비롯해 요리실장 등 3명이 일하고 있다. 

가배울 토종한식당에서는 연잎밥 싸기 체험 프로그램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프로그램이 끝난 후에는 본인이 직접 만든 연잎밥을 가져갈 수 있다. 사진은 지난 7월 14일 경남 거창에서 온 8명의 농촌주민들이 연잎밥을 만들고 있는 모습. 

생명력 지닌 토종농산물

“연잎밥 싸기를 직접 해보시면 가배울에서 어떤 마음으로 음식을 하는지 알 수 있어요. 이 연잎에다 밤, 대추, 은행, 5종류의 콩을 넣고 잘 눌러주시고, 토종 쌀과 찹쌀 등을 섞어서 밥을 넣어주면 연잎밥이 완성됩니다.”

가배울에서 주방일을 맡고 있으며 가배울의 모든 음식을 손수 요리하는 윤영임 실장이 가배울을 찾은 손님들에게 연잎밥 싸기를 설명하기 전에 이렇게 말했다. 예약제로 운영되는 가배울은 식당을 찾는 손님들에게 가배울 대표 메뉴 중 하나인 ‘토종 연잎밥 정식’의 연잎밥을 직접 만들어볼 수 있는 실습 기회를 제공한다. 

지난 7월 14일에는 경남 거창에서 온 8명의 농촌마을 주민들이 가배울 식당을 한가득 채웠다. 거창 영농조합법인 수승대 발효 마을에서 온 이들은 토종농산물로 음식을 만드는 가배울 식당을 견학하고, 토종의 의미를 알아보고자 이곳을 방문했다. 

“토종의 장점은 바로 생명력이라고 생각해요. 비바람이나 내리쬐는 햇볕을 꿋꿋이 이겨내고 피워낸 결실이 바로 토종인 거죠. 이런 토종으로 만든 음식을 먹으면 강인한 생명력을 얻는 느낌이에요.”

수승대 발효 마을 대표인 우태영씨는 이날 가배울을 찾아 토종농산물로 만든 음식을 맛본 소감을 이같이 전했다. 우씨와 함께 이곳을 찾은 이들은 토종농산물로 만든 우리 먹거리에 한층 더 빠져들게 됐다고 입을 모았다.

가배울 토종한식당의 ‘토종 연잎밥’에는 전남 장흥의 토종쌀인 고대미와 토종 콩 5종, 밤, 대추, 은행 등 토종농산물이 골고루 들어간다.

연잎밥부터 들깨탕까지 모두 ‘토종’

가배울 토종한식당의 대표 메뉴는 ‘토종 연잎밥 정식’과 ‘토종 옹심이 들깨탕 정식’이다. 

토종 연잎밥 정식은 향이 가득한 연잎에 토종 콩 5종, 토종 유기농 고대미(쌀), 밤, 대추, 단호박, 은행 등을 넣어 만든 연잎밥이다. 이때 들어가는 콩 5종은 호랑이 양대, 검정콩, 붉은콩, 흰양대, 얼룩이콩으로 강원 횡성, 경북 봉화, 충남 아산에서 온 토종 콩이다. 고대미 또한 전남 장흥에서 생산한 토종쌀이다. 가배울에서는 이 모든 토종농산물을 국내 생산자와 직거래하고 있다. 

토종 옹심이 들깨탕 정식 또한 토종 들깨가 주된 재료다. 횡성, 봉화, 아산에서 넘어온 토종 들깨에 옹심이 3종을 넣어 만들었으며, 구수한 맛이 일품이다. 이외에도 지역 내에서 자라는 제철 야채로 만든 제철 야채전과 완두콩 수프, 토종 팥죽 등도 있다.

가배울 식당의 요리를 책임지고 있는 윤영임 실장은 요리 경력만 25년이 넘는 베테랑이다. 요식업계에 오랫동안 몸담고 있다가 은퇴 후 가배울에서 처음 토종농산물로 음식을 만들어보기 시작했다고.

“가배울에서 선보이는 메뉴들은 절 음식에서 영감을 얻어 만들게 됐어요. 조미료는 소금, 간장, 액젓, 유기농 설탕만 사용하고 있죠. 토종농산물로 음식을 만들면서 음식이 곧 보약이라는 말을 절실하게 느끼게 됐어요.”

잔병치레가 많았던 윤 실장은 고향인 강진으로 내려와 토종농산물을 접하면서 가장 먼저 건강을 얻게 됐다고 회고했다.

토종농산물로 만든 다양한 밑반찬. 밑반찬은 계절마다 제철 토종농산물을 사용한다.

토종음식으로 토종 알리기 나서

지난해 코로나19가 한창인 가운데 개장하게 된 가배울 토종한식당은 다른 식당과 마찬가지로 코로나 여파를 피해갈 수는 없었다. 지역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예약이 거의 끊겼고, 식당 운영도 쉽지 않게 됐다고. 

이에 김정희 이사는 코로나19가 찾아오면서 급격하게 인기를 끌기 시작한 가정간편식에 토종농산물을 적용한 새로운 메뉴를 개발하고 있다.

“가배울의 대표 메뉴인 토종 옹심이 들깨탕에 전복을 넣고, 급냉동시켜서 온라인 판매하려고 구상 중이에요. 식당을 찾는 사람들이 뜸하니, 이렇게라도 토종농산물을 도시 소비자들에게 알리기 위해서예요.”

또한, 가배울 식당은 최근 식당 뒷편에 작업장을 짓는 공사를 하고 있다. 가정간편식 등으로 토종음식을 만들어 온라인 스토어에 판매하기 위한 작업장이다. 

김 이사는 우리 토종을 살리는 데 지금 가배울 식당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어려운 가운데서도 식당을 제대로 안착시키는 일이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우리 토종과 토종문화, 토종음식을 널리 알리기 위해 이 식당이 지금보다 더 자리를 잡아야 해요. 그래야 우리 토종도 제대로 지켜나가는 일을 할 수 있죠.”

가배울 토종한식당의 인기 메뉴인 토종 옹심이 들깨탕과 밑반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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