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밥상을 위한 볍씨의 변신 : 토종볍씨, 5천년 한민족의 밥맛①] 다양성 갖춘 토종벼부터 기능성 갖춘 특수미까지
[건강밥상을 위한 볍씨의 변신 : 토종볍씨, 5천년 한민족의 밥맛①] 다양성 갖춘 토종벼부터 기능성 갖춘 특수미까지
  • 최정민 기자 cjm@newsfarm.co.kr
  • 승인 2021.08.11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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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성 원하는 소비트렌드 ‘토종벼’ 관심↑
세계는 지금 웰빙 열풍…의약보조‧미량원소 고함유‧특이전분 기능성쌀
경기도 앙평에서 우보농장을 운영하는 이근이 대표는 다양한 품종의 토종벼를 재배하고 소개해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
경기도 앙평에서 우보농장을 운영하는 이근이 대표는 다양한 품종의 토종벼를 재배하고 소개해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한국농업신문=최정민 기자) 농경의 시작은 인류 탄생 이후 가장 위대한 혁명이라고 할 수 있다. 전 세계 인구의 60% 이상이 주식으로 삼는 벼의 기원은 어디까지 닿아있을까.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벼는 1997년 발굴된 1만5000년 전의 ‘청주 소로리볍씨’로, 중국 후난성에서 출토된 볍씨보다 약 3000~5000년 정도 앞선다. 또 1991년 발굴된 5020년 전의 ‘고양 가와지볍씨’는 한반도 최초의 재배벼로서 벼농사의 기원을 알려준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우리나라 농경의 역사는 5020년 전 ‘고양 가와지볍씨’까지 닿아있지만, 우리나라 토양과 기후에 맞게 재배된 토종벼는 이제 찾아볼 수 없다. 일제강점기 시절 다수확 품종의 강제 재배, 1970년대 통일벼 개발에 밀려 자취를 감췄기 때문이다. 이에 본지에서는 최근 많은 소비자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토종벼’를 살펴보고, 나아가 현재 국내에서 선보이고 있는 다양한 특수미를 소개하고자 한다.

토종의 정의를 내리자
농촌진흥청에서 발표한 '나는 토종이로소이다'를 살펴보면, 토종이란 자생종과 재래종을 함께 부르는 말이다. 자생종은 우리나라 자연에서 지금까지 생존해온 동식물의 총칭이며, 재래종은 사람에 의해 재배된 종을 의미하고 토종은 일반 작물보다 생산량이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나 기능성 물질, 색깔, 병해충 저항성, 환경적응성이 뛰어나 육종재료로 유용하다고 밝히고 있다.
우리나라 고유의 의식주 문화를 간직하고 있는 농촌의 문화를 그대로 담고 있는 문화상품이며, 지역의 정체성을 알릴 수 있는 지역특화 작목의 소재가 될 수 있다.
사실 우리나라의 토종 종자는 근대화가 시작된 이후로 많이 사라진 상황이며, 현재 우리나라에는 이천 자채방아마을의 자채미, 김포 자광도, 남원 청보리, 순창 땅개보리, 성주 왜동보리, 함안·흑산·제천 찰보리, 소맥재래밀, 충남 재래밀 등의 중요 식량작물이 보전되고 있다.
김경민 (사)한국토종연구회장은 “토종은 자연생태계에서 대대로 살아왔거나 농업생태계에서 농민에 의해 대대로 재배돼 우리나라 환경에 적응된 것”이라며 “우리나라에 적응했다는 것은 결국 우리 고유의 성질을 담아 있어 그 자체로도 유익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토종벼 1451종, 남은 품종 450여종
처음 연구 목적으로 한반도의 토종벼를 수집하고 분류했던 건 일제강점기 무렵의 일본 농학자들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1906년 일제 통감부가 설치한 권업모범장은 1911~1913년 한반도 토종벼를 조사한 기록 ‘조선벼품종일람’에서 논 메벼 876종, 논 찰벼 383종, 밭 메벼 117종, 밭 찰벼 75종 등 우리나라 토종벼 총 1451종으로 소개했다. 
일제강점기 시절 토종벼보다 생산력이 높은 개량종의 재배를 확대했다. 그로 인해 1912년 당시 총 재배면적의 97.2%를 차지하던 토종벼가 1920년 47.2%로 감소했고, 일제로부터 해방된 1945년 무렵에는 실질적으로 소멸됐다. 육종가들이 수집한 극소수의 종자만이 보존돼 오고 있다. 
또 6.25 전쟁 이후 한국의 식량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식량자급 국가로 탈바꿈하기 위해 1970년대 생산성이 높고 병충해에 강한 통일벼가 등장하면서 생산량이 많지 않고 농가 재배가 보급종에 비해 까다로운 토종벼는 현재 재배 농가가 거의 없는 실정이다.
국립식량과학원 관계자는 “토종벼 생산이 많지 않은 이유는 기본적으로 보급종 대비 수확량에서 차이가 크고, 재배 과정이 까다롭기 때문”이라면서 “통일벼 이후 보급종에서 기존 품종의 부족한 점이 보완돼 수량은 물론 맛 벼해충 저항성이 우수해서 일반 농가에서는 토종벼 재배를 어려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우리가 만날 수 있는 토종벼들
벼의 경우 일제 강점기에 조사한 ‘조선도품종일람’에 의하면 1451종에 달했으나 현재는 거의 남아 있지 않는 상황이며. 그 외 보리, 밀, 옥수수 등은 수량의 한계 때문에 또는 가격의 차이 때문에 점차 재배가 줄면서 거의 사라져 가고 있다.
재래종은 대부분 자가 채종을 하므로 종 순수성 보존에 한계가 있고 국가에서 적극적으로 우량품종을 저렴하게 보급한 것도 한 원인이 되고 있다.
지금 남아 있는 쌀로 대표적인 것은 이천의 자채미와 김포의 자광도 정도다. 이천의 자채미와 자광도 모두 임금에게 진상해 수라상에 오르던 쌀로 다행히 현재까지 명맥을 잇고 있으며, 이외에도 북흑조, 백석 등 토종벼를 재배하는 소수 농가에 의해 재배돼 소개되고 있는 상황이다.

토종벼의 특징은
일반적인 토종벼의 특징은 키가 크다는 것이다. 토종벼는 자연 환경에 스스로 적응하고 뿌리를 내리면서 개량종과 비교해 대체로 키가 크며 그 한 예로 북흑조의 경우 이삭이 검고 키가 160cm에 이른다. 또 다른 특징으로는 까락(벼수염)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개량종에는 없는 까락은 낙락 껍질의 수염으로 벼의 수분을 저장하고 병충해로부터 낟알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며, 백석의 경우 키가 크고 희며, 긴 까락과 낟알을 가졌다. 
특히 최근 토종 벼가 관심을 모으는 이유 중에 하나로 종 다양성을 꼽을 수 있다. 토종벼는 지역마다 생김새나 색, 향과 맛이 모두 다르고 품종의 이름에서 그 개성과 특성이 잘 나타난다. 까투리찰의 경우 꿩의 깃털과 같이 알록달록한 무늬가 특성이다. 
토종벼가 갖는 지역성 역시 큰 특성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한반도 전역에 걸쳐 자라거나 특정 고장에서만 재배되는 고유의 벼가 존재해 지역적 특성을 온전히 보전하고 있다. 메산디의 경우 제주도 지역에 주로 밭에 삼던 벼로 알려진 벼다. 

다시 뜨고 있는 ‘토종 벼’
토종벼를 널리 알리기 위해서는 소비트렌드에 따라 식량 자체로서의 가치보다 다른 측면의 가치를 소비자에게 부각해야 한다. 최근 소비트렌드는 건강식품, 전통식품 재료, 이야기가 담긴 문화상품으로 가치를 더 높게 평가하고 요구하는 경향이 강하다.
토종작물은 이러한 시대적 흐름에 잘 맞는 틈새 또는 차세대 상품으로서 높은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재평가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이근이 우보농장 대표는 “토종벼는 일반 재배벼와 아예 결이 다르다”면서 “단순히 쌀이 갖는 기능으로만 접근할 것이 아니라 다양성을 원하는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켜주고, 토종벼가 갖는 역사적, 문화적 성격을 활용한다면 그 어떤 농업 자원보다 더 가치가 있고 활용도가 크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이상기후 등으로 기존 품종의 재배가 어려워지고 있는 지금 토종벼를 활용해 방안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주희 농촌진흥청 농업유전자원센터장은 “토종은 특히 재배종과 달리 환경 저항성과 병충해 저항성 등을 지니고 있다”며 “재배종에 없는 부분을 토종에서 끌어와 재배종에 접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종자산업을 발전시키는 토대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토종‧특수미 등 다양성 선호하는 트렌드 변화
한편,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 현재 웰빙 트렌드 확산과 고령화에 따른 건강 기능성 식품 고성장세가 지속됨에 특수미 시장도 토종 벼와 더불어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국내 혼식쌀 비율은 20%로 그 중 흑미의 비율은 23%로서 흑미 중심을 벗어난 다양한 유색미 기능성 품종이 요구되고 있다. 특히 기능성식품 산업화 증가에 따른 의약보조, 미량원소 고함유 및 특이전분 기능성쌀 등 작물 소재 필요성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 상황으로, 국내에선 농촌진흥청이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고 성과를 내고 있다.
농업기술실용화재단 관계자는 “기능성 품종을 이용한 특수미 대중화 및 신사업분야 창출이 가능하다”면서 “다양한 기능성분 함유 쌀 및 업체 맞춤형 가공용 쌀 수요에 대응한 원료곡 생산단지 조성 및 안정적 농가소득 확보를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기능성 및 가공용 쌀의 부가가치 향상 및 쌀 소비확대가 가능할 것이라 기대했다.
현재 농업기술실용화재단에서는 유색미 계열 녹미(녹찰계통 밀양 252호), 흑미 계열(보석흑찰 수원 512호, 신농흑착 전북2호, 조생흑찰 밀양 194호), 적미 계열(적진주찰 수원 524호)와 향미 (설향찰 수원 442호, 아랑향찰 밀양 146호, 향철아 수원 562호), 찰벼(동진찰 익산 425호,  백옥찰 밀양 225호, 보람찰 익산 568호, 운일찰 운봉 52호, 청백찰 철원 77호, 화선찰 수원 384호) 등을 보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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