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 대응 식량안보 강화와 국산 쌀 수급안정 위한 가루쌀⑤] 물에 불릴 필요 없는 가루쌀…가공공정 간소화 '눈길'
[FTA 대응 식량안보 강화와 국산 쌀 수급안정 위한 가루쌀⑤] 물에 불릴 필요 없는 가루쌀…가공공정 간소화 '눈길'
  • 김흥중 기자 funkim92@newsfarm.co.kr
  • 승인 2022.11.11 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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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식제분으로 가공비용 절감
가공적성·맛·식감 등 충분
수입밀가루 대체 기대 속속

(한국농업신문=김흥중 기자) ‘신의 내린 선물’.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가루쌀(분질미)을 일컫는 표현이다. 품종명으로는 ‘바로미2’, 특허명으로는 ‘가루미2’로도 불리는 가루쌀은 여러 가지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밥쌀용 쌀과 달리 빻으면 바로 가루가 되는 쌀가루 전용 쌀이다. 

유아용 이유식에 쌀가루로 만든 쌀 가공제품이 큰 인기를 누리고 있고, 다양한 가공식품의 전분 원료로 옥수수 등이 아닌 쌀가루가 쓰이는 요즘, 바로 가루가 되는 가루쌀은 원료 시장에서 주목받기 충분하다. 

돌연변이에서 탄생한 가루용 쌀 품종인 가루쌀은 쌀 수급불균형 문제를 해결해줄 구원투수로 떠오르는 동시에 수입밀이 판치는 밀가루 시장의 일부를 대체해줄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충북 진천에 있는 미잠미과의 쌀빵 제품들.

건식제분 가능한 가루쌀

가루쌀은 일반적인 밥쌀용 멥쌀과 달리 밀처럼 바로 빻아서 가루로 만들 수 있는 벼 품종이다. 

쌀을 빵이나 떡의 원료로 사용하려면 먼저 가루로 만들어야 한다. 이때 일반적인 멥쌀은 물에 불려놓는 과정(습식제분)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멥쌀을 구성하고 있는 전분 알갱이들이 치밀하게 배열돼 있어 소위 단단한 구조를 이루기 때문이다. 밀보다 쌀을 가루로 만들 때 2배 이상의 비용이 드는 이유다. 

쌀을 불리는 습식제분의 번거로움은 쌀가루 산업화를 막는 걸림돌로 꼽혔다. 실제 2020년 식품산업에서 원재료로 쓰인 쌀 61만4489톤 중 쌀가루 사용량은 4만1435톤(6.7%)에 불과했다. 쌀 소비량이 가계 부분에서는 매년 줄어들고 있는 반면 가공 분야에서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다양한 쌀가공식품 개발이 요구되는 최근 추세에서 이 같은 한계점은 쌀 가공산업의 성장을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였다.

이에 농촌진흥청에서는 2019년 쌀을 불리지 않은 상태로도 빻아서 사용(건식제분)할 수 있는 쌀가루 전용 품종을 내놨고, 이 품종이 바로 지금의 가루쌀이다. 

가루쌀은 밀가루와 거의 유사한 가루 크기에다 손상전분 함량이 비슷하다. 가루쌀의 배유 절단면을 살펴보면 멥쌀과 다르게 전분 알갱이들이 성글게 배열돼 있다. 물에 불리는 과정을 생략하고도 가루로 만들어 쓸 수 있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가루쌀로 만든 쌀가루는 기존 쌀가루보다 많은 이점을 지녔다. 건식제분이 가능하다 보니 가공공정이 눈에 띄게 줄었다. 가공공정이 간소화되면서 비용도 함께 절감됐다. 편하고 저렴하게 활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쌀가루 산업화를 막는 걸림돌이 사라진 셈.

가루쌀의 이 같은 장점은 햅쌀로 가공품을 만들거나 쌀빵을 생산하는 업체, 가공제품의 생산 공정을 간소화하고자 하는 업체의 관심을 받기에 충분했다.

파머스맥주의 쌀맥주 '한옥마을에일'. 웰그린라들러 마케팅 제공

가루쌀 주목하는 이유는

가루쌀로 쌀가공식품을 만들고 있는 업체들은 가공공정의 간소화를 가루쌀 사용의 장점으로 꼽았다. 사용하기 편리한 데다 식감과 맛 또한 일반 쌀에 뒤처지지 않는다는 점도 언급했다.

전북 고창에서 프리미엄 수제 맥주를 생산하며, 가루쌀이 나오기 이전부터 모든 제품에 쌀을 첨가해 쌀맥주를 만들고 있는 ‘파머스맥주’는 3~4년 전부터 가루쌀을 제품에 사용해왔다.

김우빈 파머스맥주 팀장은 “기존 쌀가루를 사용했을 때 쌀을 불리고, 열처리(호화)하는 과정이 가루쌀을 쓰면 생략된다. 빻아서 가루로 만든 가루쌀을 바로 투입하기만 하면 된다”며 “(가공)공정이 상당히 간소화된다는 점에서 가루쌀은 이점이 크다. 공정이 줄어드니 비용 절감도 뒤따라온다”고 설명했다.

빵으로 만들 때는 기존 쌀가루로 만든 제품과 견줘도 손색이 없다는 평도 나온다. 충북 진천에서 가루쌀을 이용해 빵을 만들고 있는 정창선 미잠미과 대표는 “우리 제품을 찾는 소비자분들은 가루쌀로 만든 쌀빵이 기존 쌀빵보다 식감이 더 촉촉하고 쫄깃하다고 하시는 등 반응이 대체로 좋다”며 “쉽게 딱딱해지거나 굳지 않아 시간이 지나도 촉촉한 식감을 유지할 수 있고, 밀가루로 만드는 대부분의 빵 종류도 가루쌀로 충분히 만들 수 있어 앞으로 더 많은 부분에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FTA 교육홍보사업의 제작지원으로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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