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한국쌀전업농경기도연합회 회원대회] 이경재 한국쌀전업농 경기도연합회장
[(사)한국쌀전업농경기도연합회 회원대회] 이경재 한국쌀전업농 경기도연합회장
  • 박현욱 farmwook@newsfarm.co.kr
  • 승인 2023.08.24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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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대회 쌀 산업 출구전략 모색 기회”

산업 패러다임 바꿀 변곡점 도래···변화 대응 필요
농촌 인프라 구축 고민 청년 돌아오는 공간 고민


이경재 한국쌀전업농 경기도연합회장
이경재 한국쌀전업농 경기도연합회장

(한국농업신문= 박현욱 기자)

이경재 한국쌀전업농경기도연합회장은 축소되는 쌀 산업과 고령화되는 농가들을 위한 새로운 출구전략을 세우는 게 쌀 산업의 새로운 미션이라고 말한다. 줄어드는 쌀 소비량, 과거 대표 품목으로 군림했던 쌀 산업의 위상이 과거와는 정반대로 흘러가서다. 이 회장은 이번 경기도대회가 치러지는 시기를 쌀전업농 간 활발한 정보공유·토론으로 쌀 산업 전체 위기를 헤쳐 나갈 수 있는 ‘골든타임’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쌀전업농들은 이 같은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농가들이 많다”면서 “이번 도 대회를 계기로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변곡점이자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세우는 데 역량을 집중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Q. 이번 한국쌀전업농경기도연합회 회원대회의 의미에 대해 설명해 달라.

쌀전업농경기도연합회 회원대회가 쌀전업농 창립 이래 최초로 김포시에서 열린다. 이곳 김포는 수도권 지근거리에 있는 지리적 요충지이지만 그동안 대규모 행사를 치르지 못했다. 이번 행사를 통해 김포시를 쌀전업농 경기도연합회의 근거지 중 하나로 삼고 쌀 산업 발전을 위한 핵심 도시로 역량을 키우고 싶다.

특히 지금은 농업·농촌의 인구감소, 고령화 문제 등 농업 인력이 급속히 줄어들고 있다. 농촌 소멸이 불보듯 뻔하다는 얘기다. 현실적인 대책 마련은 물론이고, 국가 차원의 지속 가능한 대책 마련이 수반돼야 한다. 농업·농촌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우리는 코로나19라는 대규모 팬데믹을 경험했다. 한국은 ‘먹거리 위기’라는 문장이 좀처럼 실감이 나지 않지만 다른 국가에서는 먹거리 파동에 봉착한 나라도 많다. 식량주권이 바로 선 나라는 세계적인 위기 속 무역 장벽이 높아져도 국민들의 삶을 위협하는 위기는 닥치지 않는다. 식량문제가 중요한 이유다. 특히 국가 대표 품목인 쌀을 빼놓고 식량 주권을 어떻게 논하겠는가. 그런 의미에서 이번 경기도대회는 중요한 시기, 적절한 시점에 치러지는 행사다. 
 

Q. 쌀이라는 품목은 농업의 국가 대표 품목이라고도 불린다. 쌀전업농의 미래는 어떻게 진단하는가.

국가의 기간산업 농업, 그 근간인 품목으로 쌀이 거론되곤 한다. 지금은 쌀밥이라는 의미가 많이 퇴색되긴 했지만 여전히 우리나라 국민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식량 중 하나다. 쌀이라는 먹거리가 사람의 건강이 미치는 효과는 또 어떤가. 지금은 탄수화물이라는 오명을 쓰고 밀가루와 동등하게 취급받곤 하지만 과학적으로도 수많은 영양학적 가치를 보유하고 있다. 쌀은 혈당을 급격하게 높이지 않는 등 다른 탄수화물과는 차원이 다른 건강 먹거리다.
 
이제 소비 트렌드는 점차 세분화되고 시민들이 찾는 제품에 대한 스펙트럼 또한 확장되고 있다. 아직 우리나라 국민들이 밥맛 좋은 품종을 많이 경험해 보지 못했지만, 고품질 맛을 자랑하는 품종에 대한 관심 또한 높아지고 있다. 쌀 산업의 발전 가능성, 즉 잠재력이 있다고 평가를 내리는 이유다.

쌀전업농의 미래도 암울하지만은 않다. 현재 우리 농업분야에는 품목별로 단합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과거 종합 농민단체가 힘을 발휘하거나 득세했다면, 지금은 품목별로 규합, 농업분야가 재편되고 있는 것이다. 쌀은 그 중 가장 막강한 세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잠재력 또한 무궁무진하다. 이제 젊은이들을 흡수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한다면 쌀전업농의 미래는 지속 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다고 믿는다.


Q.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래의 쌀 산업 전망은 밝지 않다. 탈출구는 있나.

물론 쌀 산업 전망이 밝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앞으로의 소득 수준이 높아지고 식생활이 서구화되며 간편식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면서 쌀 소비는 갈수록 감소할 것이란 예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하지만 지금의 소비 패턴을 잘 들여다보면 어느 정도의 출구 전략은 보인다. 예를들어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현미에 대한 인기도 덩달아 높아졌다. 일부 대형마트에서는 즉석도정기를 설치, 왕겨를 제거한 현미를 정미하는 방식으로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경기도 광주의 한 정미소는 국내 즉석 도정기업체와 협력을 강화해 소비자들에게 신선한 쌀을 제공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이미 쌀 유통을 식생활 개선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유통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우리도 점차 이런 문화가 확산될 것으로 본다. 

또 하나의 탈출구는 쌀자조금을 의무화하는 일이다. 각 분야에서 자조금은 해당 산업을 살리는 데 효과를 톡톡히 내고 있다. 농업분야에서 제일 활발하게 운용하고 있는 축산 자조금의 경우 한우와 한돈은 연간 약 350억원 규모의 자조금 예산을 운영 중이다. 자조금은 소비홍보뿐만 아니라 수급조절, 교육 정보제공, 연구개발 등에 쓰이면서 산업이 위기에 봉착했을 때 혹은 소비가 위축될 때 특급 소방수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한다.

한우자조금의 경우 지난해 한우자조금성과분석 연구 결과를 발표했는데 자조금 1원당 농가수입이 44.4원 증가했다는 결과를 내놨고, 한돈자조금의 경우도 자조금 1원당 10배의 경제효과를 봤다는 결과치를 발표했다. 쌀의무자조금이 생기면 두 자조금보다 더한 경제적 이득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Q. 최근 기후변화에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천수답 농업은 더욱 그렇다.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나. 

최근 지속되는 강우와 폭염으로 많은 농민들이 어려움을 겪었다. 지금도 피해를 복구하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는 농가도 많다. 기후 위기는 이제 먼 미래 일이 아니다. 지금 당장 우리에게 닥친 현실이 됐다. 최근 냉해, 가뭄, 집중호우, 폭염 등 미래를 장담할 수 없는 각종 자연 재해로 농업분야에 막대한 손실을 끼치고 있는 것이다. 수도작의 경우 직접적인 피해도 피해지만 기후변화로 파생되는 병해충 심각성은 해가 갈수록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기후변화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라면 이제 다양한 해법을 도출해야 한다. 벼농사의 경우 물관리가 핵심인만큼 ICT 기반의 스마트물관리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특히 침수 위험에 직면하면 자동으로 가동되는 무인 자율 배수 펌프와 같은 설비를 구축하고 정기적으로 수질을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일상화해야 한다.

정부의 노력도 절실하다. 재해발생 위험이 높은 저수지의 가동 상태를 미리미리 점검하고 집중호우에 대비 사전에 퇴적물 제거를 통해 농경지 침수가 방지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특히 피해를 최소화하는 시스템 구축과 정비가 중요한데 재난발생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언제 어디서고 농지에 피해가 발생해도 대응할 수 있는 대비책 마련이 요구된다.
 

Q. 농촌에 청년이 돌아오기 위해서는 어떤 방책이 있나.

지난 6월 통계청이 2022년 농업소득을 발표했다. 1천만원선이 무너져 내렸다. 이제는 농업소득으로 생계조차 유지하기 힘든 상황이 온 것이다. 2021년보다 26.8%나 폭락한 수친데 심각함이 도를 넘었다. 그렇다고 앞으로의 전망도 밝지 않다. 올해 기준금리가 크게 올랐고, 경상수지도 적자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경제 한파는 농촌 소멸을 가속화하고 있다. 청년은커녕 이제 농촌에 사람이 살지 않는 곳으로 황폐화 되고 있는 것이다.

재밌는 통계도 있다. 보건복지부가 최근 전국 어린이집 수를 발표했는데 5년 동안 어린이집 1만곳이 문을 닫았다고 한다. 슬픈 사실은 문 닫은 어린이집 대다수가 농촌에 몰려 있다는 사실이다. 읍·면·동에 어린이집이 한 곳도 없는 지역이 560곳이라니 실로 충격적이지 않은가.

전국 의사수를 비교한 통계치도 흥미롭다. 지난해 기준 인구 천명 당 의사 수는 농촌 인구비율이 높을수록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제는 진료를 받고 싶으면 대도시로 나와야 그럴 듯한 의료서비스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이런 환경에서 청년이 농촌에 돌아오겠는가. 절대 아니다. 지금과 같은 농촌 인프라에서는 아이들의 씨가 말라갈 것이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최근 강원도 양양이 ‘핫플레이스’로 떠오르고 있다고 한다. 20~30대 젊은 층의 폭발적인 수요가 양양에서 끓어오른다는 것이다. 양양이 ‘핫플’로 등극하는 데는 서핑문화가 한몫했다. MZ세대를 끌어 모으자 주변 상권이 살아나고 지역이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관련 먹거리 산업도 발달하고 농산물 수요도 덩달아 늘었다. 지역 향토 음식이 번성하고 최신 감각으로 재탄생한 퓨전 요리도 잇따라 론칭된다. 

물론 관광에 제한된 얘기일 수도 있지만 결국 사람을 끌어 모으는 데는 즐길 거리가 있어야 한다는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지방에서 젊은이들이 모이는 곳 치고 즐길 거리가 없는 곳은 단 한군데도 없다. 농촌의 핫플레이스는 결국 농촌이 고민하고 만들어 나가야 한다. 

최신 감각으로 농산물을 마케팅하고 재탄생한 곳도 많다. 성주는 참외를 내세워 각종 마케팅을 펼치면서 관광객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고, 보은은 대추, 강화도는 인삼으로 어필한다. 일단 사람이 농촌에 올 수 있도록 하면 인프라가 생성되고 각종 서비스 시설이 들어서며, 농업에 유입되는 가능성도 커지게 된다. 단편적인 예지만 이제는 보조금만으로 청년 농부들을 지원하는 식의 방식보다 농촌 인프라를 갖추는 다각도의 고민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Q. 마지막으로 쌀전업농에게 한 마디.

매번 한국쌀전업농 경기도연합회는 열악한 상황에서 치러져 왔다. 대도시가 인접한 탓에 농민 수가 많지 않아서다. 그래도 경기도 쌀 농민들의 역량을 믿는다. 지금까지 암울한 이야기만 많이 했지만 결국 희망은 농민 스스로 찾아야 한다. 이번 경기도대회를 기점으로 다양한 쌀 관련 행사들을 진행할 생각이다. 작은 움직임이 차곡차곡 쌓여 큰 도약을 일굴 것이라 믿는다. 이번 행사에 많은 관심 가져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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