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시대, 식량산업의 위기와 기회④-쌀가공식품 산업 활성화 방안] 쌀가공식품 전성시대…HMR 시장서 성장세 ‘뚜렷’
[팬데믹 시대, 식량산업의 위기와 기회④-쌀가공식품 산업 활성화 방안] 쌀가공식품 전성시대…HMR 시장서 성장세 ‘뚜렷’
  • 김흥중 기자 funkim92@newsfarm.co.kr
  • 승인 2021.11.03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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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매출액 5조…‘케이푸드’ 바람 타고 수출도 호황
정부양곡 의존 심해 업체마다 원료 수급 어려움 호소
지난 7월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2021 쌀가공식품산업대전’에서는 다양한 가공밥 제품들이 전시돼 관람객의 이목을 끌었다. 한국쌀가공식품협회 제공

(한국농업신문=김흥중 기자) 즉석밥, 떡볶이, 쌀국수 등 쌀로 만든 다양한 가공식품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가정간편식(HMR) 시장이 1인 가구와 맞벌이 가구 증가, 코로나19에 따른 외식 소비 감소 등으로 꾸준히 성장하면서 쌀가공식품을 찾는 소비자들도 늘고 있어서다. 

쌀가공식품은 맛과 건강을 생각하는 소비 트렌드에 맞춰 제품 종류도 다채로워지고 있다. 특히 떡볶이나 즉석밥 제품은 쌀가공식품 중에서도 단연 최고 인기 상품이다. 즉석밥으로 유명한 ‘햇반’은 출시 이후 지난해 말 누적판매량 34억개를 돌파하기도 했으며, 흰쌀밥 외에 소비자 취향에 맞게 현미밥, 잡곡밥 등이 판매되고 있다.

쌀가공식품은 ‘케이푸드(K-FOOD)’ 열풍에 힘입어 농식품 수출에서도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지만, 제조업체에서는 매년 원료 수급 문제로 이따금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올해는 특히 원료인 가공용 쌀이 부족해 일부 업체에서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몸집 커지는 쌀가공산업…‘가공밥’ 인기 톡톡

가정간편식 시장이 커지고 있는 만큼 쌀가공식품의 성장도 탄력을 받고 있다. 

쌀가공산업은 지난 2011년 ‘쌀가공산업 육성 및 쌀 이용 촉진에 관한 법률’이 제정된 이후 점차 몸집을 키워나가기 시작했고, 2018년 기준 매출액 5조3000억원대를 기록했다. 관련 업체 수도 1만7000여개에 달하고, 식품 종류는 떡류, 밥류, 죽류, 면류, 쌀과자류, 쌀음료류, 주류 등으로 다양하다. 

쌀가공식품의 인기는 소매시장 규모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서 내놓은 ‘2020 가공식품 세분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쌀가공식품 전체 소매 시장 규모는 2019년 8840억원으로 2017년 6654억원에서 32.9%나 증가했다. 

특히 이 가운데 즉석밥, 컵밥 등으로 대표되는 가공밥의 비중이 55.9%로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소비자 900명을 대상으로 쌀가공식품의 구입 경험을 묻는 설문에서도 가공밥은 45.2%의 가장 높은 구입률을 보였다. 쌀가공식품 선호도에서도 가공밥은 44.1%를 차지하며 압도적인 인기를 자랑했다. 황태국밥, 돼지국밥 등 한 끼 식사로 충분한 다양한 종류의 가공밥이 속속 나온 것도 가공밥 열풍에 한몫했다.

쌀가공산업의 성장과 함께 가공용 쌀 소비량도 완만한 성장세를 기록했다. 통계청의 ‘양곡소비량조사’를 살펴보면, 가공용 쌀 소비량은 지난 2013년 52만6140톤에서 지속적으로 증가해 지난해 65만톤을 기록했다. 최근 들어 가장 많은 소비가 이뤄진 2018년에는 75만5664톤이나 사용됐다.

aT의 보고서에서는 핵가족화, 1인 가구 증가, 서구식 식습관 확산으로 쌀을 원료로 한 HMR 제품이 증가하고 식사 또는 간식 용도의 쌀가공식품 수요가 늘면서 가공용 쌀 사용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했다고 판단했다. 국민건강영양조사에서도 가공용 1인당 쌀 소비량이 2008년 이후 연평균 3.4%씩 늘었다고 분석했다. 국민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매년 감소하고 있지만 쌀가공식품에 쓰이는 가공용 쌀 사용량이 꾸준히 늘고 있다는 사실만 보더라도 쌀가공산업의 성장을 가늠할 수 있다.

해외에서도 쌀가공식품의 인기는 대단하다. 지난해 쌀가공식품 수출액은 1억3760만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중 떡볶이를 비롯한 떡류는 5380만달러로 일본, 중국 등 아시아 시장을 중심으로 소비됐고, 냉동볶음밥, 즉석밥 등 가공밥류는 4590만달러로 미국 시장 등에서 인기를 끌었다. 국가별 수출실적은 미국, 일본, 베트남, 중국 순으로 높았고, 특히 미국 수출액이 전체 쌀가공식품 수출액의 40.2%를 차지했다. 

한국쌀가공식품협회 관계자는 “코로나19에 따른 시대 변화와 수요에 즉각 대응하고 정부의 적극적인 수출지원 정책과 산업계 노력이 합쳐지면서 지난해 쌀가공식품 수출액이 역대 최고를 달성했다”고 말했다.

쌀가공산업은 양적인 성장 외에도 최신 식품 트렌드를 반영하며 질적으로도 발전하고 있다. 특히 유산균을 함유해 기능성을 강화한 쌀과자와 야외에서도 쉽게 먹을 수 있는 즉석밥 등 품질 외에도 기능성과 편리함을 갖춘 제품들이 하루가 다르게 출시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쌀가공식품도 최근 식품 소비 경향에 맞춰 다양해지고 있다. 업체에서 소비자의 입맛에 맞는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 비용을 투자하고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원료 수급 불안에 업체는 발 동동

쌀가공식품 산업은 시장 규모나 제품 품질 면에서 해를 거듭할수록 성장하고 있지만, 관련 업체들의 고충 역시 만만치 않게 커지고 있다. 

특히 쌀가공식품 제조업체들은 제품 원료인 가공용 쌀이 부족해지는 상황이 매년 벌어지고 있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쌀가공식품 수출이 활기를 띠었을 때는 생산을 중단해야 할 정도로 원료가 부족하기도 했다.

경북도에서 떡볶이를 생산하는 A업체 관계자는 “지난해 코로나로 간편식 제품이 인기를 끌면서 떡볶이도 수요가 늘었다. 생산이 갑자기 늘어난 탓에 일찌감치 배정받은 정부양곡은 금방 동이 났는데, 이후 공급이 불확실해져서 생산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업체들은 정부양곡을 시중 밥쌀용 쌀보다 저렴하게 공급받아 가공용 쌀로 쓰고 있다. 지난해만 보더라도 가공용 쌀 사용량 49만2000톤 중 약 64%인 30만톤가량이 정부양곡이다. 가공용 쌀 중에서 정부양곡이 차지하는 비중은 해마다 절반에 가깝다. 쌀가공식품 업계가 원료를 정부양곡 가공용 쌀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관련 업계에서는 올해 특히 더 힘든 상황을 겪어야 했다. 지난해 쌀 생산량이 줄어들면서 덩달아 가공용 쌀로 쓰이는 정부양곡 공급량도 줄었기 때문이다. A업체는 “원료 공급이 불확실한 점은 매년 반복되는 문제지만, 올해는 특히 더 심했다. 정부양곡만 바라보는 업체도, 쌀이 부족해 가공용으로 공급할 수 없는 정부도 모두 애매한 상황이 벌어졌다”고 토로했다.

경기도에 있는 B업체 관계자는 “올해는 재고 부족으로 가공용 쌀 공급 자체가 어려워졌다. 시중에 나와 있는 밥쌀용 쌀은 가공용으로 쓸 수는 있지만, 가격이 너무 비싸서 사용할 수가 없다”면서 “쌀가공식품은 원료 함량 중 쌀 비율이 높아 쌀 가격에 따라 민감할 수밖에 없다. 또 제조원가가 올라간다고 제품 가격을 무작정 올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가격에 대한 주도권이 없는 중소기업 제조업체들은 사정이 더 어렵다”고 호소했다.

공급되는 정부양곡 가공용 쌀의 품질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도 종종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B업체는 “도정공장에서 오는 쌀 품질이 오락가락할 때가 있다. 가끔은 원료용으로 쓰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또한, 쌀가공식품 업계는 산업기반이 취약하고 기업이 영세하다는 문제점도 안고 있다. 농식품가치연구소의 연구 자료에 따르면, 쌀가공업체 90% 이상이 자영업자로서 영세성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법인기업의 비율, 종사자의 연령대, 원료곡의 내용, 산업 인프라 등 전반적으로 산업기반이 매우 취약한 수준이라는 것. 영세한 기업 구조로 인해 신규 제품 개발에 쏟을 중장기 투자 여력이 부족하고, 유통채널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이 따를 수 있다.

이외 쌀가공업체 대부분이 서울, 경기 등 수도권·대도시에 집중돼 있어 현지 쌀 생산자와의 연계 강화가 어렵다도 지적도 나온다. 이는 저가의 정부양곡에 의존하는 업체들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원료쌀을 소비하는 데 한계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포스트코로나 대비하는 쌀가공품

정부에서는 쌀가공산업의 원료 수급 상황, 산업구조의 영세성 등 산적한 문제를 인지하고, 해결방안으로 ‘쌀 가공산업 육성 및 쌀 이용촉진에 관한 기본계획(2019~2023)’을 5년 단위로 수립해 추진하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가공업체 수요 물량과 정부 재고 여건 등을 고려한 안정적인 가공용 쌀 공급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으며, 가공용 쌀 재배단지 확대 등으로 민간에서 공급되는 쌀 공급량도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식품 선택에 있어서 건강을 먼저 생각하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쌀가공식품 또한 주목받고 있다. aT의 보고서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쌀로 만든 제품이 밀 제품보다 더 안전하고, 소화가 잘되며, 건강하고 영양이 풍부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한다. 이 같은 경향을 잘 반영하듯 영유아를 위한 이유식용 쌀가루, 건강기능성 쌀과자, 젊은 층을 겨냥한 누룽지 등 다양한 쌀가공식품이 개발되고 있다. 쌀가공식품 산업의 성장이 기대되는 대목이다. 

최영민 쌀가공식품협회 전략기획실장은 “가정간편식 시장과 함께 쌀가공식품이 뜨고 있고, 수출도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쌀가공식품은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적합한 식품군 중 하나로 충분히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