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시대, 식량산업의 위기와 기회④-쌀가공식품 산업 활성화 방안] 신동력 산업으로 성장한 쌀가공식품…수출 등 발전 가능성 무궁무진
[팬데믹 시대, 식량산업의 위기와 기회④-쌀가공식품 산업 활성화 방안] 신동력 산업으로 성장한 쌀가공식품…수출 등 발전 가능성 무궁무진
  • 김흥중 기자 funkim92@newsfarm.co.kr
  • 승인 2021.11.03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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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생산자와 협력 방안 모색해야
계약재배 활성화로 안정적 원료 공급 체계 구축
쌀 소비촉진 일환 쌀가공식품 소비홍보 필요

(한국농업신문=김흥중 기자) 즉석밥, 떡볶이 등 쌀가공식품의 성장세가 무섭다. 김치, 비빔밥 등 K-FOOD로 대표되는 한국 식품들 사이에서 쌀가공식품이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해 쌀가공식품 수출액은 1억3756만 달러를 기록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코로나19 여파로 가정간편식, 밀키트 등 제품군이 주목받으면서 쌀가공식품 성장 또한 탄력을 받았다.

쌀가공식품 산업의 눈부신 성장과 달리 산업 내부에는 해결되지 않고 있는 문제가 산적해 있다. 특히 정부양곡에 의존적인 쌀가공식품 산업은 매년 원료 수급 불안에 시달린다. 산업 현장 곳곳에서는 늘어나는 수요를 뒷받침할 원료가 부족하다는 곡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처럼 이상기후로 쌀 생산량이 줄어들어 정부양곡이 부족해지면 가공용 쌀은 뒷전으로 밀리게 된다. 이 같은 원료 수급 문제는 매년 반복해서 일어나고 있다.

한국농업신문은 쌀가공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안정적인 원료 수급 방안 등을 논의하는 좌담회를 개최한다.

일시: 2021년 11월 2일 
장소: 한국농기계글로벌센터 바이오지원센터 회의실
사회: 연승우 한국농업신문 편집국장
참석자

    조희성 (사)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 정책위원장
    김보람 농림축산식품부 식량산업과장
    조준현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농업연구관
    최영민 (사)한국쌀가공식품협회 전략기획실장
    이용택 ㈜동성식품 대표
    류기형 공주대학교 식품공학과 교수

▶ 쌀가공식품 산업이 꾸준히 성장하고 있지만, 이면에는 업계가 겪는 고충도 만만치 않다고.

이용택 ㈜동성식품 대표이사

이용택 ㈜동성식품 대표이사(이하 이 대표이사) : 최근 업계에서 가장 큰 고충으로 꼽는 점은 바로 원료 가격이 불안정하다는 것이다.

정부양곡을 매입해 쓰는 업체가 대부분인데, 올해는 공급이 얼마나 될지 예측하기 힘들었다. 특히 가격이 평년보다 3~4배나 뛰었다. 지난해 기후 영향 등으로 쌀 작황이 좋지 못하니까 정부양곡 자체가 줄었고, 자연스럽게 가공용 쌀로 넘어오는 물량에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원료 가격이 오르면 이를 원가에 반영해 판매단가를 인상하는 게 맞지만 대부분 업체는 원료 가격이 올라가는 속도만큼 판매 가격을 올리기 쉽지 않다. 기업들이 안정적으로 경영 활동을 예측하기 어려워지는 이유다. 가격변동성은 해마다 있을 수 있지만, 올해처럼 큰 폭으로 오르면 시장에서 대응하기 어렵다. 

또한, 가격에 대한 안정성 부분은 가공용 쌀 공급이 얼마나 안정적으로 이뤄지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업계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원료 공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업체마다 각자 대응 능력을 갖추고 있지만, 원료의 정부양곡 비중이 큰 만큼 공급 예측이 어려워지면 경영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김보람 농림축산식품부 식량산업과장(이하 김 과장) : 과거 쌀 재고가 많았던 시기에는 이를 처리하는 부분에서 쌀가공업체의 노력이 컸다. 그때는 정부에서 재고 처리라는 당면 사안을 해결해야 했고, 업체에서도 원료가 필요했다. 

다만, 올해는 정부양곡 자체가 많이 줄었다. 물론 업체에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공공비축제도 안에서 정부양곡이 가공용 쌀로 공급되다 보니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다. 우선 시중에 쌀이 부족하면 거기에 먼저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가공용 쌀이 정부양곡에 의존하고 있다는 부분은 정부에서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가공용 쌀 공급이 지금보다 더 안정적으로 진행되기 위해서 시중에서 쌀생산단체나 가공용 쌀 재배단지에서 계약재배 등이 필요한 상황이다. 

▶ 가공용 쌀의 안정적인 공급을 위한 대안으로 농가와 업체 간 계약재배가 언급되고 있다.

조희성 (사)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 정책위원장

조희성 (사)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 정책위원장(이하 조 위원장) : 농가에서는 대부분 계약재배를 선호한다. 계약재배가 확대되는 건 분명히 좋은 현상이다. 지금 익산에서 벼농사를 짓고 있는데, 이곳에서도 CJ나 하림 등 식품 대기업과 계약재배를 많이 하고 있다.

다만, 계약재배 시 ‘가격’에 농가와 업체가 모두 민감하다. 계약재배로 나가는 가공용 쌀 품종은 대부분 일반 벼보다 수량이 많이 나오는 대신 공공비축미 매입 가격보다 훨씬 싸다. 가격 차이를 보전해주기 위해 지자체에서 수매대금 등을 지원해주기도 한다. 기업 유치, 계약재배 활성화 등을 위해 지자체에서 하는 지원제도가 조금 더 안착돼야 할 필요가 있다. 

조준현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농업연구관(이하 조 연구관) : 농촌진흥청에서도 계약재배 단지를 확대해 나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생산단지에 참여한 농가들에게는 지자체 등에서 지원을 해주는 걸로 알고 있다. 하지만, 일부 대기업 위주로 계약재배가 큰 규모로 돼 있고, 대부분 영세한 업체들은 원료를 사서 쓰고 있다. 

자체적으로 계약재배를 하고 있는 일부 업체들도 있지만, 자급력 부족 등을 이유로 오래 지속되지 못하는 듯하다. 계약재배를 늘리기 위해 농가뿐 아니라 업체에도 많은 지원이 필요한 이유다. 지금은 농가에만 지원이 이뤄지고 있는데, 업체에도 맞는 지원책이 있어야 한다.

최영민 (사)한국쌀가공식품협회 전략기획실장(이하 최 실장) : 식품 대기업에서도 쌀가공식품 생산을 위해 계약재배를 꽤 많이 하고 있지만, 어려움이 많다는 이야기들이 들린다. 

특히 가격 부분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먼저 계약단가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서로 가격이 합의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또 계약하더라도 쌀 수확 이후 가격 상황에 따라 계약이 실제로 이뤄지지 않기도 한다. 벼 재배농가들에게는 벼를 정부수매나 농협수매로 판매할 수 있는 좋은 판로가 있고 가격도 어느 정도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최악의 상황이지만, 수확 후 가격 조건이 더 좋은 쪽으로 물건이 가버리는 셈이다.

▶ 가공용 쌀 계약재배를 어떻게 활성화시킬 수 있을지.

조준현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농업연구관

조 연구관 : 먼저 현행 벼 수매제도 일부를 개선하는 방안도 고려해봐야 한다. 지금 수매제도는 밥쌀용 쌀 중심이다. 개선안은 일정 지역마다 하나의 RPC(미곡종합처리장) 정도는 가공용 쌀 전용으로 조성하고, 전체 수매 물량의 5% 정도를 가공용 쌀로 정해놓고 가는 식이다. 수매제도 개선이 이런 식으로 이뤄지면 업체에도 안정적인 원료 공급이 가능해진다. 

다음은 지원제도를 손보는 것이다. 지금 가공용 쌀을 재배하는 농가에만 자금 등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10년 전부터 가공용 쌀 재배단지를 조성해보니 벼 가격 조금만 오르면 농가들이 시중에 벼를 내놓는 일이 발생하더라. 대기업과 계약재배하는 상황에서도 별반 다르지 않다. 업체에서는 이 부분에 애로사항이 발생하고, 벼 시장의 유통질서도 흐트러진다. 이를 방지하려면 지원제도가 농가뿐 아니라 산업체 쪽으로도 이뤄져야 한다.

이외 가공용 쌀 재배단지를 조성하는 것이 중요한데, 간척지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대단위 간척지는 면적도 넓어서 재배에 적합하다. 경영비도 일반 논보다 적게 들어갈 수 있고, 무엇보다 생산되는 쌀의 품질을 크게 고려하지 않아도 되는 이점이 있다. 가공용 쌀도 품질이 중요하지만, 밥쌀용만큼의 품질에는 못 미쳐도 가공에 큰 문제가 없다. 이는 수급을 관리하는 방향에서 재배단지 조성 한계나 재고 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류기형 공주대학교 식품공학과 교수

류기형 공주대학교 식품공학과 교수(이하 류 교수) : 쌀가공식품협회의 역할도 중요하다. 정부의 지원과 더불어 협회에서 농가와 업체 간 중간역할을 해야 한다. 앞서 가격에 따라 계약이 깨질 수 있는 문제는 곧 농가와 업체 간 신뢰가 쌓여야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이 역할을 협회에서도 어느 정도 도울 수 있다고 본다.

조 위원장 : 계약재배가 활성화돼 농가에는 고정적인 판로를, 업체에는 안정적인 원료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지는 게 중요하다. 쌀가공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이다. 

다만, 계약재배로 가공용 쌀이 지금보다 더 재배된다면, 밥쌀용이랑 가공용이 명확히 분류돼 일반 쌀 시장에 혼란이 생기는 일이 없어야 한다. 가공용 쌀이 생산량이 많다 보니 계약재배 물량을 채우고 남은 쌀들이 일반 시장으로 부정 유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 혼란을 주지 않는 선에서 밥쌀용과 가공용이 명확하게 분리될 수 있는 제도나 체계가 필요하다. 정부도 이 부분을 먼저 확실하게 짚고 넘어가야 한다.

▶ 식품 원료는 품질이 중요하다. 가공용 쌀의 경우 수급뿐 아니라 품질에도 종종 문제가 제기된다고.

이 대표이사 : 가공용 쌀은 일반적으로 구곡이다. 묵은쌀이 업체로 넘어가다 보니 품질에 문제가 있기도 하다. 우스갯소리로 수입쌀이 국내산 쌀보다 품질이 더 좋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도정공장에서 어떻게 품질 관리가 이뤄지는 건지 의구심이 든다는 게 업계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품질에 문제가 있는 쌀을 공급받으면 업체에서 자체적으로 걸러낸다. 업체들도 대부분 색채선별기 등 품질관리를 할 수 있는 시설이 있다. 그럼에도 분명 한계가 있다. 제품마다 가공용 쌀의 품질에 영향을 덜 받기도 하지만, 쌀을 직접 분쇄해 제품을 만드는 곳은 원료 품질에 따라 가공제품 품질 차이가 크게 난다.

협회에는 도정공장에 대한 평가를 제조업체나 생산자단체에서 직접 할 수 있는 방안을 고려해보자고 제시하기도 했다. 원료가 좋으면 당연히 완제품은 좋을 수밖에 없다. 국내산 가공용 쌀이 수입쌀보다 품질에서 떨어진다는 이야기가 더 이상 나오지 않길 바란다.

▶ 쌀가공식품 산업의 앞으로의 발전을 위해서 무엇이 필요할까.

최영민 (사)한국쌀가공식품협회 전략기획실장

최 실장 : 쌀가공산업의 원료 부분에 산적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밥쌀용 정책과 가공용 쌀 정책이 분리될 필요가 있다. 지금은 여전히 가공용으로 들어가는 쌀은 ‘재고’다. 정부양곡에서도 밥쌀용을 먼저 확보한 다음 쌀이 남으면 업체에 주고 그렇지 않으면 공급이 어려워지기 일쑤다. 그러니 원료 가격 등락이 발생하는 것이다.

또 여전히 쌀가공식품에 대한 제대로 된 통계가 없는 게 현실이다. 표준산업분류라고 하는 곳에 보면 떡볶이가 식품산업 분류로 지정돼 있지 않다. 

쌀가공식품을 이제는 하나의 ‘식품’으로 보는 시각도 중요하다. 공급과잉된 쌀의 재고처리 산업이 아니라, 식품산업으로서 정부 정책이 설계돼야 한다. 김치만 보더라도 식품진흥 부처에서 많은 지원을 하고 있지 않나. 김치와 마찬가지로 쌀가공식품도 이제는 한류의 중심에 있다. 

이외 정부의 쌀 소비촉진 홍보사업이 밥쌀용 쌀에만 치우쳐 있는데, 쌀가공식품 분야에도 쌀 소비촉진의 일환으로 지원이 필요하다. 원유 사용을 늘리기 위해 원유를 홍보하고 있는 셈이다. 좋은 플라스틱을 만들어내고 완제품을 홍보하면 원유에 대한 소비는 자연스럽게 이뤄진다. 쌀 산업도 마찬가지다. 특히 영세한 업체가 대부분인 쌀가공업계에 마케팅 등 홍보 지원이 절실하다. 

쌀가공산업이 정부양곡 재고 처리사업에서 이제는 하나의 식품산업으로 충분히 성장했다는 인식이 퍼져야 한다.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류 교수 : 쌀가공산업이 눈부시게 성장하고 있다. 다만, 산업 내 소재산업이 제대로 발전하고 있지 못한 듯하다. 쌀가루도 습식이나 건식 등으로 연구가 되지만 산업 성장 속도와 비교해보면 활발하지 않다. 쌀가공산업이 견고하게 성장하려면 소재산업도 중요하다. 

소재산업이 발전하면 우리 쌀의 우수성을 알리는 일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용도나 기능성에 맞는 제품을 연구할 수 있는 길이 열릴 수 있다.

▶ 끝으로 자유롭게 한 말씀씩 부탁드린다.

이 대표이사 : 밥쌀용이든 가공용이든 규제보다는 촉진 쪽으로 정부정책 방향이 설정돼야 한다. 특히 쌀이 유익하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 그러면 쌀 소비 촉진은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이다.

조 연구관 : 쌀 산업의 고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쌀가공식품 산업의 발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부와 농촌진흥청에서도 이 부분을 많이 고민하고 있다.

쌀가공식품을 학교나 단체 급식에 의무적으로 일부분 배정해 쌀가공식품에 대한 좋은 인식을 심어주는 게 필요하다. 그러면 학생들 사이에서도 일찌감치 우리 쌀을 다양한 방면으로 접할 수 있게 된다. 일반 쌀이든 가공용 쌀이 쓰인 쌀가공식품이든 일정량을 계속 소비할 수 있는 구조적인 체계가 필요하다. 

또 홍보에도 지금보다 더 신경 써야 한다. 쌀 소비를 늘리자는 것도 중요하지만, 쌀가공식품에 대한 홍보도 더 늘려야 한다.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이 있어야 한다.

김보람 농림축산식품부 식량산업과장

김 과장 : 이번 좌담회에서 나온 여러 가지 제안과 의견을 정부에서도 충분히 고민해보겠다. 쌀가공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안정적인 원료 공급 체계, 쌀가공식품 산업을 하나의 식품산업로서 인식하는 패러다임 전환. 소비홍보 강화 이 세 가지가 중요하다고 본다. 

이 모든 과정을 정부에서 혼자서 진행하기는 힘들다. 협회나 생산자단체와 같이 의논하고 협의할 내용이 많다고 본다. 안정적인 원료 공급을 위해서 계약재배와 관련된 사안도 마찬가지다. 농가와 업체 간 신뢰나 믿음만으로는 제대로 된 계약재배가 이뤄질 수 없고 제도화도 필요하다. 앞으로 계속 고민하면서 의견을 듣겠다. 

쌀가공식품 산업이 계속 성장할 수 있었던 데에는 업체들의 노력이 대단히 컸다. 새로운 제품도 발굴하고 가정간편식(HMR) 등 새로운 영역에도 도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체에서는 제품 개발 부분에 조금 더 노력해주시고, 연구기관에서도 가공적성 등 기술개발에 주력해주시기 바란다.

소비홍보 부분에서도 현재 쌀 홍보사업을 하고 있지만, 그 부분을 어떻게 확대해 나갈지 고민하고 있다. 앞으로도 좋은 의견을 주시기 바라고 쌀가공산업에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