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밥쌀 대신 가루쌀, 쌀 수급문제 해결할 열쇠"
[인터뷰] "밥쌀 대신 가루쌀, 쌀 수급문제 해결할 열쇠"
  • 김흥중 기자 funkim92@newsfarm.co.kr
  • 승인 2023.05.03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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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한영 농림축산식품부 식량정책관 인터뷰
2026년 가루쌀 재배면적 4만2000㏊까지 확대
2024년 전문 생산단지 선정 기준 50→30㏊ 완화
이모작·전략작물직불로 소득증대 견인

(한국농업신문=김흥중 기자) 지난달 27일 서울 aT센터에서는 ‘가루쌀 미래비전 선포식’이 있었다. 현장에서 전한영 농림축산식품부 식량정책관은 “지금까지 왔던 길과 다른 길이지만, 꼭 가야만 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농가와 정부, 식품업계가 힘을 합쳐 가루쌀 산업 활성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빻으면 바로 가루가 되는 가루쌀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생산된다. 지난해 100㏊에 불과했던 재배면적은 올해 20배가 늘어난 2000㏊의 전문 생산단지가 조성되고, 성공적인 생산을 위해 재배 기술 매뉴얼을 만들고 현장기술지원단을 설치했다. 더불어 추가로 지급되는 직불금 덕에 가루쌀에 대한 현장의 관심과 궁금증은 날로 커지고 있다. 

이에 본지에서는 가루쌀 생산 현장의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전한영 농림축산식품부 식량정책관을 만나 가루쌀 산업 활성화를 위한 정부 정책을 들어봤다.

전한영 농림축산식품부 식량정책관

-농촌 현장에서 ‘가루쌀’이 크게 주목받고 있는데. 

가루쌀은 가루를 내기에 적합한 특징을 지닌 새로운 쌀 품종입니다. 이름은 쌀이지만 쌀보다 밀과 더 비슷한 특성이 있습니다.

가루쌀은 기존의 벼 재배 인프라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고 일반 벼보다 늦게 이앙할 수 있는 품종으로 겨울철 밀 등과 이모작에 유리합니다. 논의 활용률을 높여 농가 소득을 올리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셈이죠. 

여기에 저렴한 제분(製粉) 비용과 우수한 품질 등으로 식품원료, 가공 소재로의 가치가 높아 우리나라 쌀 산업의 부가가치를 올리는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가루쌀은 어떻게 등장하게 됐나.

국내 쌀 산업은 고질적인 수급 불균형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쌀 생산과 소비가 모두 줄어들고 있지만, 소비는 더 빠르게 감소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2001년부터 쌀의 공급과잉 구조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반면에 밀은 역사적으로 우리의 주식이 아니었음에도 해방 이후 소비가 지속적으로 증가해 매년 200만톤 이상을 수입해서 먹습니다. 국산 밀 생산도 미미한 실정입니다. 

일반 쌀을 이용한 가공식품 개발을 계속하고 있지만 쌀을 식품원료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물에 불리고 분쇄해 다시 건조해야 하는 등 비용이 많이 들어 밀을 대체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밀처럼 현미 상태에서 바로 분쇄해 가루를 낼 수 있는 가루 전용 쌀을 개발하게 된 것입니다. 더욱이 가루쌀은 생육기간이 짧아 밀과 이모작을 하게되면 국산 밀 생산도 늘릴 수 있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정부에서는 지난해 6월 가루쌀 활성화 정책을 발표했다.

정부는 가루쌀 산업 활성화를 위해 2026년까지 밥쌀 재배면적 4만2000㏊를 가루쌀로 전환해 연간 밀가루 수요의 10% 수준인 20만톤을 가루쌀로 대체할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우선 가루쌀 전문 생산단지를 해마다 확대 조성할 예정입니다. 올해는 충남, 전북, 전남, 경남 총 4개 지역에 38개 단지 2000㏊에서 1200여명의 농가가 가루쌀 생산에 참여합니다. 내년에는 가루쌀 재배면적을 1만㏊까지 넓혀나갈 계획입니다.

정부는 가루쌀 소비 기반을 마련하는 데도 집중하고 있습니다. 식품기업이 다양한 제품을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해 가루쌀을 새로운 식품원료로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올해 15개 식품기업이 19개의 시제품 개발에 참여하고 있고, 지역 빵집 20개소에선 가루쌀을 활용한 신메뉴 40종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우수 메뉴 선정을 위한 품평회 개최, 팝업스토어 운영, 가루쌀 빵지순례, 박람회 연계 홍보관 운영 등 다각적인 홍보도 추진해 소비 기반을 확실히 다져나갈 것입니다.

-가루쌀 전문 생산단지에는 어떤 지원이 이뤄지는지.

가루쌀은 식품원료로 사용되는 것으로 균일한 품질과 대규모 유통체계가 필요합니다. 이에 따라 개별 농가보다는 집단화된 단지를 조성하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우선, 가루쌀 생산단지로 선정되면 가루쌀 재배를 위한 기술지원과 공동경영 체계를 갖출 수 있도록 교육·컨설팅 사업을 지원하며, 규모 확대에 필요한 시설과 장비를 지원합니다. 

생산단지에 참여하는 모든 농업인에게 전략작물직불금을 지급합니다. 전략작물직불금은 올해 새롭게 도입한 제도로, 가루쌀을 재배하면 ㏊당 100만원의 직불금을 지급하며 겨울철 밀·조사료와 이모작을 할 경우에는 250만원을 지급합니다.

또한, 생산단지에서 생산된 가루쌀은 전량 정부가 매입합니다. 생산단지 참여 농업인은 판로 걱정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여기에 가루쌀 종자를 공급하고 단지별로 맞춤형 현장기술지원 체계를 갖추고 있습니다. 

2024년도에 가루쌀을 재배하려는 농업인은 생산단지 계획을 수립해 5월 31일까지 시·군·구에 사업을 신청하시기 바랍니다.

-생산단지 규모화에 부담이 크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정부에서도 생산단지를 조직하고 규모화하는 과정에서 농업인들이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앞에서도 이야기한 바와 같이 가루쌀은 식품원료로 사용되는 것이기 때문에 균일한 품질과 대량 유통이 필수적입니다. 여기에 새로운 품종으로 농가의 재배 경험이 많지 않기 때문에 공동작업이 필수이기도 합니다.

2024년에 신규로 조성할 가루쌀 생산단지 기준을 당초 50㏊에서 30㏊로 완화해 부담을 낮췄습니다. 특히 벼 재배면적이 3000㏊ 미만인 시·군은 면적 기준을 20㏊로 더 낮춰 사업 참여 기회를 넓혔습니다.

생산단지로 선정되면 경영규모를 확대하는데 필요한 교육·컨설팅 사업을 지원해 농가 조직화와 공동경영 체계를 갖추는 데 필요한 사항을 밀착 지원하게 됩니다.

정부는 가루쌀로 새로운 쌀 가공식품 시장을 육성하고자 합니다. 새로운 식품원료로 가루쌀의 품질이 균일하게 유통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입니다. 이 같은 산업 생태계를 만들어나가기 위해선 단지화가 필수입니다. 

-수확한 가루쌀의 판로는.

단지에서 생산되는 가루쌀을 전량 정부가 매입합니다. 공공비축미곡 매입 방식을 준용해 매입할 예정이며, 구체적인 방식과 가격은 현재 검토 중입니다.

정부가 생산된 물량을 전량 매입하고 중장기적으로 민간 소비 추세를 보아 추진하겠습니다. 정부 비축과 식품기업 계약재배 방식을 병행하고 지역 중소식품기업과 협력체계 구축 등 수요를 창출하면서 이에 맞는 생산·유통체계를 갖춰 나갈 것입니다.

-성공적인 재배·생산을 위한 지원책이 있다면.

현재는 가루쌀 재배 경험을 가진 농업인이 많지 않기 때문에 여러 농가를 조직화해 공동경영하는 협동체계를 마련하고 기술지원을 촘촘하게 제공할 것입니다.

올해에는 이미 생산단지별로 농진청·컨설턴트·지자체·민간전문가 등 4인 1조의 현장기술지원단을 꾸렸고 육묘·이앙부터 수확까지 생육 전반에 걸쳐 맞춤 기술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또 최근에는 생산단지 참여 농업인에게 가루쌀 재배 매뉴얼을 배포해 참고하도록 했습니다.

이후 단톡방, 카페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운영해, 생산단지 참여 농가와 컨설턴트 사이 소통 창구를 만들어 현장 애로사항에 신속히 대응해 나갈 계획입니다.

더불어 농업인이 더 쉽게 가루쌀을 접할 수 있도록 보다 효율적인 재배 기술을 개발도 진행 중입니다. 농진청은 내수발아성을 가진 다수확 품종을 개발 중에 있으며, 조만간 농업인 여러분들께 새로운 품종을 소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가루쌀 종자의 경우 내년부터 정부에서 직접 보급종을 생산해 2025년부터는 본격적으로 보급종 종자 공급이 이뤄질 전망입니다. 전략작물직불금도 가루쌀 생산농가에게 보다 두텁게 보상될 수 있도록 재정당국과 협의 중에 있습니다.

-가루쌀에 관심이 큰 전국 쌀 생산 농가에 한 말씀.

쌀은 우리 민족의 중요한 식량이며 안보를 굳건히 하는 작물입니다. 그러나 현재 밥쌀 소비가 줄고 식습관이 바뀌면서 수급 불균형 문제가 지속해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가루쌀은 쌀 수급 균형을 맞추고, 식량자급률 향상에도 기여할 수 있는 새로운 식품소재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쌀전업농 등 많은 벼 재배 농업인이 가루쌀 재배에 참여한다면, 쌀 수급 안정과 더불어 새로운 쌀가공산업을 활성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쌀전업농 여러분의 가루쌀에 많은 관심을 기대하면서, 가루쌀 재배에도 적극 참여해 주시길 당부드립니다.

농림축산식품부·한국농업신문 공동기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