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볏잎서 나방이 우수수"...혹명나방 역습에 농가 울상
"볏잎서 나방이 우수수"...혹명나방 역습에 농가 울상
  • 박현욱 farmwook@newsfarm.co.kr
  • 승인 2023.09.03 05: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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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안 벨트부터 시작 내륙까지 '야금'
약제 내성까지 생겨 방제 어려움 가중
"풍년 예상했는데..." 농민 절규 잇따라


충남 서산의 한 논의 모습. 혹명나방이 극심한 논(왼쪽)과 그렇지 않는 논과의 색깔 차이가 두드러진다. 원 안은 혹명나방이 알을 까기 위해 볏잎을 둥글게 만 모습.
충남 서산의 한 논의 모습. 혹명나방이 극심한 논(왼쪽)과 그렇지 않는 논과의 색깔 차이가 두드러진다. 원 안은 혹명나방이 알을 까기 위해 볏잎을 둥글게 만 모습.

(한국농업신문=박현욱 기자)

"지금까지 수십년 벼농사를 지었어도 이번만큼 혹명나방이 기승을 부린 경우가 없었다. 약에 내성이 생겼는지 벌써 세 번째 방제에 나서고 있다. 충남 서산, 보령에 이어 홍성까지 밀어닥쳤고, 내륙에 가까운 예산까지 번지고 상황이다. 올해 풍년을 예상했는데 방제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20%이상 수확량이 감소할 수도 있다. 더 번지기 전에 제 때 방제가 필수다."

광활하게 펼쳐진 논 위에 새하얗게 탈색된 잎들이 파도처럼 넘실댄다. 흡사 논 위에 하얀색 분칠을 해놓은 것처럼 하얀 줄을 그려 놓은 듯한 논들도 부지기수. 하얗게 된 볏잎은 둥글게 말려있고 그 안쪽에는 혹명나방 알 들이 똬리를 틀고 자리를 잡았다. 벼들을 손으로 쓸어내니 은신처를 공격당한 듯 혼비백산한 나방들이 쉴새없이 올라왔다. 

이곳은 충남의 한 벼농사 재배 현장. 세번째 방제를 하고 있다는 임종완 전 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장은 "지금 이 시기가 벼알이 급속히 영그는 때지만 혹명나방은 볏잎을 길게 원통형으로 말고 그 안에 알을 낳는다"며 "이 과정에서 잎의 면적이 줄고, 또 알에서 부화한 유충이 잎을 갉아먹기 때문에 광합성이 어려워지면서 수확량이 크게 감소한다"고 말했다. 이어 "적기 방제가 이뤄지지 않으면 올해 풍년은 물 건너간 셈"이라고 덧붙였다.

과거 지금처럼 혹명나방이 기승을 부렸던 적은 손에 꼽힌다. 하지만 올해는 비가 잦고 고온이 지속되면서 활동하지 못했던 나방들이 뒤늦게 활동을 재개, 대량 출몰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작물보호제 전문 기업 경농 관계자는 "요즘처럼 습하면서 온도가 낮아지는 날씨는 혹명나방 애벌레에게 최적의 기후 상태"라면서 "권역별로 드론 등을 통한 공동방제를 하고 있지만 이러한 대규모 방제 방식은 약을 꼼꼼히 처리하기 어려워 방제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약이 덜 묻은 곳은 사람이 직접 처리해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애벌레가 볏잎 안에 숨어있기 때문에 약제를 통한 방제는 여전히 까다롭고 노령기 애벌레는 약이 잘 듣지 않는 특성이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때문에 서해안벨트를 중심으로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가장 피해가 극심한 충남에 이어 경남과 전라도도 혹명나방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혹명나방의 피해는 충남이 약 1만8000ha로 가장 많고 전남(3000), 경남(600), 전북(440) 순으로 집계되고 있다.

고광준 한국쌀전업농정읍시연합회장도 "이곳 전북도 피해가 가중되고 있는 상황으로 현장에서 농가들이 아우성"이라며 "방제도 방제지만 향후 날씨가 피해를 키우는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고 점쳤다. 이어 "상황이 심각한만큼 중앙정부뿐만 아니라 지자체에서도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