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 쌀, 밥-MZ세대 : 농사를 이야기하다①] 미래농업 준비, 쌀산업…청년 전업농 육성 필요
[벼, 쌀, 밥-MZ세대 : 농사를 이야기하다①] 미래농업 준비, 쌀산업…청년 전업농 육성 필요
  • 연승우 기자 dust8863@newsfarm.co.kr
  • 승인 2023.10.19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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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 세대들의 쌀산업 분투기
소비자 눈높이에 맞춰야

(한국농업신문= 연승우 기자) 쌀산업에도 MZ세대들의 활약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쌀농사는 규모화라는 진입장벽 등으로 인해 젊은 청년농들이 드물었다. 이에 한국농업신문은 벼 재배부터 쌀 도정, 쌀 판매 등 쌀산업 전반에 걸쳐 활약하고 있는 MZ세대들을 만났다.

쌀산업 미래 대비해야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농림어업조사에 따르면 연령별 농가인구는 70세 이상이 75만6000명(전체 농가인구의 34.9%)으로 가장 많았고, 60대 65만3000명, 50대 34만2000명 순이었다. 2021년 대비 70세 이상(4.9%)은 증가한 반면, 60대 이하 모든 연령 구간에서 감소했고, 농가 고령인구(65세 이상) 비율은 49.8%로 고령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벼농사 경영주의 연령별 분포를 보면 2020년 농림어업총조사에는 70세 이상이 46.9%로 가장 많았고, 60대 30.5%, 50대 16.5%였다. 반면 40세 미만은 0.9%에 불과했다. 벼농사를 짓는 청년농업인이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과수산업은 40세 미만이 1.4%이고 축산업 3.4%로 벼농사보다 젊은층의 비율이 높다.

농업계 관계자는 “벼농사는 농지규모화가 기본이고, 이에 따른 대형 농기계가 필요해 청년농업인들이 진입하기 어렵다”며 “쌀이 공급과잉된다고 하지만, 쌀 소비 감소의 정체기가 다가오는 것에 대비 일정한 양의 쌀을 생산하도록 청년 쌀전업농 육성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쌀소비 MZ세대 겨냥 변신 필요

‘쌀 소비 감소’는 쌀산업의 위기를 가장 잘 표현하는 단어다. 통계청 ‘2022년 양곡소비량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56.7kg으로 10년 전인 2013년 67.2kg 대비 15.6%(10.5kg)이나 감소했다. 이에 따라 같은 기간 양곡 소비량도 75.3kg에서 64.7kg으로 10.6kg 줄었다.

다만 감소폭을 보면 2022년은 전년 대비 0.4%(0.2kg) 감소한 수준으로 2021년 1.4%, 2020년 2.5%, 2019년 3.0%보다 줄어드는 추세다.

감소폭이 줄어드는 이유에 대해 쌀소비 감소 정체기에 들어간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 아직 정체기는 아니라는 의견도 있지만 최근 몇 년 안에 소비 감소 정체기가 올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쌀산업은 하향산업이 아니라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쌀 소비 확대를 위해서는 미래 소비자인 MZ세대를 겨냥한 다양한 마케팅이 필요하다. 이런 변화는 다양한 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볍씨인 가와지를 브랜드로 사용하고 있는 고양시의 가와지쌀은 4kg와 10kg에 한정됐던 기존 포장 규격에 1.45kg, 450g, 150g 등 다양한 포장규격을 추가하고 포장 디자인도 세련된 검은색으로 교체했다.

고양시는 포장 규격과 디자인을 교체해 대용량 구매보다 맞춤형 소포장을 원하는 소비 트렌드에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가와지쌀을 이용한 가공식품도 다양하다. 최근에는 ‘밥바’ 상품화에 집중하고 있다. 출시를 앞두고 있는 수제 밥바는 가와지쌀과 곤드레나물, 곰취 등 10가지 산나물로 만든 나물밥으로, 맛과 영양이 일품이다.

권지선 고양시농업기술센터 소장은 “이번 가와지쌀 포장시스템의 변화는 엠지(MZ) 세대를 공략한 ‘가와지 캔쌀’과 ‘스틱쌀’ 등 소포장 선물 세트 출시와 맞물려 진행되었다”며 “가와지쌀은 물로 불리지 않아도 촉촉한 찰기를 유지해 1인 가구, 캠핑인구들의 만족도가 높다. 앞으로도 가와지쌀의 고품질 브랜드화를 위해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양한 품종, 고품질로 승부

안훈민 인생쌀집 대표는 프리미엄 쌀 판매에 주력하기 위해 전국을 다니면서 고품질 품종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이를 통해 쌀 품종에 대한 스토리를 입히고 250g 진공소포장을 통해 MZ세대들이 쉽게 구매하도록 하고 있다.

3대째 정미소를 운영하고 있는 최재열 대표는 4만평 규모의 벼농사를 짓고 있다. 최재열 대표는 충남도의 대표적인 품종인 삼광과 함께 청년풍미 품종을 재배하고 있다. 청년풍미의 품종 명칭은 백옥향이다. 백옥향은 현재 ‘The백옥향’, ‘백옥향’, ‘청년풍미’ 등으로 브랜드화 돼 대형 백화점에서도 판매되고 있다.

백옥향은 충남도농업기술원이 자체 개발한 신품종으로 쌀알이 굵고 윤기와 찰기가 우수하며 누룽지 향이 강한 것이 특징이다. 충남 7개 지역에서 현장 실증 결과 태풍과 장마에도 강해 안정적이면서 고품질의 쌀 수확이 가능하며, 5월 초순 이앙해 10월 말 수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농촌진흥청이 실시한 선호도 조사에서 소비자 패널 30명으로부터 밥맛, 식감, 향 등 6개 항목 모두에서 4점(5점 만점) 이상을 받았다. 평가항목 중 쌀알 크기, 찰기, 도정상태 부문은 최고의 평가를 받았다

쌀 소포장에서 정기배송으로

최근 몇 년전부터 구독서비스가 인기를 얻고 있다. 매월 일정 금액을 내면 음악을 무한정 감상할 수 있거나 영화를 보는 서비스부터 식료품과 생활필수품들까지 정기배송으로 받는 시대가 왔다.

1인 가구가 많은 MZ 세대들을 겨냥해 소포장 쌀을 판매하는 것에서 한층 더 나아가 쌀을 정기배송을 하는 청년농업인이 있다.

경북 상주시에서 농사를 짓는 이정원 쉼표영농조합법인 대표는 지난해 신지식농업인으로 선정됐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고품질의 상주 쌀을 도시민에게 판매하는 쌀 정기배송 사업을 2017년부터 추진하여 계약재배 및 쌀 수매량을 늘리는 등 지역 농가의 소득 증대에 기여한 점을 높이 평가해 신지식농업인으로 선정했다. 상품성이 낮은 농산물을 활용한 미술 체험 프로그램, 쌀 케이크 등을 만드는 요리 교실을 운영하는 등 농촌융복합산업화를 위해 노력한 점도 인정받았다.

이정원 대표는 “배송받는 요일을 고정해서 포장해 보내면 바로바로 먹고 다음 달에 새로운 쌀을 받아 소비하면 우리가 쌀을 대하는 태도도 달라질 것 같았다. 쌀을 소량으로 매달 바로 도정한 쌀을 먹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아침밥으로 MZ세대 잡아라

농림축산식품부와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은 과잉 상태인 쌀의 소비를 늘리고 미래 세대에 쌀 중심의 식습관이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천원의 아침밥’ 사업을 시작했다.

지난 2017년부터 시작된 ‘천원의 아침밥’은 아침식사 결식률이 높은 대학생에게 양질의 아침밥을 1000원에 제공하는 사업이다. 학생이 한 끼에 1000원을 내면 정부가 1000원을 지원하고 학교가 나머지 금액을 부담한다.

참여 대학교의 재학생들을 서포터즈로 모집해 ‘천원의 아침밥’ 사업을 널리 알리고 있다. 서포터즈는 ‘천원의 아침밥’ 온·오프라인 홍보 콘텐츠를 기획·제작하고 관련 행사에 참석하게 된다.

2022년 천원의 아침밥 서포터즈 대상을 수상한 박세빈 서포터즈도 “대학생들의 이용률이 증가한 것을 직접 눈으로 봤다. 물가 상승으로 인해 천원의 아침밥 열기가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앞으로도 다양한 활동을 통해 이 사업이 널리 알려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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