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 쌀, 밥-MZ세대 : 농사를 이야기하다② 이정원 대표] “무궁무진한 쌀 매력에 정기배송”
[벼, 쌀, 밥-MZ세대 : 농사를 이야기하다② 이정원 대표] “무궁무진한 쌀 매력에 정기배송”
  • 백선미 기자 lunainfall@newsfarm.co.kr
  • 승인 2023.10.19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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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도정한 쌀, 엄마들 만족도 높아
아무것도 안 하는 치유농업 ‘발상의 전환’

(한국농업신문= 백선미 기자)

쿠팡보다 쌀을 먼저 정기배송한 사람이 있다. 식품외식산업 석사, 경제학 박사를 수료한 쉼표영농조합법인 이 정원 대표다. 도시에서 회사생활을 하다가 농업에 뛰어든 이 청년농업인은 쌀 소비가 축소될 수는 있지만 없어지지 않고 또 반드시 있어야 하는 것이라고 했다. 쌀밥 먹는 문화는 인구가 줄어들어도 인간이 존재하는 한 사라지지 않는 문화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또, 심리학을 전공하고 심리상담을 진행했던 경험을 살려 치유농업 분야에서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다. 치유를 위해 농촌에 와서도 체험활동을 이어가는 한국 특유의 강박을 내려놓고, 말 그대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개념을 치유농업에 도입했다. 그녀의 혁신적인 생각은 대중의 공감을 얻어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신지식농업인으로 선정됐다. 경쟁력 있는 아이디어로 무장해 농촌을 새롭게 디자인하는 활기찬 청년농을 만나 생생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많은 작물 중에 쌀을 선택한 이유는.

제일 기본이 되는 게 쌀이라고 생각 했다. 한국은 과거든 현재든 쌀밥을 먹는 문화다. 나머지 채소나 이런 것 들은 부수적이다. 쌀이 제일 중요하다.

그런데 쌀농사가 다른 작물로 많이 전환하는 것을 보게 됐다. 왜냐하면 현 재 밥을 많이 안 먹고, 살찌는 주범이 쌀이라는 오해도 있다. 과거에는 고봉 밥으로 쌀밥을 먹었는데도 성인병이 없었는데 지금은 밥을 먹지 않는데 왜 그럴까 생각했다. 쌀이 주범이 아니다. 요즘은 디저트 로 밥보다 빵 등 밀가루를 수시로 먹는다. 이런 게 살찌는 것 주범인데 항상 쌀밥이 원인처럼 여겨진다. 그런 오해들이 젊은 사람들에게 개선돼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다.

생명에 가장 영향을 주는 게 쌀이라고 생각한다. 쌀은 알레르기도 없다. 아기들 처음 이유식 시작할 때 쌀, 미음으로 시작 한다. 그래서 쌀의 매력이 무궁무진하다고 생각했다.

쌀을 정기배송한다는 아이디어는 어디서 나왔나.

불편함을 개선하려는 데에서 아이디어가 나왔다. 부모님이 농사를 짓지 않으셔서 쌀을 보내주는 사람이 없었다. 지금은 마트에 소포장이 많이 있지만, 2013년도에는 소포장 개념이 없 어서 작게 사도 10Kg 한 포대를 사야 했다.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회식도 하고 식당에서 사 먹는 일도 많아 10Kg을 사놓으면 6개월 이상 먹을 때가 많았 고, 쌀이 오래되면 맛이 없어 안 먹게 된다. 그러면 고향에 내려올 때 가져 와서 결국 떡으로 만들어 먹게 된다.

내가 불편한 건 다른 사람도 불편하지 않을까. 사람들은 다 비슷비슷하다. 한국 사람들은 밥심이라고 얘기한다. 이천 쌀밥 정식은 비싼데도 사람들이 일부러 가서 사 먹는다. 이게 우리의 익숙함이다.

밥이 제일 맛있을 때는 도정한 직후다. 도정을 언제 하느냐에 따라 밥맛 차이가 난다. 갓 지은 쌀밥은 반찬이 없어도 고소하고 무척 맛있다. 배송받는 요일을 고정해서 포장해 보내면 바로바로 먹고 다음 달에 새로운 쌀을 받아 소비하면 우리가 쌀을 대하는 태도도 달라질 것 같았다. 쌀을 소량으로 매달 바로 도정한 쌀을 먹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주변에서 저보고 정신이 나갔다고 많이 그랬다. 정기배송을 하면 포장비도 더 들고 배송비도 들고 소규모로 도정하다 보니 도정비도 더 많이 든다. 20kg을 따져보면 2배 가까운 가격이 된다. ‘누가 그거 사 먹겠냐’ 대체로 그런 반응이었다.

그런데 도시에 있는 친구들, 특히 아이가 어린 엄마들은 무척 만족해 했다. 사람마다 패턴이 다르니까 배송 기간을 3개월, 6개월, 12개월로 정했다. 중간에 길게 해외 출장을 가는 직장인 들은 출장 기간 정지를 시켰다가, 출장이 끝나면 다시 배송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시행했다.

판매량이 일정해 지니까 우리가 도정하는 것도 안정적 이었다. 미리 선주문을 받는 시스템이라 매달 보내야 하는 쌀의 양이 정해져 있고, 정해진 양을 도정을 하니까 버려지는 쌀도 없었다. 묵은 쌀이 없어졌다. 판매되는 양이 고정돼 있고 선금을 받으니 법인 운영도 안정적이었다,

쌀가공품까지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데.

쌀을 어떻게 하면 좀 더 많이 소비 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한다. 아무래도 술을 만들면 소비가 제일 많다. 과거에는 집집이 막걸리 맛이 다 달랐다. 그런데 일본 누룩이 들어오면서 맛이 다 비슷해졌고 시중에 파는 막걸리 맛도 다 비슷했다. 그래서 막걸리를 좀 맛있게 재밌게 만들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다. 개인적으로 술을 좋아해서 좀 더 재밌게, 좀 더 잘 먹을 수 없을까, 나만의 방식으로 할 순 없을까 생각하다 보니 빨리 시작 해서 경쟁력을 가졌던 것 같다.

내가 소비자였을 때 가졌던 냉정함을 생산자가 되면 잃게 된다. 지인들에게 농사지은 것 판매할 때 ‘내가 지은 거니까 좋아’, ‘내가 직접 재배한 거니까 당연히 믿을 수 있어’ 라며 판매한다. 아는 사이에 한두 번은 사줄 수 있지만, 품질이 좋지 않으면 ‘계속 사줘야 할까’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내가 소비자였을 때를 생각해야 한다. 생산자가 되면 그걸 다 잊는 것 같다. 내가 소비자였을 때의 깐깐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

도시 사람들은 바빠서 한식 차려 먹기가 힘든 시대다. 우리 집은 아기가 있어서 밥을 하기는 하지만 사실 혼자 있으면 안 먹을 때가 더 많다. 결국은 간편해야 사람들이 쉽게 먹을 수 있으니까 쌀로 빵을 만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실패를 많이 해서 어마어마하게 많이 버렸다. 조금만 잘못하면 떡이 되고 냄새가 난다. 이제는 많은 시간이 지나 안정기에 도입했다.

심리학 전공이 치유농업 사업에 도움이 됐는지.

소비심리에 관심이 많았다. 소비심리는 마케팅 일부이다. 심리치료를 할 때도 그 사람의 문제가 어떤 건지, 어떤 아픔이 있는지를 찾아야 제대로 치료한다. 따라서 소비자가 원하는 게 뭔지를 알아야 물건을 잘 팔 수 있게 된다. 그게 가장 큰 도움이 됐다. 결국 하고 싶었던 것은 치유농업이었다. 치유농업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던 건 연구 자료에서 시작됐다. 자연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자살을 생각했던 사람의 최종 자살률이 70%가 줄어 든다는 내용이었다. 우리가 힘들 때 먼 산, 초록색을 바라본다. 농촌에 오면 사방이 푸른색이고 자연에 이는 바람이 가득하다. 도시는 건물 밖은 높은 빌딩, 에어컨 실외기가 있고 건물 안에 갇혀 있는 느낌이 든다. 농촌에는 트여있는 공간이 많다. 그래서 정신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공부할 때 해외 자료를 많이 봤는데 해외 심리치료와 비교하면 우리나라는 약 처방을 잘해준다. 그런데 외국은 약 처방을 안 해준다. 우울증 있는 환자가 정신과 의사에 가면‘말 농장 에 가서 3시간 동안 말과 함께 운동해라’, ‘말 밥을 일주일 동안 줘라’이런 처방을 한다. 우리나라는 심리 치유를 위해 농촌 에 와서도 계속 체험해야 하고 뭔가를 만들어야 한다. 변형이 된 건지 잘못 해석한 건지 잘 모르겠다.

우리 농장 뒤에 산이 있다. 거기서 그냥 걷는 프로그램도 있다. 딱히 말을 걸지도 않는다. 유럽 쪽은 치유농업을 의사, 사회복지사, 농업인이 모여서 하나의 처방전으로 사용을 하고 있다. 심 리치료를 하는데도 좁은 상담실에 앉아서 대화를 하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어떤 내담자와는 한 시간 동안 한마디 도 하지 않고 있을 때가 있는데 내담자는 되게 속이 시원했다고 얘기할 때가 있다.

정부 정책 중 개선이 필요한 부분은.

작년에 농업경영체 등록을 갱신하 려는데 법이 변경됐다고 했다. 우리 법인은 생산도 하지만 가공, 체험도 같이하다 보니 그 부분도 등기가 다 돼 있는데, 1차산업만 있어야 경영체가 유지된다고 했다. 법과 현장의 차이가 너무 크다. 농촌에서 경제활동을 하는 주체는 우리인데 정작 우리 행동반경이 줄어 든다.

농산물 가격을 농업이 정하지 못하고 유통업자가 정하는 것과 비슷하다. 오늘 신문을 보는데 쌀값이 오른다고 한다. 올해도 사과가 비싼데, 도시 지인들은‘농사 올해 잘돼서 좋겠네’라고 하지만 결국 돈을 버는 사람은 유통업자다. 결국 우리는 가격을 정할 수 없다.

농업정책들이 현장에 있는 목소리도 반영되는 것 같기는 하다. 그런데 그것도 권력 있는 사람들이 가서 얘기하는 것이다. 정책을 만들고 국회에 계시는 분들 입장에서 모든 얘기를 들어줄 수는 없지만, 최소한 6차 산업을 장려한다면 현장의 작은 목소리도 들어야 한다.

농업 매개 체험도 하고 농업 관련 교육도 하며 치유농업처럼 다른 산업과 연계해 농업을 발전시켜야 경쟁력이 생기고 농촌융복합산업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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