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 쌀, 밥-MZ세대 : 농사를 이야기하다⑤ 안훈민 인생쌀집 대표] “쌀도 한우 선물세트처럼 만들고 싶어요”
[벼, 쌀, 밥-MZ세대 : 농사를 이야기하다⑤ 안훈민 인생쌀집 대표] “쌀도 한우 선물세트처럼 만들고 싶어요”
  • 박현욱 farmwook@newsfarm.co.kr
  • 승인 2023.10.19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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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가지 단일품종 소포장 1인가구 타깃
직접 쌀 농가 섭외 사기꾼 오해 받기도
프리미엄 쌀 시장 개척 품질 상향 평준화 


안훈민 대표.
안훈민 대표.

(한국농업신문=박현욱 기자) 1993년생. 29세 카이스트 MBA석사, 게임 플랫폼, 콘텐츠, 스포츠, 패션 사업 등 6번의 사업 성공과 실패. 안훈민 인생쌀집 대표 이력서는 이색적인 경력으로 화려하다. 대학 재학 시절 농부들을 규합해 크라우드 펀딩으로 품종별 쌀 키트를 만들어 론칭하는가 하면 농촌 소멸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해 온 농부의 아들이기도 하다. 인생쌀집이라는 기업을 만들고 쌀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작업에 착수한 그는 상위 1%를 위한 프리미엄 쌀을 브랜딩하기 위한 준비 작업에 한창이다. 다양한 경험과 실패를 자산으로 쌓으면서 “농업분야에도 삼성과 같은 굴지의 기업이 필요하다”며 “쌀도 한우 선물 세트처럼 고부가가치 상품으로 가치를 높이고 싶다”고 말한다. 한국농업신문은 창간 11주년을 맞아 '벼, 쌀, 밥 - MZ세대 농사를 이야기하다'를 주제로 안훈민 인생쌀집 대표를 인터뷰했다.


■ 쌀 소비량 'U자형' 반등 올 것 자신

안 대표가 쌀 산업에 뛰어든 계기는 학창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쌀 농사를 짓던 아버지가 우연히 집에 두고 간 쌀 수매 정산서를 받아들고 충격에 빠졌다. “이렇게 힘들게 농사를 짓는데 고작”이라는 생각이 머리에 맴돌았고, 언젠가는 쌀의 가치를 높여 제값 주고 판매하는 일을 해보고 싶다는 다짐을 실현시킬 기회를 엿봐왔다. 

안 대표는 “어린 마음에도 터무니없이 낮은 쌀 가격에 매우 놀랐다”면서 “그런 문제 의식이 인생쌀집을 창업하고 프리미엄 쌀을 브랜딩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쌀 소비에 어두운 전망을 하면서도 쌀 본연의 가치를 각인시킨다면 ‘U자형 반등’은 반드시 뒤따를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는  “쌀도 커피 원두와 같이 품종이 매우 다양하고 원두에 따라 맛과 향이 다르듯 쌀도 마찬가지”라면서 “쌀 시장의 구조적인 문제가 다양한 쌀 품종들의 특·장점을 구현할 수 없는 생태계가 조성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제대로 키워낸 맛있는 쌀을 유통해 밥을 지어먹는 즐거움을 전하고 농부들에게는 고품질 벼 생산에 따른 경제적 이익을 보장함으로써 쌀 생산과 소비의 선순환 구조를 제시하고 싶다”고 말했다.
 

인생쌀집에서 론칭한 8가지 품종의 쌀 키트.
인생쌀집에서 론칭한 8가지 품종의 쌀 키트.

■ 8개 품종 진공포장으로 프리미엄 세트 론칭

한우 명절 선물세트는 수십 만원을 호가하는 상품도 있고 저렴한 상품도 많다. 즉 스펙트럼이 넓다는 뜻인데 쌀도 프리미엄 시장을 구축하면서 소비 스펙트럼을 넓힐 수 있다는 게 안 대표의 생각이다. 쌀에는 다양한 품종과 특성이 있지만, "실제 마트에서 판매하는 쌀의 경우 쌀 소비의 주도권이 유통 상인들에게 있다"며 "소비자들이 다양한 품종을 맛보고 선택할 권리를 부여하고 싶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 소비자들이 쌀 품종에 따른 특징에 생소해 이를 효과적으로 마케팅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안 대표의 전언이다. 안 대표는 “가령 강원도의 오대쌀, 전라도의 신동진, 경상도의 백진주 등 지역별로 밥맛 좋고 특징적인 쌀이 많다”면서 “우리 쌀의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쌀의 접근성을 높이는 것 또한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인생쌀집은 2019년 이를 위해 와디즈펀딩으로 8개 품종의 쌀을 진공 포장해 선물 세트 형식으로 론칭하면서 쌀 품목으로는 유일하게 1000만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안 대표는 단일 품종을 공급받기 위해 지역별로 쌀 농가들을 일일이 섭외하며 전국을 누볐다. 

하루에 1000km를 운전하기도 하며 경북의 백진주, 경남의 하이아미 등을 재배하는 농가를 직접 찾아나서 인터뷰를 진행하고 농부와 쌀에 스토리를 입히는 작업을 했다. 해당 제품 론칭으로 소비자들에게 쌀 품종의 다양성을 각인시키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물론 농가로부터 쌀을 공급받기까지 어려운 점도 많았다. 안 대표는 “처음 거래하는 농가를 직접 만나는 자체가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 지역 RPC에 연락했지만, 처음에는 사기꾼으로 오해하는 일도 많았다”면서 “좋은 취지를 설명하고 수매 가격보다 훨씬 높은 가격으로 브랜딩하면서 농가와의 신뢰를 쌓았다”고 말했다.
 

인생 쌀을 찾는다는 의미의 쌀믈리에 노트.
인생 쌀을 찾는다는 의미의 쌀믈리에 노트.

■ 농촌과 상생, 농촌 소멸 막는 기업으로 진화

다양한 사업을 해본 경험으로 마케팅도 신선한 감각을 최대한 활용했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대한민국 대표농부 현상수배’, ‘쌀 벤저스’를 모집하는 공고를 내기도 하고 쌀 생산 농가를 인터뷰하고 직접 농부들의 사진을 담아 생산하는 쌀의 장점과 건강에 좋은 이유 등을 담아 어필하기도 했다. 

해당 상품은 250g 진공 포장으로 유통기한을 최대한 늘렸고, 1인 가구가 부담스럽지 않은 양으로 승부수를 띄우자 캠핑족들에게도 연락이 올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 소비자들의 호응도 뒤따랐다. 소득 수준이 올라가면서 소비자들은 싼 가격의 제품만을 찾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다양한 경험, 세밀하게 분화된 소비 욕구가 맞아떨어지면서 인생쌀집의 쌀 키트는 완판 기록도 갈아치웠다.
 

그는 “250g을 채택한 이유는 1인 가구가 하루 끼니로 밥을 지었을 때 부담스럽지 않은 양으로 책정했다”면서 “고급스러운 박스 형태로 다양한 품종을 즐길 수 있어 쌀 품종에 생소한 젊은 부부, 프리미엄 제품에 대한 욕구가 있는 소비자들이 많이 찾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속 가능성이 문제였다. 당시 높은 쌀가격이 프리미엄 제품에 대한 진입장벽으로 작용해 소비층 형성에 걸림돌이 됐다. 2019년 펀딩으로 시작한 사업은 지난해 잠시 접었지만, 올해 다시 사업을 재개한다. 다양한 쌀 품종에 대한 소비자들의 욕구가 무르익었다는 판단에서다.
 
안 대표는 "인생쌀집은 우리나라 쌀시장에 프리미엄 시장을 개척하는 선두주자가 될 것"이라며 "앞으로 기상천외하고 다양한 제품 론칭과 마케팅으로 소비자를 찾아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 단기 목표로 국내 쌀 시장의 1%를 프리미엄 제품으로 유통하는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안 대표는 미래 농촌에 대한 고민도 털어놨다. 그는 “농촌 소멸, 고령화가 맞물린 현재 농촌은 축소를 넘어 소멸로 넘어가고 있다. 지금의 기성 세대는 노동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중요하게 생각한다”면서 “이들에게 농촌에서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도록 농촌 고용 시스템을 구축한 기업으로의 전환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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