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 쌀, 밥-MZ세대 : 농사를 이야기하다③MZ 세대만의 공격적 운영‧차별화 전략…소비자 마음 사로잡아
벼, 쌀, 밥-MZ세대 : 농사를 이야기하다③MZ 세대만의 공격적 운영‧차별화 전략…소비자 마음 사로잡아
  • 정새론 기자 jsr02051@newsfarm.co.kr
  • 승인 2023.10.19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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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g, 1kg 소포장 판매 유효
색채선별기 등 최신설비 도입
할아버지부터 3대째 정미소 운영

(한국농업신문= 기자) 백년가게란 30년 이상의 명맥을 유지하면서도 오래도록 고객의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점포 중 중소벤처기업주가 공식 인증한 점포를 말한다. 2018년 기준 연평균 78만개가 창업하지만, 과도한 출혈경쟁으로 인해 매해 71만개 이상 소상공인들이 폐업을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100년 이상 유지하는 가게는 90여개에 불과하다.

오래된 가게를 이어나갈 수 있도록 중소벤처기업부는 백년가게 육성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백년가게는 업력이 30년 이상 된 소상공인과 소·중기업을 발굴해 100년 이상 존속·성장할 수 있도록 육성하고, 성공모델을 확산시키는 사업이다.

‘백년가게’는 이름만큼이나 오래됐고, 전통이 있어야 한다. 백년가게는 전통에서만 그치는 것이 아닌 앞으로의 비전도 함께 있어야 한다. 지난 30년의 명맥, 그리고 앞으로의 70년을 위해 노력하는 쌀 정미소가 있다. 보령시에 위치한 청천정미소는 외할아버지와 부모님의 가업을 이을 뿐 아니라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정미소가 되기 위해 밤낮으로 일하고 있다. ‘백년가게’에 선정된 청천정미소의 과거, 현재, 미래를 살펴보고자 최재열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3대째 정미소를 운영하게 된 과정은.

우리 청천정미소는 외할아버지가 1978년에 개업 후 부모님, 그리고 현재 저까지 3대째 정미소를 운영해오고 있다. 운영 과정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외할아버지가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신 후, 정미소의 명맥이 끊어졌다. 이 정미소 건물도 다른 사람들에게 매매로 넘어갔다. 이후 아버지가 IMF 때 퇴사 후, 다시 이곳으로 오게 됐다. 당시에는 형편이 어려워 월세로 시작하기도 했다. 저 같은 경우는 대학을 자동차 학과에 갔지만, 큰 비전이 없다고 판단돼 부모님과 함께 사업을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내려왔다. 하지만 막상 와보니 그렇게 크지 않은 규모에 매출이 크지 않다고 생각해 그때부터 벼농사를 짓게 됐다.

벼농사는 아무것도 없이 맨손으로 시작했다. 벼농사를 짓기 위해 임대도 받고, 농어촌공사나 농업기술센터에서 교육도 받으며 시작했다. 특히 벼농사를 시작한 지 3년 동안 이앙기나 트랙터 없이 낫 하나로만 농사했다. 그래서 아직 콤바인을 갖고 있지 않다.

이렇게 10년간 노력한 결과, 4만 평의 수도작 농사를 하고 있고, 보령의 삼광쌀과 청년풍미를 함께 하고 있다. 청년풍미는 충남농업기술원에서 만든 대곡형 품종으로 충남 지역에 최적화된 쌀이다. 청년풍미가 쌀알이 굵고 입맛이 좋아 조기 매진이 될 정도로 인기가 좋다.

생산, 도정, 가공, 판매의 과정은 어떻게.

청천정미소는 다른 정미소와는 다르게 생산, 도정, 가공, 판매의 과정을 모두 걸쳐 쌀을 만들어내고 있다. 우선 생산 단계에서는 고품질쌀인 삼광이나 백옥향을 계약재배해서 고품질 쌀을 직접 만들어서 팔고 있다. 또 최대한 보령 벼를 확보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후 직접 생산한 벼를 갖고 도정을 한다. 도정은 최대한 최신 장비를 쓰려고 노력한다. 과거에는 이물질을 잘 골라내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은 색채 선별기와 같은 전자 장비를 이용해 상 등 급의 품질을 유지하고 있다. 또 항상 개·보수를 하고 있어 쌀 품질에 자신 있다. 이후 판매는 자차로 운반을 하며, 판매처는 도매 70%, 식당과 같은 소매가 20%, 나머지는 온라인 판매로 나가고 있다.

타 정미소와 다른 차별화된 전략은.

차별화된 전략은 타 정미소와 다르게 공격적으로 일했다. 제가 농사를 직접 지은 것도 농민과 소통하기 위해서다. 농사를 짓고, 농업 관련 활동을 하다 보니깐 농민과의 유대관계가 쌓이고, 농가들의 의견을 더 잘 듣게 됐다.

그래서 우리 정미소가 선택한 차별화된 전략은 소포장 판매다. 다른 정미소의 경우는 20kg 혹은 40kg 쌀을 주로 판매한다. 하지만 청천정미소는 500g, 1kg, 4kg 쌀도 소포장해 판매하고 있다. 아직 완전히 자리 잡은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 소포장 시장이 올 것으로 생각한다. 또 여러 품종과 여러 기호에 맞는 쌀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브랜드화되는 청년 농업과 상품들을 만들기 위해서는.

브랜드화되는 청년 농업과 상품들을 만들기 위해서는 홍보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전국각지에는 다양하고 좋은 제품을 만드는 청년 농업인들이 많다. 하지만 홍보 수단을 찾기가 어렵고, 홍보하기 위한 자금 마련도 어려워 애를 먹는다. 저 같은 경우도 지난 2020년에 백년가게에 선정된 바 있다. 백년가게에 선정된 이후 홍보가 돼 수익적인 부분도 조금 더 좋아졌다. 백년가게는 소상공인진흥공단에서 인증하는 사업으로, 보령시에서는 청천정미소가 처음으로 가게 인증을 받았다. 백년가게는 30년 이상 가게 중 경영자의 혁신 의지와 제품 및 서비스 차별화, 지속가능성 등을 전문가가 종합적으로 평가해 선정한다. 다른 인증들도 많이 받았지만, 백년가게 선정이 가장 뿌듯하고, 덕을 많이 보고 있다.

청년 농업인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청년 농업인 혹은 농업인을 꿈꾸는 청년들은 조금만 본인 노력만 하면 충분히 농업에서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현대의 청년들은 너무 큰 꿈을 꾼다. 현실적인 스텝을 밟아가면서 농업을 하는 것이 좋다. 최근에는 규모화되고, 스마트화된 농업이 언론에 많이 나오다 보니 그 꿈을 품고 도전하는 청년들이 많다. 하지만 이와 같은 꿈을 이루려면 많은 투자금과 긴 시간이 필요하다. 젊은 세대도 현실적인 목표를 갖고 도전하면 충분히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청년 농업인으로써 정부에 바라는 점

제가 정부에 바라는 점은 연차가 많이 된 청년 농업인에게 지원이 있으면 좋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현재는 청년·창업 농업인에 과도하게 많은 초점이 맞춰져 있다. 보통 청년·창업 농업인은 3년 정도를 지원받는다. 3년의 지원이 끝나면, 중간에 포기하는 분들이 많다. 이러한 것들을 봤을 때, 신규농을 육성하고 발굴하는 것도 좋지만 청년 농업인으로서 삶을 사는 기존의 청년 농업인들을 육성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기존의 청년 농업인이 먼저 앞장서야 신규 농업인들도 그들의 발자취를 뒤쫓을 수 있고, 실패와 성공을 보며 배울 수 있기 때문에 청년 농업인에 대한 지원을 조금 더 세분화했으면 한다.

앞으로의 계획은.

앞으로의 계획은 당연히 백년가게라는 이름에 걸맞게 정미소의 명맥을 잇는 것이다. 아직 자식이 어려서 확답할 수는 없지만, 만약 하게 된다면 그전까지 정미소를 더 키워야겠다고 생각한다. 지금보다 더 넓고 좋은 환경으로 정미소를 물려주고 싶다. 또 보령 쌀인 삼광쌀과 청년풍미가 지금보다 더 많은 사랑을 받아 전국에서 소비가 되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청년 농업인을 위한 한 말씀.

현재의 청년 농업인들은 인터넷과 SNS를 통해 다른 청년 농업인들의 성공 사례와 실패 사례를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 인터넷과 SNS에서 나오는 것만을 의존하는 것이 아닌 직접 몸으로 경험도 해보고, 직접 계산을 해봐야지 청년 농업인으로서의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농업은 하늘이 내려주는 일이기 때문에 변수가 너무 많다. 이러한 변수들 때문에 농업이라는 일을 선택할 때는 조금 더 신중하게 선택해줬으면 한다. 항상 어떤 일을 하든 차근차근 돌다리를 잘 두들겨보고 선택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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