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쌀 적정생산 성과확산 기획3] 임종완 서산간척지영농조합법인 대표 “가루쌀, 쌀 산업 패러다임 전환 절호의 기회”
[2023년 쌀 적정생산 성과확산 기획3] 임종완 서산간척지영농조합법인 대표 “가루쌀, 쌀 산업 패러다임 전환 절호의 기회”
  • 박현욱 farmwook@newsfarm.co.kr
  • 승인 2023.11.02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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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맞춤형 재배 매뉴얼 만들 것
농가 노하우 쌓이면 ‘경쟁력 충분’
내년 80ha 확대, 미래 세대 위한 준비


임종완 서산간척지영농조합법인 대표.
임종완 서산간척지영농조합법인 대표.

올해 6월 이앙 후 10월 가루쌀을 수확한 임종완 서산간척지영농조합법인 대표는 “올해를 쌀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원년”이라고 정의했다. 밥쌀용 쌀만을 재배한 농가들에 생소한 작목인 가루쌀을 재배하는 데에 다소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농가들이 경험을 쌓으면 충분히 미래를 기대해볼만 하다”고 말했다. 정부가 쌀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꾼다는 취지로 야심 차게 내놓은 프로젝트, 가루쌀 재배가 올해 본격적으로 농가들에 이식되기 시작했다. 일각에서는 재배하기 힘들다는 볼멘소리부터 수발아에 취약하다는 우려도 제기됐지만, 정부의 지속 가능한 지원, 지역 특성에 맞는 맞춤형 재배 매뉴얼을 구축한다면 ‘쌀 산업에 이정표가 될만한 변화가 만들어질 것’이라는 게 임 대표의 주장이다. 한국농업신문은 대규모 가루쌀 재배에 나선 서산간척지영농조합법인을 찾아 그 특징과 전망에 대해 취재했다.


(한국농업신문=박현욱 기자)

“가루쌀에 거는 기대감 커”

가루쌀은 도입 당시부터 정부의 구상대로 안정적인 재배가 가능할까 하는 물음에 물음표가 달렸다. 재배 기간이 짧아 상대적으로 수고로움이 덜 하고 정부에서 100% 수매를 해 안정적인 판로가 보장되지만 처음 경험하는 생소한 품종이거니와 지역마다 다른 환경에 대한 적응에 우려가 컸다.

올해 25.2ha의 논에서 가루쌀을 재배한 임종완 대표는 가루쌀을 재배해 본 소감을 묻는 질문에 농가 입장에서는 위험 부담이 있지만 동시에 가루쌀에 거는 기대감도 크다고 답했다.

임 대표는 “당연히 힘들다. 전문 농업인이라고 해도 처음 재배하는 작물 중 키우기 쉬운 게 어디 있나. 지금까지 수많은 농민이 관행 농법을 포기하지 않는 데는 이유가 있다. 같은 지역에 위치하더라도 습한 상태, 그해 날씨, 물빠짐 등 작은 차이가 바로 옆 벼의 상태까지 다르게 만드는 게 농사다. 관행이라는 것은 농민 스스로 수십 년간 증명해 온 신뢰나 다름없다”며 또한 “한 해 농사는 농민들에게 이듬해 농사를 기약할 수 있는 ‘보증수표’다. 대부분의 농민이 1년 농사를 망치면 다음 해를 기약할 수 있는 여유 자본이 없다. 때문에 농민들에게 새로운 농사를 시도한다거나 품종을 바꾼다는 일은 그만큼 위험을 무릅쓰는 모험이나 마찬가지다. 가루쌀 재배도 마찬가지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각종 우려는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두려움'이자 '불안감'이다. 식량산업의 체질 개선, 나아가 미래 쌀산업 발전을 위해 가루쌀에 대한 현장 농민들의 인식부터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가루쌀 가능성 보여 장기적 200ha 계획 

임 대표가 이같이 말하는 이유는 가루쌀에 대한 가능성을 봤기 때문이다. 일반 밥쌀용 벼에 비해 수확량이 좋진 않지만, 시행착오를 거치고 노하우가 생기면 충분히 수확량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지난 6~7월 집중호우로 피해가 심했고, 때아닌 혹명나방 발생으로 병충해에 취약하다는 우려도 있지만, 올해는 전체 쌀농사의 수확량이 크게 높지 않은 상황이어서 가루쌀에 대한 '착시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는 게 임 대표의 생각이다.

임 대표는 “서산간척지영농조합법인에서는 농촌진흥청의 가루쌀 재배 매뉴얼을 충실히 따랐다. 하지만 모든 농사가 그렇듯 실제 농사에 돌입하면 보완해야 할 부분이 나온다. 가령 이삭거름과 알거름을 동시에 주느냐부터 기계 이앙과 동시에 복비를 주는 측조시비가 아니라 밑거름만 주고 가지거름을 생략하느냐 등등 농사는 예측 가능한 변수들을 조율하고 예측하지 못한 불확실성을 최대한 줄여나가는 과정”이라며 “지역별 편차는 농사의 성공을 가늠할 수 있는 큰 변수인데 충남 간척지의 경우 다양한 실험과 수확 후 분석을 통해 시행 초기 부족했던 부분을 충분히 보완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내년에는 더 큰 수확량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단순히 실험실 매뉴얼에만 따르지 않고 충남만의 맞춤형 재배 매뉴얼을 만들 계획이다. 내년에는 80ha, 장기적으로 200ha까지 늘려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가루쌀 공공비축 수매가격 책정

임 대표는 정부의 대대적 지원도 쌀 산업 체질 개선에 절호의 기회라는 말도 덧붙였다. 그동안 쌀 소비량 감소로 쌀산업을 다양화하기 위한 많은 노력이 뒤따랐지만 예산이 뒷받침되지 않거나 뒷심 부족으로 결실을 맺지 못한 경우가 허다했다. 

하지만 가루쌀 정책은 정부에서 공공비축미 가격으로 전량 수매를 할 뿐만 아니라 전략직불금 지급 단가도 ha당 100만원에서 내년에는 200만원으로 훌쩍 뛰는 등 대대적 지원을 감행할 정도로 공을 들이고 있다. 또한 동계작물과 이모작 시 ha당 250만원에서 내년에는 350만원으로 단가를 크게 올렸다. 지방자체단체에서도 100만원을 추가 지원한다. 임 대표는 정부가 각별한 공을 들이고 있는 만큼 농가들은 이를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임 대표는 “가루쌀 정책은 만성적 공급과잉을 겪고 있는 쌀산업의 미래를 위해 안착시켜야 하는 사업이다. 또한 수입 밀가루를 대체해 식량 안보를 강화하고 재배 기간이 짧아 재배 노하우만 장착된다면 향후 농가들에 더 큰 소득을 올릴 기회가 될 수 있다. 쌀 농가들은 최소 20년 이상 농사를 지어온 베테랑들이다. 일희일비하지 않고 장기적 안목으로 쌀 산업을 바라본다면 다음 세대를 위한 쌀 산업 기반을 구축하는 전환점이 될 것임이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정부와 농가 ‘신뢰 구축’ 성공 변수 

물론 다듬어야 할 부분도 있다. 우선 농가와 정부의 신뢰 구축이다. 임 대표는 가루쌀 재배의 지속 가능성에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봤다. 그동안 정부는 논소득기반다양화 사업, 논타작물재배사업 등을 추진하면서 뒷심 부족으로 농가들의 실망감이 컸다. 그 때문에 현장에서는 2026년 이후에 대한 걱정이 크다. 당장은 전량 수매를 하고 있지만, 가루쌀이 현장에 연착륙할 수 있을 때까지 가루쌀 유통·정책의 세밀한 보완과 밀착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결국은 신뢰문제다. 모든 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의지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지금까지 성공한 모든 농업 정책은 농가에 인센티브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지속 가능한 정책을 위한 장기 포트폴리오를 지금부터 기획해야 한다. 농림축산식품부의 책임과 역할이 중요한 이유”라며 “농가 지원의 세밀함도 보강해야 한다. 가령 이모작의 경우 직불금 단가를 높였다. 하지만 충남의 경우 남쪽 지방보다 기온이 낮아 밀과 보리의 이모작이 쉽지 않다. 밀과 보리를 강제하지 말고 동계작물도 허용해야 한다는 뜻이다. 지금 우리는 인식하지 못하고 있지만 쌀 산업에 중요한 변곡점에 있다. 가루쌀이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정부에서는 정책적 지원의 세밀함을 더하고 농가들은 가루쌀에 대한 분석과 재배 역량을 높이는 게 우선이다. 우리는 지금 쌀 산업의 전환기, 성공을 가르는 기로에 서 있다”고 말했다.

<한국농업신문 농림축산식품부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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