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수출, 메가 FTA 시대 쌀산업 해법④] 쌀 수출 전문화로 활로 모색
[쌀 수출, 메가 FTA 시대 쌀산업 해법④] 쌀 수출 전문화로 활로 모색
  • 박현욱 farmwook@newsfarm.co.kr
  • 승인 2023.10.30 0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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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수출 "두드려라! 계속, 그러면 열릴 것이다"

2017년 쌀 유통 분야에서 의미있는 시도가 있었다. 충남의 쌀 전업농이 의기 투합해 국내산 쌀을 미국으로 수출한 것이다. 우리 쌀이 미국 땅을 밟았다는 사실보다 농민 스스로 미국행 티켓을 끊고 수출에 나섰다는 것이 세간의 주목을 끌었다. 당시 농민들은 '쌀 소비 불황시대'를 스스로 탈출하겠다고 선언했고, 대기업과 같이 전문화된 조직이 아닌 농민이 100톤 가량의 쌀을 1년 이상 수출한 역사를 새롭게 쓰며 수출 분야에 새로운 이정표를 남겼다는 평가를 받았다.

쌀 수출에 새로운 역사를 만든 곳이 또 하나 있다. 바로 농협 양곡 안동라이스센터다. 이곳은 올해 3월 안동의 대표 쌀 브랜드 '안동 양반쌀'을 북미 시장에 안착시키면서 10년 만에 쌀을 수출하는 기염을 토한 것이다. 올해 6월 초도 물량 34톤을 시작으로 7월에는 30톤을 추가로 수출하면서 ‘안동 양반쌀’을 세계에 알리는 기반을 다졌다.

미국 시장으로의 쌀 수출은 녹록지 않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현지에서 생산되는 쌀 품질도 좋은 데다 가격까지 안정화돼 있어 가장 공략하기 어려운 시장으로 알려져 있어서다. 하지만 국내 쌀 농가들의 지속적인 해외 노크 시도에 조금씩 수출 시장의 영역이 확대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농업신문은 농민 스스로 수출 시장을 돌파했던 임종완 서산간척지영농조합법인 대표와 10년만에 쌀 수출을 성사시킨 농협 양곡 안동라이스센터 이후자 센터장을 만나 인터뷰해 시사점을 도출했다.


(한국농업신문=박현욱 기자)

[이후자 농협양곡 안동라이스센터장]
 

"정부 지원 농가·지자체 협력이 수출 확대 관건"

‘영호진미’ 품종 최고품질 쌀 자신
시설 아닌 양반쌀 자체 GAP 인증
호주 등 타 지역 수출 다변화 노력

 

이후자 농협양곡 안동라이스센터장.
이후자 농협양곡 안동라이스센터장.

이후자 농협양곡 안동라이스센터장은 쌀 수출에 대해 "최고 난이도의 고차방정식"과 같다고 정의한다. 농가 조직 스스로 활로를 뚫기에는 인력과 예산문제가 걸림돌이고 현지 쌀 가격과 국내 가격과의 간극을 줄이기에도 만만치 않은 지난한 과정이라는 의미에서다. 다만 쌀 농가와 농협, 지자체, 유통인들이 적극적으로 협력한다면 "불가능도 아니"라고 잘라 말한다. 

안동라이스센터의 쌀 수출 시작은 국내 농가들에게도 새로운 판로 중 하나로 각인되기 시작했다. 그동안 국내에만 머무르던 소비 시장을 해외로 확대하면서 미주지역의 수출 판로 개척은 물론 동시에 수출 다변화를 꾀하는 데 시발점이 됐다는 평가다.

올해 6월 안동라이스센터는 총 64톤의 쌀을 미국 뉴욕과, 시애틀, 캐나다 밴쿠버, 토론토 등 한인 H마트에 입점시키며 수출 역량을 인정받았다. 안동쌀은 현지에서 품질까지 인정받았는데 안동라이스센터의 대표 제품 라인업이 밥맛 좋기로 유명하기 때문이다.

또한 생산 시설이 아닌 쌀로 GAP 인증을 받으면서 안전한 제품을 공급한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제품에 대한 GAP 인증은 생산부터 출하까지 현장 점검과, 토양관리까지 포괄적인 검수를 통해 까다로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농촌진흥청이 육종한 국내 개발 품종인 '영호진미'는 안동라이스센터의 효자 쌀 브랜드이자 품종 중 하나인데 이 제품은 구수한 향과 단맛이 뛰어나고 단백질 함량이 낮아 밥을 식어도 찰지고 부드러운 질감을 유지하는 것으로도 정평이 나 있다.

이후자 센터장은 “안동라이스센터는 쌀 품질에 대한 자부심이 있어 해외에서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생각했다”면서 “이번 쌀 수출은 안동시와 함께 해외 시장 진출을 지속적으로 고민한 결과물”이라고 말했다. 이어 “영호진미 품종의 경우 소비자들로부터 선호도가 좋은 품종으로 명성이 높다. 최고 품질 쌀로도 등록된 품종이기도 하다”라고 덧붙였다.
 

안동라이스센터 전경.
안동라이스센터 전경.

안동라이스센터는 안동미인, 토실미, 영호진미와 같은 뛰어난 품질을 보유한 쌀 브랜드 라인업을 보유하면서 화려한 수상 경력까지 보유 중이다. 2013~2015년 고품질 브랜드쌀 종합평가에서 '지역을 빛낸 쌀' 3년 연속 수상, 2013~2016년에는 RPC 대표 우수브랜드 4년 연속 선정, 2019년에는 안동 영호진미가 우수품종상 국무총리상을 수상하는 등 열거하기도 힘들 정도로 빼어난 성적표를 자랑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쌀 수출은 쉽지 않은 여정”이라는 게 이 센터장의 전언이다. 

이후자 센터장은 " 최고의 쌀을 생산한다고 하더라도 내수와 수출은 천지 차이"라면서 "미국 현지와 국내 시장의 가격 차이를 줄일 수 있을 만한 인센티브 등 적극적인 정부 지원, 그리고 농가와 지방자치단체의 협력이 없다면 쌀 수출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안동라이스센터는 앞으로 수출 다변화를 위해 호주 등 타 해외지역으로 농협물류 등을 통해 개척해 나갈 생각"이라며 "K-푸드와 연계해 적극적인 홍보 마케팅도 펼쳐 안동 양반쌀의 해외 노크를 지속적으로 이뤄나가겠다"고 말했다.


[임종완 서산간척지영농조합법인 대표]
 

"쌀 수출 창구 단일화가 핵심"

미국서 한국산 쌀 일회성으로 인식
현지서 지속적 브랜딩 마케팅 필요
일본 쌀은 2~3배 가격으로도 팔려

임종완 서산간척지영농조합법인 대표.
임종완 서산간척지영농조합법인 대표.

"쌀 수출이 지속 가능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가 핵심이다. 안정적인 물량, 지속적인 현지 마케팅, 수출 창구의 단일화 등이다. 쌀 수출은 다른 농산물과 비교해 수출하기 가장 까다로운 품목 중 하나다. 한국인의 입맛을 가진 쌀 품종을 소비하는 국가가 적은 데다 물류 비용이 높아 가격 경쟁력을 갖추기 어려워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쌀 수출은 국내 쌀 산업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쌀 수급의 리스크를 줄여줄 수 있는 인자로 작용하거니와 우수한 우리 주식을 해외에 알리는 메신저로서의 역할 수행도 가능하다. 때문에 농가뿐만 아니라 정부가 나서 쌀 수출에 대한 장기적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하며 대대적인 지원도 병행해야 한다."

임종완 서산간척지영농조합법인 대표는 2017년 정부의 지원을 받지 않고 국내 쌀 농가들을 규합해 쌀 수출을 성사시킨 장본인이다. 당시 정부 지원없이 쌀을 수출하는 일을 두고 일각에서는 '미친 짓'으로 치부하기도 했다. 가격을 맞추기도 힘들지만 안정적인 물량을 공급할만한 농가가 손에 꼽힐 정도로 드물었기 때문이다.

임 대표를 비롯한 충남의 쌀 조합 3곳이 힘을 합쳐 '히스내츄럴'이라는 조직을 만들고 미국행 쌀 수출에 물꼬를 텄다. 총 3차에 걸쳐 수출이 이뤄졌는데 1년간 약 100톤 가량의 수출량을 기록하면서 농가 단위에서 이뤄낸 전무후무한 실적으로 평가받는다. 당시 국내 쌀 수출 재배면적은 약 100만평으로 수출 전용 단지를 조성했고 ‘백제미’라는 브랜드를 달고 미국으로 향했다. 
 

미국 현지서 판매됐던 백제미 모습.
미국 현지서 판매됐던 백제미 모습.

임 대표는 "우리나라는 쌀 생산량이 많고 소비량은 매년 줄고 있다. 내수 시장에서 국내 쌀을 소비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수출로 활로를 뚫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면서 "코로나라는 팬데믹 변수와 국내 가격 변동 여파로 지속적인 성과로 이어지지 못했지만 미국 수출의 잠재력을 테스트해 볼 수 있었던 소중한 경험이 됐다"고 설명했다.

당시 미국에서 생산된 쌀은 약 7~9달러를 형성했지만 백제미는 같은 기준 25달러를 책정하면서 프리미엄 시장을 겨냥했다. 일본 쌀은 한국산 쌀보다 비싼 약 30달러 수준으로 가장 높은 가격으로 승부하고도 좋은 실적을 내던 참이었다.

임 대표는 “일본 쌀과 비교해 품질면에서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아 우리 쌀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고 말한다. 당시 미국 시장의 반응도 좋았다. 신선함 유지를 위해 3개월이 지난 쌀은 뻥튀기로 가공해 팔기도 했는데 오로지 쌀로만 만든 쌀가공식품은 되려 미국 현지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다만 지속 가능성이 문제였다. 국내산 쌀 가격이 들썩이자 물량을 맞추지 못해 공급이 끊겼고, 미국에서의 우리 쌀은 ‘일회성’이라는 이미지가 각인돼 버렸다는 게 임 대표의 말이다.

그는 “프리미엄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일본 쌀을 볼 때 우리 쌀도 충분히 경쟁력은 있다. 다만 지속적인 현지 마케팅과 브랜딩이 수반돼야 하고 국내 시장의 수급 변동성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며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쌀 수출 창구의 단일화다.  국내 수많은 브랜드가 미국 시장에 쏟아져 나오지만 이들을 하나의 플랫폼에 담아 수출하는 게 가격과 물량의 안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대안”이라고 설명했다.

이 기사는 FTA 교육홍보사업의 제작 지원으로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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