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하자던 농특위, 출범 이전부터 ‘불통’ … 출범 예정일 코앞인데 인선·의제 함구
‘소통’하자던 농특위, 출범 이전부터 ‘불통’ … 출범 예정일 코앞인데 인선·의제 함구
  • 유은영 기자 you@newsfarm.co.kr
  • 승인 2019.04.24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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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주도 일방통행...과거 농특위 행태 답습 우려
위원 위촉·사무국 인력 구성 '감감무소식'

농·소·정 참여 사회적합의 이끌 농정협치기구

농민 배제된 구성과정…‘협치’ 이름 무색

타 부처 협력 위해 대통령 관심 필요하지만

행안부·기재부 설득 못해 형식적 기구 그칠 듯

농민단체 “민간 전문가 기용 안 하면 불참” 선언

(한국농업신문=유은영 기자) 대통령 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설치는 문재인 대통령이 19대 대선 후보 시절 농정개혁 추진 수단으로 제시했던 제1호 농정공약이다. 농정을 뿌리부터 개혁하겠다던 문 대통령은 농어민, 소비자, 정부가 함께하는 ‘협치농정’ 기구로 농특위의 부활을 예고했었다. 농민들은 기대가 컸지만 새 정부 출범 3년차에 이르러서야 공약이 이행됐다.

게다가 위원회의 구체적인 인선•의제 등이 출범을 눈앞에 둔 지금까지도 오리무중이라 농민들의 기구에 농민들이 철저히 배제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초 2월로 예정됐던 위원장 발표도 감감무소식이고 본위원회 위원 위촉 및 사무국 실무인력은 물론, 심지어 사무실조차 구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본지는 지난 1월 정의당 윤소하 의원실과 함께 국회의원회관에서 ‘농특위 구성’을 주제로 좌담회를 개최했다.
본지는 지난 1월 정의당 윤소하 의원실과 함께 국회의원회관에서 ‘농특위 구성’을 주제로 좌담회를 개최했다.

이명박 정부 이후 10년만의 부활

농특위는 과거 김대중 정부 후반부에 대통령 자문기구로 설치했다. 2003년 노무현 정부에서 대통령 직속기구(부총리급)로 격상됐지만 2008년 이명박 정부에서 농식품부 장관 직속으로 강등시켰다. 그러다 이듬해 무용론이 대두되면서 출범 8년만인 2009년 12월 폐지됐다.

초기 농특위 역시 ‘협치농정’을 선언했지만, 형식적인 협치라는 비판이 제기됐고 관 주도, 사무국 공무원 중심 운영 등 한계와 전문성 부족 시비에 끊임없이 직면했다. 농민단체들이 강력히 반대하는 농림부 입안정책을 그대로 통과시키는 등 협치기구로서 미온적인 태도는 급기야 무용론을 불렀다.

이런 농특위의 필요성이 다시 제기된 것은 19대 대선후보들의 공약에서였다. 대통령이 농어업농어촌 현안을 직접 챙겨 농정 틀을 근본부터 바로잡겠다는 약속은 농심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여야간 온도차로 늦긴 했지만 지난해 말 관련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고 10년 만에 부활을 맞게 됐다.

하마평만 무성, 위원장 발표 지연

농특위는 위원장 1명을 포함, 30명 이내 위원으로 성별을 고려해 구성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해양수산부, 산림청, 농촌진흥청 등과 함께 농특위 운영을 위한 대책반(TF)을 꾸려 위원회 구성을 추진했다. 대책반 운영 기간은 1월 14일부터 4월 말까지다.

대책반 단장을 맡은 오병석 농식품부 농촌정책국장은 1월 25일 본지가 정의당 윤소하 의원실과 개최한 토론회에서 “사실상 위원장은 내정됐다. 2월 중 지명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농민단체에서 추천하는 인사들 12명을 본위원 후보로 청와대에 올렸다는 것과 여성 위원 비율을 40% 두라는 지침을 받았다고도 했다. 필요 예산의 구체적인 액수(20억원)와 확보 상황에 관해서도 확인했다.

4월 현재까지 농특위 구성과 관련한 공식적인 발표는 전혀 없는 상태다. 사실상 내정됐다는 위원장 후보는 박진도 지역재단 이사장일 거라는 하마평만 무성한 채 아무것도 확인된 게 없다.

앞서 8일 오병석 국장은 식품산업정책실장으로 승진해 대책반을 떠났다. 함구하고 있을 뿐 농특위 구성이 이미 끝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농특위 출범 보름여를 앞두고 대책반 단장이 바뀌었다는 것은 적어도 큰 그림은 그렸기 때문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이런 추론에서 볼 때 출범 직전까지 인적 구성안을 비밀에 부치는 것은 위촉 인사들을 두고 농업계 전반에서 제기될 형평성 및 자격 시비를 피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민간 주도, 공무원은 보조 역할만

농특위는 농정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와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는 중요한 역할을 맡는다. 농업농촌의 지속가능한 발전과 농업의 공익적 기능 실현을 위해서는 국민의 이해와 합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런 이해와 합의를 끌어내는 소통 창구로서 역할을 하게 될 농특위 인사 구성에 농업계 관심이 각별한 것은 당연지사다.

일찌감치 농특위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에서 소비자단체와 행안부장관을 위원회 구성에서 제외했다는 지적이 인 바 있다.

진헌극 친환경무상급식풀뿌리국민연대 상임공동대표는 “농특위는 국민 먹거리의 공급 문제에 대해서도 주요하게 다루기 때문에 먹거리 운동 진영을 비롯한 소비자진영이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가톨릭농민회,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전국친환경농업인연합회 등의 연대조직인 농민의길은 개혁대상인 농협, 수협, 산림조합의 대표를 위원 인선에서 제외할 것과 민간 전문가로 사무국을 구성하고 공무원은 보조적 역할을 맡기라고 주문했다.

농민단체의 의견은 대체적으로 비슷하다. 과거 농특위가 관(官) 주도의 하향 일방통행식 형식적 협치기구로 머물다 없어진 사례를 기억하기 때문이다.

실행력 가지려면 대통령이 챙겨야

새 농특위는 농식품부 단독 추진이 어려운 타 부처 관련 사안에 대해 총괄, 조정하는 범부처적 협의체로 구성된다. 농어업인과 소비자, 정부가 참여해 국민적 공감대를 유도하는 소통 통로로서 기능하게 된다. 대통령이 직접 챙겨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각 부처의 이해관계가 충돌할 때 한발씩 양보해 중장기적 농업발전을 이루는 데 참여를 이끌 수 있는 동력이 마련되기 때문이다. 농업농촌 문제는 환경, 보건복지, 식품, 방역 등 타 부처의 사업과 겹친다. 농업발전에 꼭 필요한 일인데도 타 부처의 눈치를 보거나 힘겨루기에서 밀리면 농특위가 제대로 기능할 수 없다.

허헌중 지역재단 상임이사는 “대통령 자문기구이기 때문에 대통령 의지에 따라 농특위 위상이 커질 수도 있고 작아질 수도 있다”며 “대통령이 분기 회의에 한 번씩 참여해야 농특위가 실행력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농업계는 형식적인 협치기구로 머물다 없어진 과거 농특위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대통령의 관심을 줄기차게 촉구해 왔다. 그러나 법률 제정부터 출범에 이르는 과정을 보면 새 농특위 역시 개혁 농특위가 아닌 개혁대상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짙어 보인다.

업계에선 농식품부가 행안부 및 기재부와의 조율에 실패해 농특위 출범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그렇다면 대통령의 관심은 애초에 없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4월이 끝나가도록 서울에 사무실조차 구하지 못했다는 것은 돈이 없든가 내부 혼선 때문이든가 둘 중 하나거나 둘 다일 수 있다.

과거 농특위의 한계가 그대로 재현되는 것은 분명하다. 옛 농특위 출범 초기 농민단체들은 관료 위주의 위원회 구성에 불만을 토로하며 형식적 민관협치기구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었다.

이와 관련, 농민의길은 새 농특위 구성에 대해 ▲개혁적인 인사로 본위원과 분과 위원 구성 ▲개혁 대상인 농협, 수협, 산림조합의 대표 위원 위촉에서 배제 ▲현장 경험이 풍부한 민간 출신으로 사무국을 구성하고 관료의 참여는 제한할 것 ▲현장과의 상시적인 소통 시스템을 구축할 것 등 4가지 요구가 관철되지 않으면 농특위 참여 여부를 원점에서 재검토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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