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8주년 특집③] 고품질 쌀로 두 마리 토끼를 잡자: 맛있는 밥은?
[창간 8주년 특집③] 고품질 쌀로 두 마리 토끼를 잡자: 맛있는 밥은?
  • 연승우 기자 dust8863@newsfarm.co.kr
  • 승인 2020.10.23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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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가격‧생산지‧원산지’를 가장 먼저 본다
쌀 구매할 때 영양보다 품질 최우선 고려
우리 쌀 밥맛, 일본품종에 뒤지지 않아

(한국농업신문= 연승우 기자) 농민은 벼를 재배하고 소비자는 밥을 먹는다. 농가들이 생각하는 고품질쌀과 소비자들이 생각하는 맛있는 밥은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쌀을 생산하는 농가에서는 소득과 재배적성이 뒷받침돼야 하고 소비자는 저렴하고 맛있는 쌀을 원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소비자들은 어떤 쌀을 맛있다고 생각할까.

맛있는 쌀로 인식됐던 일본 품종

쌀이 부족했던 1970년대는 쌀 자급률을 높이는 것이 최우선의 과제였다. 이에 따라 ‘통일벼’가 개발됐지만, 다수확품종의 최대 단점이 맛을 극복하지 못한 통일벼는 소비자에게 외면받았고 냉해 등에 취약해 서서히 도태됐다. 이후 벼 품종 육성은 수확량과 맛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과 함께 내병성과 내재해성 품종을 개발하는 것이 목표였다.

1980년대에는 자포니카 양질미 품종 중에는 기본적으로 내도복성과 내냉성을 상당히 갖추면서 주요 병해에 복합적으로 저항성을 가진 품종들이 개발 보급되기 시작했다. 자포니카로서 처음으로 벼멸구 내충성을 가진 화청벼가 개발 보급됐다. 통일형 품종들은 쌀 외관 및 밥맛이 양호한 품종이 보급되고 특히 내냉성이 상당히 개선되고 벼멸구와 백엽고병 저항성이 강화된 품종들이 만들어졌지만, 농가들에 외면받았다.

통일벼는 추곡수매제를 통해 정부가 비싼 가격에 수매했지만 1980년대 들어서는 정부가 관리하는 양곡을 정부미라고 명칭을 붙였다. 통일벼는 찰기가 없기에 한국인들에 입맛에 안맞았기에 통일벼인 정부미 역시 인기가 없었다. 대신 일반미라 불리던 쌀들이 소비자들에게 고가로 팔렸고 정부미는 저가미의 대명사가 됐다.

1980년대 맛있는 쌀 또는 고급쌀 이미지를 가졌던 아끼바레는 1955년 일본에서 개발돼 1971년 국내에 보급된 후 경기도와 충북지역에서 재배되면서 고품질의 쌀의 대명사가 됐다. 이후 일본품종은 아끼바레뿐만 아니라 고시히까리, 히또메보레 등의 품종이 들어왔다. 이중 히또메보레는 전남 해남지역에서 많이 재배했고, 한때는 ‘한눈에 반한 쌀’이라는 브랜드로 국가 우수브랜드로 선정되기도 했다.

맛있는 쌀품종을 위해 소비자들도 참여하다 

신품종 개발이 기존에는 수확량과 재배편의성에 맞춰졌다면 2000년대 이후 국산 품종 개발에는 소비자들의 요구가 반영되기 시작했다. 2016년 개발된 해들 품종이 바로 그렇다.

해들은 2016년 농촌진흥청이 이천시, 농협과 함께 ‘수요자 참여형 품종 개발 연구(SPP)로 2017년 개발한 조생종 최고품질 벼다. 육종가가 교배하고 농업인이 선발해 소비자 평가단이 결정했으며, 지역민이 이름을 붙였다는 점에서 모두가 주인인 최초의 새 품종이다. 지역민 공모를 통해 90명이 참여하여 “벼를 키우는 해, 벼가 자라는 들”이라는 뜻의 해들을 지었따.

해들은 소비자의 기호가 반영됐고, 신품종선정위원회에서는 뛰어난 밥맛과 재배 안정성을 인정받아 최고품질 벼로 선정됐다. 당시 평가자의 48%가 ‘해들’의 밥맛이 좋다고 꼽아 29%를 차지한 ‘고시히까리’보다 높은 선호도를 보였다.

식량과학원 관계자는 “지방자치단체와 소비자의 참여로 이룬 해들 품종의 성공 사례는 정부와 지역 상생의 차별화된 지역 명품 브랜드 구축으로 농촌 융합·복합산업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소비자들은 어떤 쌀을 원할까?

우리 국민이 주식이자 건강에 이로운 웰빙 곡물인 쌀을 구입할 때 가장 많이 확인하는 정보는 가격, 생산지역, 원산지 순인 것으로 밝혀졌다. “햇반 등 즉석밥을 먹지 않는다”는 비율은 70% 이상이었다.

28일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KOFRUM)에 따르면 농촌진흥청 농업빅데이터일자리팀 이승인 박사가 2013∼2015년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수행한 ‘식품소비행태조사’ 원자료를 토대로 총 9,664명의 쌀 소비 실태를 분석한 결과다.

이 연구에서 국내 소비자의 쌀 구매 주기는 ‘2∼3개월에 1번’이 46.0%로 가장 많았고 다음은 ‘연 2∼3회’(23.3%), ‘월 1∼2회 이상’(20.6%) 순이었다. 자주 먹는 밥의 유형은 ‘잡곡밥’(54.7%)이 ‘백미밥’(25.5%)의 두 배 이상이었다.

쌀 구매 시 최우선 고려하는 것은 품질(37.6%)로, 가격이나 맛보다 중시했다. 영양(건강)을 고려하는 비율은 의외로 낮았다(5.3%). 소비자가 쌀을 살 때 가장 먼저 살피는 정보는 가격(21.7%)이었다. 생산지역(21.4%)ㆍ원산지(19.0%)를 확인하는 사람도 많았다.

씻어 나온 쌀ㆍ수입쌀의 구입 비율은 10%에도 미달했다. 친환경 인증쌀ㆍGAP 인증쌀을 구입해 본 경험이 없는 소비자의 비율도 각각 67.9%ㆍ66.9%에 달했다. ‘햇반’ 등 즉석밥은 73.3%가 ‘구입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이 박사는 쌀 소비자를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가격추구형, 건강과 식도락 추구형, 저관여형(쌀을 대개 무심코 사는 유형), 간편식 도시락 추구형으로 분류했다. 가격 추구형은 쌀을 직접 구매하는 비율이 가장 높았다. 건강과 식도락 추구형은 수입쌀을 먹을 의향이 가장 낮게 나타났고 친환경인증 쌀, GAP 인증쌀을 자주 구매하는 비율이 가장 높았다.

간편식 도시락 추구형은 수입 쌀을 먹을 의향이 가장 높았지만, 잡곡밥 섭취 비중이 작았다. 씻어 나온 쌀, 수입 쌀, 즉석밥 등을 자주 구매하는 비율도 최고를 기록했다.

한편 쌀은 다이어트 식품으로 알려져 있다. 쌀을 자주 먹는 사람은 과체중ㆍ비만 위험이 적다. 2013년 발표된 연구결과에 따르면 백미나 현미를 섭취하면 포만감이 커졌다. 지방이 거의 없으며 글루텐 등이 없다는 것도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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