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8주년 특집⑥] 고품질 쌀로 두 마리 토끼를 잡자 : 고품질쌀 확대 방안은
[창간 8주년 특집⑥] 고품질 쌀로 두 마리 토끼를 잡자 : 고품질쌀 확대 방안은
  • 최정민 기자 cjm@newsfarm.co.kr
  • 승인 2020.10.22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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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지자체 고품질 쌀 확산 진행…농가 참여 유도 관건            
2024년까지 외래품종 1만ha 이내 축소 
농가, 가격 차별성 확보‧소비자 인식 개선 필요
쌀 등급제‧유통주도 RPC 인프라 구축 등 정책 지원 시급

(한국농업신문=최정민 기자)고품질쌀 생산을 통한 쌀 생산 농가 수익향상, 쌀 생산량 조절 등을 이유로 적극적인 확대를 추진하고 있지만 고품질쌀 확산을 위해선 생산‧유통‧소비 등 전체를 포괄할 수 있는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농업 현장의 의견이 나오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국내에서 재배되고 있는 외래 벼 품종의 재배면적을 오는 2024년까지 1만ha 이내로 축소하는 것을 목표로 지역에 적합한 최고품질 벼 품종 선발과 보급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재 외래품종 재배면적은 2019년 6만6000ha에서 5만6000ha로 약 1만ha가 감소했으며, 정부는 최종적으로 오는 2024년 전체면적 1만ha 이내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외래품종의 경우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전체 벼 재배면적 중 추청, 고시히까리 등 외래품종 재배면적은 약 9%로 6만5974ha에 달한다.

고품질쌀 확산 지자체 총력
정부 정책과 더불어 지자체는 지역 내 고품질쌀 확산을 위해 외래품종 국내 고품질 벼로 교체, 고품질쌀 소비 방안 모색, 고품질쌀 유통 위한 RPC 역량 강화 등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현재 바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경북도는 경북1호 벼 품종인 ‘다솜쌀’ 시범재배단지 첫 수확을 진행했다. 경북농기원에서 자체 육성한 벼품종 ‘다솜쌀’의 우수성과 소비자 기호도, 농가 재배 안정성 등을 인정받은 품종으로 도는 고품질쌀 소비 시장 확대에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경남도는 올해 2020 경남 우수 브랜드 쌀 평가에서 최고 득점으로 대상을 수상한 ‘밥맛이 거창합니다’의 기존 품종인 추청을 내년도부터 유망품종에 대한 거창군 자체 지역적응시험을 본격화하고, 국립식량과학원 및 경남도기술원과의 공동연구 등을 통해 대체품종 개발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계획이다.

전북도는 신동진벼를 대체할 고품질쌀 '십리향' 육성해 보급해 고품질쌀 확산을 유도하고 있다. '십리향'은 '호품'과 구수한 향이 일품인 '도화향 2호'를 교잡한 신품종으로 쌀알이 맑고 구수한 향이 나고 찰기가 있으며 부드러운 식감을 가지는 것이 특징이다.

전남도의 경우 정부가 계획하고 있는 ‘2021년 고품질 쌀 유통활성화’ 공모사업 8개 가운데 전남이 5개로 전국에서 가장 많이 선정돼 고품질 쌀을 생산·유통하고 벼농가의 소득을 지지하는 데 RPC 역할이 중요함을 인식하고 RPC의 역할 강화와 더불어 고품질쌀 유통에 중점을 두겠다는 계획이다.

경기도는 외래품종 대체를 적극적으로 진행하는 가운데 지금까지 100% 일본품종이었던 경기도 대표브랜드 쌀인 ‘임금님표 이천쌀’의 품종 교체를 위해 지난 2016년부터 국립식량과학원, 농협이천시지부가 수요자 참여형 육종프로그램(SPP)으로 ‘해들’과 ‘알찬미’을 개발하고 품종 교체를 완료했다.

반면 농업 현장에서는 일부 재배 농가에서 수확량 감소‧불안정한 수익성 등을 문제로 고품질쌀로의 교체를 꺼려하기도 한다며 어려움을 전했다.

고품질쌀 농가수익 이어져야
실제 쌀 생산 농가 중 추청과 고시히까리 등을 재배하는 농가 일부는 국내 품종 재배를 놓고 고민이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국내 품종으로의 교체 재배 권유를 많이 받고 있다는 경기도 김포의 한 쌀 생산농가는 “현재 고시히까리를 재배하고 있지만 최근 농업기술센터 등을 통해 국내 고품질쌀 품종으로의 교체 재배를 권유받고 있어 고민 중”이라면서 “고시히까리의 경우 재배 환경이 좋지는 않다. 도복도 많고 병해충 피해도 많아 어렵지만 그래도 가격이 괜찮으니까”라며 말끝을 흐렸다.

농업 현장에서는 국내 고품질쌀이 생산자 입장에서 크게 이점이 없다는 것이다. 

또 그는 “현재 소개받고 있는 고품질쌀 품종들이 도복이나 병해충에도 강하고 밥 맛도 좋다고는 하지만 시장에서 소비자가 쌀값을 지불할 때 고시히까리나 추청처럼 높은 값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재배를 결정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농가 소득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고품질쌀 재배가 어렵다는 것이다.

이에 농진청은 국내 벼 품종의 품질경쟁력 향상과 외래품종 대체를 위해 최고품질 벼 품종 개발과 생산‧유통 공급거점단지 조성, 지역 특화품종 선정을 위한 지원 사업 등을 추진하며 고품질쌀 확산에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최고품질 벼 생산‧공급 거점 단지 조성을 위해 경기도 이천, 전북도 김제 등에 프리미엄 쌀 생산‧유통 전문 경영체 11곳을 중점 육성해 단지별 일관된 재배‧관리로 품질 향상을 도모하고 있다.

생산뿐만 아니라 소비자의 쌀에 대한 인식개선의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고품질쌀 재배 확산 소비자 인식개선 먼저
현재 강원도 철원 ‘오대’, 충남 아산 ‘삼광’ 등 몇몇 품종과 일본품종인 고시히까리, 추청 등만이 소비자들에게 품종으로써 알려져 있을 뿐이다. 더욱이 시장에서 고품질쌀이 가격 차별성이 없어 굳이 생산성이 떨어지는 고품질쌀을 농가에서 선택해 재배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에 소비자들이 고품질쌀을 알고, 시장에서 가격 차별성을 두어 고품질쌀 재배가 쌀 재배농가의 수익 향상으로 이뤄져야 고품질쌀 재배 확산을 이뤄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은만 (사)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장은 “현재 시장에서 소비자가 쌀을 선택하는 기준이 뭐라고 생각하는가. 결국에는 낮은 가격”이라며 “밥맛의 차이를 알리고, 쌀이 가지고 있는 효과를 알아야 자신에게 맞는 쌀을 선택할 수 있는데 소비자가 알 길이 없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이 회장은 “농가에서는 생산량이 주는 것을 알면서도 비료를 덜 사용하면서 고품질쌀을 생산한다. 생산량이 줄어든만큼 가격적인 부분에서 보상이 어느 정도 돼야 하는데 현재 소비 시장은 그렇지 못하다”며 “농가에서 제값을 받고 고품질쌀 재배를 할 수 있도록 정부가 가격차별화 등 정책적으로 나서야 농가에서도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국립식량과학원 관계자는 “고품질쌀 생산 확산을 위해선 생산된 고품질쌀의 지역특화 명품 쌀 브랜드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이 관계자는 “지역별 거점 RPC와 연계해 지역특화 명품 쌀 브랜드화를 지원하고 고품질쌀의 우수성을 소비자에게 알릴 수 있도록 전략적 홍보도 추진해야 한다”면서 “정책적으로 고품질쌀이 확산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시스템이 갖춰진다면 쌀 생산자들 역시 수확량을 높이기 보다는 품질을 높이는 쪽으로 재배가 진행될 것이며 지역에 맞는 최고품질 벼 품종의 선택과 재배가 이뤄지는 선순환이 정착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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