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8주년 특집②] 고품질 쌀로 두 마리 토끼를 잡자 : 최고품질쌀이란?
[창간 8주년 특집②] 고품질 쌀로 두 마리 토끼를 잡자 : 최고품질쌀이란?
  • 최정민 기자 cjm@newsfarm.co.kr
  • 승인 2020.10.23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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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진흥청, ‘최고품질쌀’ 2003년부터 개발 18종 경쟁력↑
고품질쌀 농가 수익 향상 가능…생산‧유통 체계화 시스템 구축 시급
쌀 품질고급화 객관적인 품질평가지표‧가격 차별화 필요

(한국농업신문=최정민 기자)쌀 소비량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소비량이 줄어드니 당연히 생산 물량은 남을 수밖에 없으며, 쌀값 변동성은 커져 농가의 안정적 수익 실현이 어려웠다. 정부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논에 쌀이 아닌 타작물을 재배할 것을 권하고 있다. 하지만 농업 현장에선 현 정책으론 결국 식량안보의 기둥 역할을 하는 쌀의 자급률만 낮추고 농가 경영악화 등 또 다른 문제를 만들어 낼 것이라며 고품질쌀 생산을 통해 생산자‧소비자 모두를 만족시키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밥맛은 물론 품질‧병해충저항성 등 고려 ‘최고품질 벼’
현재 벼 재배면적과 생산량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로, 쌀 소비량은 50년 전에 비해 50%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변화에 맞춰 농촌진흥청에서는 ‘양’ 중심에서 ‘질’ 중심으로의 전환을 위해 지난 2003년부터 ‘최고품질’ 벼 품종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한국식품연구원에서 정의하는 고품질 쌀은 밥이 맛있고 좋은 외관 품질을 지니고 안전한 쌀로, 여기에 농진청은 외관 품질, 밥맛, 도정 특성, 병해충저항성 등 보다 엄격한 기준을 설정해 최고품질 벼 품종을 연구‧개발하고 있으며 최고품질 벼 확산을 위한 다양한 정부 정책이 마련되고 있는 상황이다.

외래품종 보다 우수한 최고품질 18종 
‘최고품질 벼’의 기준을 살펴보면, 밥맛은 국내에서 최고인 '일품벼‘보다 좋아야 하고, 쌀 외관 품질은 '추청벼’보다 좋아야 한다. 또 도정 특성은 왕겨 껍질이 얇고 쭉정이가 적어 도정 시 쌀이 많이 나와야 하는데 도정수율 75% 이상, 완전미도정수율 65% 이상을 충족해야 한다. 그리고 농가에서 농약 없이 안전하게 재배할 수 있도록 병해충저항성 유전자를 최소한 2개 이상 가져야 한다. 

이러한 기준을 통해 지난 2003년부터 2017년까지 최고품질 벼 품종은 총 18종이 개발됐고, 생태형 별로는 조생종으로 ‘운광’, ‘해담쌀’, ‘진광’, ‘해들’, 중생종으로 ‘고품’, ‘하이아미’, ‘대보’, ‘해품’, ‘청품’, 중만생종으로 ‘삼광’, ‘호품’, ‘칠보’, ‘진수미’, ‘영호진미’, ‘미품’, ‘수광’, ‘현품’, ‘예찬’이 개발됐으며, 현재 최고품질 쌀 중 ‘삼광’(만세보령쌀, 서래야쌀, 아산맑은쌀), ‘영호진미’(안동 양반쌀)는 우수 브랜드 쌀로 선정돼 소비자들이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고품질쌀 18종.
최고품질쌀 18종.

또 최근 농진청에선 수요자(농업인, 소비자, RPC)가 선호하는 최고품질 벼 품종을 개발하도록 수요자와 함께 개발하는 육종시스템을 도입해 경기지역의 ‘고시히까리’와 ‘추청벼’를 대체할 수 있는 ‘해들’,‘알찬미’품종을 개발했다. 

 

밥 맛은 외래품종 대등…부족한 수확량 비료 많이 써 역효과
고품질 쌀 브랜드 이미지화 필요해

 

최근 10년 맛 평가 결과 ‘우수’
농진청 관계자는 “최고품질 벼 품종들은 품질이나 재배 안정성에서 어느 외국 벼 품종보다 우수하다고 자신한다”면서 “지난 10년간 우리 쌀과 경쟁하는 외국쌀을 대상으로 국내외에서 밥맛 검정 결과 우리 쌀이 더 우수하거나 대등하다는 결과를 얻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일본품종으로 잘 알려진 고시히까리 벼는 우리나라 품종과 비교할 때 밥맛은 비슷하나 쌀 생산량이 적고 병충해에 약하며 성숙기에 잘 쓰러져 농가에서 재배하기 불편하다”며 “일부 농가에서는 이러한 외래품종들을 재배할 때 쓰러짐을 방지하기 위해 비료량을 줄여서 재배하게 된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비료량을 줄이게 되면 전체 쌀 수량은 떨어지지만 밥 맛은 좋아지는 경향을 보이게 된다. 결국 이렇게 재배된 외래품종은 떨어진 쌀 수량을 보상받기 위해 외래품종이라는 이름으로 소비자는 우리 품종 대비 비싼 값을 지불하게 되고 시장에선 밥 맛 좋은 외래 품종이라는 인식과 더불어 당연히 우리 품종보다 값이 비싼 쌀이라는 이미지가 만들어져 잘못된 소비 시장을 형성하게 된다는 것이다. 

결국 외래 품종이 밥 맛이 좋은 이유는 부족한 재배 안전성을 보완하기 위해 비료를 덜 썼기 때문이지 우리 품종 대비 월등한 품종이 아니라는 것이다.

고품질쌀 생산·관리 시스템 필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립식량과학원 관계자는 “최고품질 벼 품종이 최고의 품질 성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농가에서 생산하고, RPC에서 관리해 나갈 수 있는 체계적인 관리체계가 필요하다”면서 “농가도 수확량 위주에서 품질 위주로 인식을 바꾸어 나갈 수 있도록 농민들의 인식 제고 및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고품질쌀의 확산을 위해서는 현재 시장에서 고시히까리, 추청 등이 품종 자체가 브랜드화 돼 소비자의 선택을 받고 있는 것처럼 우리나라 고품질쌀 소비 확산을 위한 시장 개선은 물론 전반적인 이미지 개선 작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경기도 평택의 한 쌀 생산 농가는 “현재 고시히까리를 재배하고 있지만 도복 및 병해충 등 문제가 많다”면서도 “시장에서 고시히까리 품종 자체가 소비자에게 맛 좋은 쌀이라는 이미지가 심어져 있고, 쌀값 자체가 높게 형성되어 있다 보니 우리 품종으로 교체해 재배하기가 쉽지는 않다. 고품질쌀이 확산되기 위해서는 고품질쌀 재배를 통한 소비자 만족은 물론 생산 농가의 수익향상이 되어야 한다. 이런 부분들이 개선돼 우리 품종 재배된 쌀도 맛 있고 그만큼의 쌀값을 받을 수 있다면 충분히 재배를 고려해볼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서정필 식량원 작물육종과 농업연구관은 “앞으로는 지역별로 특화된 브랜드 이미지와 연계해 맞춤형 최고품질 벼 품종을 선정해 브랜드쌀을 개발한다면 소비자에게 값싸고, 밥맛 좋은 우리 쌀을 제공하게 되고, 지역 쌀 농가의 소득향상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또 서 연구관은 “개발된 최고품질 벼 품종은 지역별 거점 RPC와 연계해 지역특화 명품 쌀 브랜드화를 지원하고, 재배 안정성이 낮은 외래품종을 최고품질 벼 품종으로 대체하고, 최고품질 쌀의 우수성을 소비자들에게 널리 알릴 수 있도록 전략적으로 홍보도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며 “앞으로 우리나라의 쌀 품질고급화를 위해서는 객관적인 품질평가지표 설정이 필요하며, 이를 기준으로 품질에 따른 가격차별화 정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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